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명재곤 기자] 야당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조지기'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시쳇말로 '한 명만 골라서 때리는' 일부 야당간 '협치(?)'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다루는 국회 정상화가 그만큼 간단치 않을 것 같다는 의미이기도 해 마뜩하지 않습니다.
대선 패배로 정권을 내준 제1야당 자유한국당, 호남민심을 고려하겠다는 국민의당, 개혁보수를 추구한다는 바른정당이 유독 이 쟁점에서는 호흡이 은근슬쩍 맞는 듯합니다. 한국당이 총대를 멨고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반걸음 정도 뒤에서 따라가는 모양새입니다.
'야성'인지 '몽니'인지 모르는 애매한 출발선에서 문재인 정부 고위 인사 검증 소홀 책임을 야 3당은 조 수석에게 따져 묻겠다는 입장입니다. 7월 임시국회에 조 수석을 출석시키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이런저런 사유로 자진사퇴하고 청문회 대상자의 크고 작은 흠결 등을 감안하면 인사 검증의 한 책무를 민정수석이 맡고 있기에 야당측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도 있겠지요.
그렇다고 해서 청와대와 여당이 두 손 들고 끌려갈 상황도 아닙니다. 조 민정수석의 역할과 상징성, 그리고 여전히 두터운 개혁 민심을 고려할 때, '조 수석 조지기'는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75%를 넘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지지도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22일 여야 4당 원내대표의 국회 정상화 협상이 결렬된 한 배경에 조 수석 국회출석건도 작동하고 있습니다.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여부를 두고 청와대와 여야가 자칫 자존심 대결 양상으로 치달을 소지도 있어 제3자들은 내심 아슬아슬합니다. 설마 '추경 논의 거부'가 '조 수석 국회출석 끌어내기' 위한 잔기술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록 한국당의 조 수석 흔들기가 정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는 이들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지난 20일 오전 <더팩트>의 단독 보도사진이 여의도 안팎을 발칵 뒤집었습니다. "안경환 건 계속요. 집요하게 오늘은 그냥 조국을 조지면서 떠드는 날입니다." "문정인 무슬림인지, 반미생각가진 사람이 특보라니." 한국당 김정재 원내대변인의 문자메시지 내용입니다.
이 보도후 대부분의 언론들은 '오늘은 조국 조지는 날'제하의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한국당이 얼마나 조 수석을 꺽기위해 당력을 쏟고 있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 한 장의 사진이었습니다. 하루종일 포털 실시간 검색 상위에 '조국 조지는 날'이 오르내렸고 현 정권 지지자들은 '오늘은 자유당 조지는 날'이라는 비판성 SNS활동을 벌였습니다.
이날 오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인사검증 책임은 비서실장에게 있다"며 조 수석을 감싸는 브리핑에 나서기도 했지만 한국당의 '조국 조지기'프로그램은 지금까지도 계속 가동되고 있는듯 합니다. 국회 정상화 협상에서 조 수석의 국회출석을 명기화하려는 움직임을 볼 때 한국당은 조 수석을 고리로 얻고자 하는 바가 따로 있는듯 합니다.
한국당은 조 수석을 국회에 출석시켜 청와대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따져보겠다고 얘기합니다.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에게 "인사실패를 인정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제기에 청와대와 여당의 입장도 단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단적으로 "조 수석을 흔드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을 흔드는 것"이라고 당청은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한 사례는 참여정부 때 두 차례 있을 뿐 보수정권때는 한번도 없었다는 점을 들면서 조 수석건은 과도한 정치공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겁니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 대통령을 바로 겨냥하기 어렵기에 조국 민정수석을 흔들어서 적폐청산을 무산시키려는 저의가 숨겨져 있다는 걸 누가 모르겠느냐." 문재인 개혁정부 지지자들은 조 수석이 적폐청산을 위한 개혁의 상징적인 인물이라서 야당, 특히 한국당이 '조지기'에 나서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얼마 전 본 트위터의 한 내용입니다. '안경환 낙마(X) 안경환 자진사퇴(O), 강경화 임명강행 (X) 강경화 임명 민의수렴(O).'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은 이렇듯 현 인사청문회 정국을 풀이하고 있습니다. '조국 인사 책임론'역시 정치 쟁점화하려는 수법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입니다.
조국 수석 이슈가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모릅니다. 정치는 생물인지라, 매듭을 풀기위해서는 어떤 도구와 방법이 나은지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 정상화 협상 결렬후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달 동안 참고 참으면서 정부가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협상결렬은)자유한국당이 정권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 이건 대선 불복이다"라고 다소 격한 발언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그게 어떻게 대선불복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사견입니다. 야당이 대선민심을 존중한다면 문재인 정부가 1기 내각을 조기에 구축하고 책임정책을 수행하게끔 하고 이후 잘잘못을 따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의 우병우 민정수석 경우를 떠올리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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