[더팩트 | 서민지 기자] 1년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선거에 정치권 이목이 쏠리고 있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가 '미니 대선'으로 불릴 정도로, 19대 대선주자를 비롯해 차기 대선 주자급 인사들이 후보군에 거론되고 있어서다. 현재 거론되거나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는 박원순 현 시장을 비롯해,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이다.
서울시장은 이른바 '소통령(小統領)'이라 불리는 만큼, 항상 자연스럽게 대권후보 물망에 오른다. 광역단체장 중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막강 파워'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1962년 제정된 '서울시 행정에 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국무위원급으로 지위가 격상돼 지자체장 중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배석한다. 또, 서울시장은 막대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으며, 서울시 소속 지방공무원 1만 6000여명의 임면·징계권 및 정무부시장 등 정무직 임면권도 있다.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면서 전국적 인지도 역시 따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다. 역대 대통령 중에는 윤보선 전 대통령이 제2대 서울시장,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제32대 서울시장을 한 후 대통령이 된 바 있다. 제8대 시장을 지낸 허정, 제22·31대 시장이었던 고건 전 총리도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냈다.
◆ 서울시장에 사활 건 민주당…넘쳐나는 후보들
지난 17~18일 리얼미터가 <프레시안> 의뢰로 서울시민 1008명을 대상으로 한 '서울시장 적합도' 조사에서 재선의 박원순 현 시장이 25.5%로 1위에 올랐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2위(19%)를 차지했고, 황교안 전 총리(13.9%), 유승민 의원(10.2%), 안철수 전 대표(6.9%) 순이었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소속 후보들이 우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서울시장 자리를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차기 대선과 맞물려 '정권재창출'의 교두보가 되는 것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이 짙어 향후 국정운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 차기 후보군 변수는 박원순 시장의 3선 재도전 여부에 달려 있다. 박원순 시장은 3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박 시장이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한다면, 서울시정 평가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면서 당선할 가능성이 크다. 그가 당선된다면 사상 첫 서울시장 3선이며, 대선 행보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박 시장의 3선 도전'은 본선 보다 예선 통과 여부가 중요하다. 지금껏 서울시장 3선은 전례가 없고, 당내의 거센 도전에도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언급되는 인물은 6~7명에 이른다. 박 시장 외 이재명 성남시장, 추미애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박영선 의원 등 대선후보급 인물은 물론 대중적 인지도가 높으며 당내 세력화가 잘 돼 있는 인물이 대부분이다.
일단 서울시장 혹은 경기도지사에 출마할 의사를 확실히 밝힌 이재명 시장은 '형님'으로 따르는 박 시장의 뜻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 시장은 지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박 시장이 3선 도전을 하면 양보할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박 시장이 서울시장 잘하고 계시고 굳이 3선을 하신다고 하면 '당신 하지 마세요. 제가 더 잘할 수 있습니다'면서 우리 같은 팀원끼리, 같은 성향의 식구들끼리 그럴(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박 시장과는 시민단체도 같이 했고 소위 인권변호 활동도 같이했고 살아온 과정이 다 같은데 굳이 그렇게 밀어내야 할 시도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 그런 생각이 든다"며 "여권 내에 소위 유용한 자원이라고 하는 것이 무한대로 있는 게 아니라서 서로 중복되거나 손상입히거나 이러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 '인물난' 자유한국당, '친박' 구심점 황교안 급부상
반면 야당에선 이렇다 할 후보군이 확정돼 있진 않다. 다만 차기 대선과 맞물린 만큼 자천타천 후보군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인물난에 시달리고 있는 자유한국당 안팎에선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지난 대선 때 대선후보 2위까지 올랐던 황교안 전 총리는 권한대행으로서 대선 출마를 결국 포기했지만 정치권 입문 가능성이 계속해서 대두된다.
당내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기존 인물 중 서울시장에 나가서 이길 사람이 현재로선 없다"고 혹평하면서, 황 총리 출마설이 힘을 더 얻고 있다. 홍 전 지사는 "서울시장은 질 것 같다. 서울시장을 탈환하려면 새로운 인물을 찾아야 한다"면서 서울시장 후보로 오른 나경원·김성태 의원은 배제하고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겠다는 다짐을 내비쳤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정치적 활로를 모색 중인 친박계 의원들이 보수 이미지가 강한 황 전 총리를 구심점으로 내세워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며 재기를 도모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지난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던 황 전 총리가 대선을 포기한 것은 서울시장 선거를 위한 포석이었다는 말도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선수로 뛰면서 '상처'를 받기 보다 시간적 여유를 갖고, 서울시장을 발판으로 큰 꿈을 꾸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황 전 총리 측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황교안 전 총리는 대선출마 의지가 있었고, 실제 출마 준비를 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탄핵 정국' 속에서 (출마를 해봤자) 이길 수 있는 전쟁이 아니었지 않나. 게다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 당시 황 전 총리 주변에서 '다음을 기약하자'는 말이 많았다고 한다. '다음을 기약하자'는 말의 의미를 잘 읽어야 한다. 대선까진 5년이라는 시간이 있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국민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게 된다. 다소 격이 떨어질 수 있지만,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보수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 "어떤 계획도 없다" 안철수·유승민, 당내 기대 속 선긋기
국민의당 내에선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출마해야 한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온다. 타정당에서 거물급이 출마하는 만큼, 국민의당으로서도 대적할만한 인물을 내보내야 하는데 당내 인물군이 마땅치 않아서다. 또, 대선 패배 후 암중모색에 들어간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재기를 위해서도 서울시장 도전이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민의당 내 한 중진 의원은 "차기 지방선거에서 호남 3곳, 수도권 3곳은 우리당에게 중요한 곳이다. 호남은 인물이 넘치지만, 수도권은 지금 구도면 3파전인데 우리당에 마땅한 후보가 있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면서 "당에 제일 책임이 큰 지도자들이 헌신해야하지 않겠나"라고 안 전 대표 출마의 필요성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22일 서울시장 출마설을 일축했다. 안 전 대표 의지와는 관계없이 서울시장 후보로 포함돼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데 대한 불만을 표했다.
안 전 대표 측은 이날 기자들에게 "당부드린다. 최근 내년 지방선거 관련 안 전 대표를 후보자로 넣은 여론조사 결과가 있었다. 안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어떤 계획도 없다"면서 추후 여론조사 후보군에서 안 전 대표를 제외시켜 줄 것을 당부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방선거에 도와줄 필요성이 있다고 하면 안 전 대표가 우리 국민의당 후보자들을 위해서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하겠다고 했지만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을 출마하겠다하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내부에선 독자생존의 갈림길이 될 내년 지방선거에 전국적인 지명도를 지닌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후보로 나서주길 바라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설에 대해 "생각이 없다"며 단칼에 잘랐다.
유 의원은 20일 여의도공원 잔디마당에서 열린 '바른정당 소소한 이야기' 행사에서 "지난해 공천 문제를 두고 한 의원이 서울에 가서 출마하라고 했지만 그게 도망가는 것 같았다. 저는 지역구(대구)에서 국회의원에 4번 당선됐고 지역 주민들을 위해 하고 싶은일을 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