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문재인 대통령, 강경화 임명 '정면돌파' 선택한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다.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기장소로 이동하는 강 장관./이덕인 기자

[더팩트 | 오경희 기자] 임기 초 내각 인선에 진통을 겪는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강경화(62)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며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지난달 21일 후보자 지명 후 28일 만이다. 이에 야3당은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향후 정국은 급속히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강 신임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급 고위공직자가 임명된 것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다. 국회가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더라도 장관 인사는 대통령 직권으로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임명 강행' 카드를 낸 것은 '인선 상징성'과 '현실적 판단' 때문이란 관측이다. '남녀동수 내각'을 선언한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정부 요직인 외교부 장관 자리에 처음으로 여성 인사를 발탁해 '유리천장 깨기'란 호평을 받았다. 이에 따라 야3당의 반발에 떠밀려 지명을 철회할 경우, 공약을 스스로 파기했다는 오명을 떠안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달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외교부 장관 임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도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야3당(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은 강 장관을 '낙마 1호 인사'로 지목하고 인선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지난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연 강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한 '병역면탈,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원칙에서 여성으로서 병역을 제외한 의혹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의 요청에 따라 외교부 관계자들이 외통위에서 퇴장하고 있다. /이효균 기자

야당은 결국 청문보고서 채택에 반대하며 문 대통령이 강 장관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낙마는 물론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추가경정예산안 협조 불가 방침을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지난 15일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을 17일까지 결정해달라고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지만 야당은 끝내 반대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에도 문 대통령은 '강경화 카드'를 고수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강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서 "대통령과 인사에 관한 생각이 다르다고 '선전포고'라 하고, '협치는 없다'는 등 대통령과 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하는 것은 참으로 온당하지 못하다"며 야권을 향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야당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강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향후 정국운영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야3당은 당장 이번 임명을 '협치를 파괴한 문 대통령의 독선'으로 규정하고 '대여 공세'를 강화할 방침이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에서 '강경화 임명강행'에 대해 "협치 포기 선언이다"며 "제1야당인 한국당은 대통령의 국민 무시, 국회 무시, 협치 포기, 오만과 독선 인사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헌정사상 첫 일자리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하기에 앞서 노트북 앞에 인사실패. 협치포기 문재인 정부 각성하라라고 손팻말을 붙이고 있다./이새롬 기자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청와대는 능력과 도덕성 검증으로 장관 후보자를 가려야 한다는 원칙을 무너트리고 인사청문회와 절차적 민주주의를 무력화시켰다"며 "국민의당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한 이번 폭거를 강력히 규탄하고 즉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같은 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도부·외교통일위원회 간사진 회의에서 모두발언에서 "이제 협치(協治)는 중대한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며 "현실적으로 5대 원칙을 지킬 수 없다면, 공약(空約)이 된 상황인데 국민에게 사과하고 양해를 구한 다음에 인사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이를 발목잡기라 비판하면 국회와 야당의 역할 자체를 무시하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규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강 장관 임명 이후 다른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 정국은 '험로'가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김 공정위원장 임명을 강행했을 때에도 야당은 청문회 일정을 보이콧하며 강력 반발했다. 강 장관에 못지 않게 야당의 반대가 심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국회 인준 문제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인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 편성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등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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