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을 넘어섰다. 1기 내각 인선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파격', '소통'에 국민들은 환호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200개가 넘는 공약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공약의 핵심 키워드는 '개혁', '국민'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더팩트>는 ▲경제 ▲언론 ▲방송 ▲사법 ▲소비자 ▲여성 등 6대 분야를 선정, 관련 분야 시민단체, 학계, 직능단체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제언을 통해 시대적 과제를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연재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정책에 대한 전망과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더팩트 | 서민지 기자] "언론개혁요? 가장 좋은 것은 정부 지원 없이 언론이 홀로 서는 것이죠."
'적폐청산'을 국정 과제의 최우선 순위로 걸어 놓은 문재인 정부의 '언론개혁' 방향을 묻자, 따끔한 충고가 먼저 되돌아 왔다. 지난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제43대 한국언론학회 문철수(54)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언론개혁 핵심은 다름 아닌 "언론 스스로 개혁하는 노력이 선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터넷신문을 비롯한 언론이 문재인 정부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할지에 대해 학자로서 조언했다.
문 회장은 이번 대선에서 의도치 않게 주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바로 이름 때문이다. '문철수'는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이름을 합한 말로,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국민이 두 사람을 함께 부를 때 쓰는 '별칭'이었다. 문 회장에게 "이름이 어쩐지 익숙하다"고 하자, "그것 때문에 이번에 놀림 좀 받았어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문 회장은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언론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신대 사회과학대학장과 학생처장, 한국광고홍보학회 회장, 인터넷신문위원회 광고심의 위원장을 거쳐 지난해 10월 한국언론학회장에 취임했다. 외길을 걸으며 '언론'만을 연구해 온 학자인 셈이다.
문 회장이 이끌고 있는 한국언론학회는 1959년 설립된 언론 및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가장 전통 있고 영향력 있는 학회다. 최근까지도 ▲인터넷신문의 오늘과 내일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 시스템의 쟁점과 언론의 역할 ▲대선 보도 진단 연속 세미나 ▲제19대 대선 선거보도 평가 및 심의제도 개선방안 등 세미나를 열며, 차기 정부의 국정운영의 방향과 구체적 정책의 타당성과 현실가능성을 검토하는 언론의 역할에 대한 고찰을 이어왔다. 한국언론학회 사무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각종 세미나 및 학술연구 자료들이 그 행보를 방증했다.
20여년 간 국내외 언론 관련학계와 학술교류를 위해 힘써 온 문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언론개혁'에 대해 어떤 제언을 할까, 인터넷신문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선 어떤 복안을 갖고 있을까.
◆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언론의 공공성 회복 최우선"
문 회장은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놨던 언론개혁 정책 중 "해직자 명예회복과 언론의 공공성 회복"을 가장 인상 깊었던 정책으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6일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와 언론인 탄압으로 고통받으며, 현재 투병 중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를 만나 "2012년 언론파업 때 해직되었던 분들 또 그 이후에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불이익을 받았던 많은 언론인들이 있는데 이분들을 즉각 원상회복하고 또 명예도 회복시키고 보상도 제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내놓은 대선공약집에도 ▲이용자 중심의 미디어 복지 구현 ▲지역방송 활성화 ▲건강한 신문언론 발전 ▲한류 르네상스 실현 등을 공약하면서, 이 가운데 ▲일정 매출 규모 이상의 미디어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 강화 ▲미디어 공공성 확보를 특별히 강조했다.
그러나, 막상 문재인 정부가 '언론개혁'에 착수하자 '정권 입맛에 맞게 언론을 길들인다'는 소리가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언론개혁을 두고 "권력이 언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시도에 굉장한 우려를 표시한다"며 당내에 언론장악시도저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기로 했다.
문 회장은 '갈등 해소 방향'에 대해 "그동안 정권의 이익을 위해 편향적인 지원을 했던 것이 결국 문제의 근원이 됐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있지만, 콘텐츠 지원 원칙 등이 명확히 공지되는 등 투명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 당연히 지난 정부에서 운영했던 블랙리스트나 화이트리스트 같은 편향적인 집행은 근절돼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정부의 지원 없이 언론이 홀로서는 것이다."
문 회장은 특히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인터넷신문을 위해 법체계를 바꾸겠다'는 약속에 대해 "인터넷 매체의 매체성을 법으로 보장하는 것은 상징적 의미일 것"이라며 호평했다.
