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스토리] '판잣집' 소년가장에서 경제사령탑으로…김동연, 신화를 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 사령탑에 올랐다. 김 부총리는 15일 취임식에서 일자리 중심 선순환 경제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덕인 기자

[더팩트ㅣ윤소희 기자] '흙수저, 판잣집, 고졸·야간대의 신화, 주경야독….'

15일 공식 취임한 김동연(60)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붙는 수식어다. 유년시절 소년가장이었던 김 부총리는 상고출신으로 야간대학에 다니면서 행시와 입법고시를 동시에 합격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리고 대한민국 경제 사령탑에 오르면서 다시 한 번 그의 인생에서 신화를 썼다.

굴곡진 삶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꿔온 김 부총리는 이제 '경제 양극화'란 큰 산을 넘어야 한다. 지난달 21일 문 대통령은 그의 내정에 대해 "새 정부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저성장 위기 속 출범해 이른 시일 내 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를 통한 경제활성화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라며 "종합적 위기관리능력과 과감한 추진력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 부총리는 예산과 재정, 정책 기획 분야를 두루 거친 대표적인 정책통으로 분류된다. 그는 취임식에서 " 부동산 투기는 절대로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재천명한다"며 경제 개혁을 예고했다. 김 부총리의 인생 스토리를 되짚어봤다.

◆ 청계천 판잣집에 살던 소년가장…'주경야독' 입법고시+행정고시 패스

1957년 충청북도 음성군에서 태어난 김 부총리는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열한 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소년가장이 됐다.

그와 가족들은 급격하게 기운 가세에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 살게 됐고, 김 부총리는 어려운 형편에 가장으로서 홀어머니와 세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서울 덕수상고에 입학해 열일곱 살부터 한국신탁은행에 취직해 은행원으로 일했다.

은행원으로 꾸준히 돈을 벌었지만 김 부총리에게는 공부에 대한 욕심이 여전했다. 그는 1978년 국제대학교 야간대학(서경대학교 전신)에 입학, 같은 해 보충역으로 입대해 군 복무와 대학 학업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김 부총리는 낮에는 생계를 위해 은행에, 밤에는 대학을 다니며 고시 공부를 했다. 말 그대로 '주경야독' 끝에 1982년 제6회 입법고시와 제26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그는 입법고시 합격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입법조사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행정고시 합격으로는 이듬해 총무처와 경제기획원으로 옮겨 일했고, 이후 경제부처 요직을 거쳤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부총리는 2006년 참여정부에서 한국의 중장기적 목표와 전략을 담은 국정마스터플랜 '비전 2030' 보고서 작성을 주도했다.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에서 경제금융비서관을 맡았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거치며 32년의 공직 생활을 이어갔다.

이외에도 김 부총리는 기획예산처 사회재정과장과 세계은행 선임행정관, 기획재정부 제2차관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 2015년 아주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한 뒤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지난 1일 이임했다. 김 부총리는 총장으로 있던 당시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설하며 좋은 평을 받았다. /아주대학교 사이트 갈무리

◆ '월급까지 기부' 아주대 혁신 도전…'김동연 경제팀' 과제 산적

김 부총리는 2015년 퇴직 후 수많은 러브콜을 받았다. 그런 제의를 고사하고 김 부총리가 택한 길을 아주대학교 총장이었다. 그는 아주대 15대 총장 취임식에서 '세 가지 유쾌한 반란'을 제시했다. 세 가지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극복하는 반란 △우리 스스로 쌓아온 틀을 깨는 자기 자신에 대한 반란 △우리 사회를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한 사회에 대한 반란이다. 김 부총리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듯한 대목이었다.

김 부총리는 취임 후 학생 스스로 한 학기 동안 과제를 설정해 학점을 받는 '파란학기제'를 도입했다. 해당 프로그램으로 지난해에만 학생 201명이 '노인의 삶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제로에너지 하우스 설계 시공' 등 결과물을 내놓았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한 4주 간의 해외 연수 프로그램 '애프터 유'도 학생들의 환호를 받았다. 교육을 통한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려는 취지의 애프터 유는 가정 형편과 열정만을 기준으로 선발한다.

이외에도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제적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 '아주 희망 SOS'도 도입했다. 학교 안팎의 자발적인 기부로 기금이 마련되며, 김 부총리도 월급 절반을 쾌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부총리의 퇴임 소식에 가장 아쉬워한 건 아주대 학생들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 소식이 전해지자 아주대 대나무숲 페이스북에는 그를 향한 애정이 담긴 글로 도배될 정도였다. 김 부총리는 지난 1일 아주대학교 잔디밭에서 소박한 이임 행사를 가지며 학생들의 박수와 함께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달 21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 내정된 뒤 이달 7일 순탄하게 인사청문회를 거쳐 취임했다. /이덕인 기자

아주대를 떠나 '문재인호'에 승선한 김 부총리는 '경제사령탑'으로서 대한민국 경제를 이끈다. 그는 지난 7일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경제정책과 정책기획 및 조정 분야에서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췄고 저성장과 양극화 등 주요 경제현안에 대한 식견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회 문턱을 넘었다.

공식 출범한 '김동연 경제팀'이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다. 문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를 위해 초석을 다지는 건 물론,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처리와 최저임금, 세법개정안 등 당면한 과제가 한가득이다. 이러한 이유로 김 부총리는 취임식도 미뤘다. 취임식 전후에도 공식 일정으로 숨 돌릴 틈이 없다.

'흙수저 신화'를 쓴 김 부총리를 향한 청와대와 국민의 기대는 비례하다. 그가 경제부총리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 인생사에서 대한민국사에서 또 다른 획을 그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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