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눈] '자격 미달' 청문위원, '국민'을 운운할 수 있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의 요청에 따라 외교부 관계자들이 외통위에서 퇴장하고 있다. /이효균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8일 막을 내렸다. 7일부터 이틀간 국회에서 진행된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역시 다른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여야 청문위원들은 김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검증에 주력했다. 하지만 청문회를 통해 제대로 된 후보자의 자질 검증이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청문위원들이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검증한다는 구실로 내세우는 것은 바로 '국민'이다. 실제 일부 청문위원들은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공세를 취하면서 "국민이 보고 있다" "저는 국민을 대신해서 후보자를 검증하고 있다"고 연신 말하면 자신의 질문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했다.

문제는 이들의 이중적 행태다. 도덕성 검증의 명분으로 '국민'을 앞장세우면서도, 제대로 된 검증을 기대하는 '국민'들이 뻔히 지켜보는 청문회장에선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구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후보자의 말을 자르거나 충분한 발언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은 물론, 자신의 주장만 '도돌이표' 마냥 되풀이 하기 일쑤다. 상대적으로 '갑'의 위치에 있는 청문위원이 후보자를 피의자 심문하듯 몰아부치는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덧붙여 일부 청문위원들의 지나친 막말 공세는 보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할 정도다.

이날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선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의 '막말'이 논란에 휩싸였다. 이 의원은 청문회 마지막 날 간사 간 협의를 이유로 인사청문회가 정회되자 "저는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이라며 "5·18 정신에 정면 배치되는 사람이 헌법재판소장에 지명받고, 피해 받은 사람은 회유와 협박에 겁을 내서 못 나오고 이게 무슨 청문회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이 요청한 증인과 참고인이 출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한 것이었다.

홍문종(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머리를 의자에 기댄 채 잠들어 있다. /서민지 기자

이채익 의원은 또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자신들이 야당을 할 때는 특정업무경비 하나로 헌재소장 후보자를 낙마시켰다"며 "자기들이 야당할 때에는 특정 사안을 물고 늘어지고,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되나"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5·18 단체가 (김 후보자를) 옹호하고 5·18 정신을 모독했다"며 "전부 다 대한민국 어용 교수, 어용 NGO 단체"라고 비난했다.

오죽했으면 참고인으로 참석한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말씀 조심하라. 증언을 하려고 왔는데 어용이라니"라고 불쾌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냈을까.

이채익 의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배용주 씨를 상대로 질의를 하는 과정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 소요"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폄훼하기도 했다.

인사청문위원의 자격 미달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7일 홍문종 한국당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의자에 목을 뒤로 젖힌 채 잠든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한국당이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낙마'에 총력을 기울였던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였음에도 그는 졸았다. 사람이라 쏟아지는 잠을 어쩔 수 없다지만, 시간과 장소가 문제다. 말 그대로 '국민'이 지켜보는 인사청문회장에서 자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청문위원들은 나라의 주요 요직을 이끌 후보자들을 상대로 '현미경 검증'을 한다. 하지만 정작 온라인상에서 누리꾼들은 국회의원들의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누가 누굴 검증한다는 것이냐'는 비판이 눈길을 끈다. 앞으로도 김부겸(행자부)·도종환(문체부)·김영춘(해수부), 김현미(국토부) 후보자 등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예고돼 있다. 품격 있는 인사청문회를 기대한다.

yaho1017@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