그는 이어 "이미 참여정부 시절부터 일관되게 인터넷 매체의 독자적인 활동을 보장하려 노력해 왔다. 그러나 종이신문이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의 영향력이 인터넷 매체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순수 인터넷신문의 영향력을 상회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지원제도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개혁을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4월 27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주최 '대통령후보 초청 릴레이 인터뷰'에서 "신문법 규제를 받다 보니 (인터넷신문이) 종이신문의 하위매체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인터넷신문을 하나의 새로운 유형의 독자 산업으로 보는 것이 옳다. 이를 위해 법체계를 바꾸겠다"고 말했었다.
◆ 문재인 정부-언론 "서로 제역할 하며 불가근불가원 해야"
문 회장은 언론이 문재인 정부와 허니문 기간에도 "불가근불가원을 되새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회장은 새 정부의 정상적인 가동을 위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문제점은 비판해야 한다"면서 올바른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정쟁의 대리인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은 이미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검색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환경이다. 독자 및 시청자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 주장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면서 시민의 외면을 받는 언론의 존재 이유에 대해 되물었다.
그러면서 문 회장은 '언론의 셀프 개혁'에 대해 수차례 강조했다. 문 회장은 "문 대통령은 언론장악보다는 언론 스스로의 개혁을 위해 정부가 지원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언론 스스로 개혁의지가 없다면, 정부지원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언론은 스스로 개혁을 추진하기보다 현상을 유지하려는 보수적 결정만 해 왔다"며 "이제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개혁하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가 미디어 산업 성장과 시청자의 선택권 강화를 위해 콘텐츠 제작을 장려할 수 있는 공적 기금을 확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선, "더 이상 플랫폼 사업자의 적자를 보존해 주는 방식의 지원이 아닌 창작자의 창의성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 회장은 "콘텐츠 제작보다 적자 보전을 위해 정부의 지원을 기대했던 언론사와 이해관계 충돌은 있을 수 있겠지만 이는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이 역시 언론사 스스로 콘텐츠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이런 기반 위에 정부의 지원을 기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인터넷신문, 차별화를 꾀하라 "전문영역 개척해야"
문 회장에게 <더팩트>를 비롯한 인터넷신문이 문재인 정부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자연스럽게 이날 인터뷰에선 지난 2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인터넷신문위원회와 한국언론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인터넷신문의 오늘과 내일' 세미나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문 회장은 "현장에서 일하는 인터넷신문의 기자들, 사장들이 현실적인 고민을 털어놓아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인터넷신문의 현황과 발전방안을 논의하면서 학계와 현장의 간극을 메우며 건강한 인터넷신문을 위한 모습을 살펴보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문 회장은 '인터넷신문의 오늘과 내일' 세미나에서 느낀 바를 토대로 "인터넷신문은 차별화된 콘텐츠를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속보와 물량공세로 뉴스통신사 및 메이저 언론사와 경쟁할 수 있는 인터넷신문은 적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이렇게 말했다.
"온라인 공간은 열린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1인자만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이다. 때문에 인터넷신문은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특화된 전문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MCN(Multi Channel Network·다중 채널 네트워크)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 활성화 방안에 대한 실험이 가능하다."
문 회장은 온라인 매체의 신뢰도와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동시에 검색을 했을 때 수많은 뉴스 중의 하나 보다는 좀 더 색다른 정보, 전문성 있는 정보를 제공할 경우에 독자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에서 목적 없이 검색을 하다가 뉴스를 접하게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포털사이트(검색창)를 거친다. 인터넷신문의 콘텐츠는 독자적인 기사를 생산하지만 포털에서 검색되지 않거나 노출되지 않으면 소비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포털의 중립성'도 강조했다.
포털과 인터넷신문이 '동등한' 지위를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포털과 인터넷신문'의 상생 방안에 대한 문 회장의 복안은 무엇일까. 문 회장은 최근 인터넷신문이 수익구조를 주로 트래픽에 의존하다 보니, 인터넷신문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기 어려워진 현실을 꼬집으며 "원칙적으로 이해 당사자 간 합의가 중요하다. 당사자 간 상생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정책적 뒷받침도 가능하다. 포털에 지금의 지위를 부여한 것은 정부나 학계가 아닌 언론사 스스로라는 점을 상기하라"고 충고했다.
다만, 그는 "저작권 신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콘텐츠 창작기금에 해당하는 저작권의 기금을 포털이 조성해 콘텐츠 경쟁력 향상에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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