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국민의당은 8일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결론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에 부적격 보고서 채택을 요구하기로 하고, 이에 민주당이 합의하지 않을 경우 채택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8일 최명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의당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해선 이날 2일차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끝까지 지켜본 뒤 채택과 표결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인 경우 청문보고서 채택에 응하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일부 의혹에 대한 감사청구 등을 조건으로 협조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 '부적격' 강경화·'보류' 김이수…이유는?
이언주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강경화 후보자의 부적격 사유와 관련해, "위장전입, 세금탈루, 거짓해명 등 도덕적 흠결이 해소되지 않았다. 동시에 도덕적 흠력을 만회할 만한 업무능력이 발견되지 못했다. 외교부 개혁과 4강 외교 등에 대한 비전제시도 매우 초보적이고 실망스런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이수 후보자에 대해선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길들이기와 재판관 줄 세우기를 할 우려가 높다. 임기가 1년 3개월 남았기 때문에 향후 나머지 재판관들이 1년 3개월 후에 헌법재판관 소장으로 지명될 가능성이 있어 소장이 되기 위해 정부에 코드를 맞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즉, 나머지 헌법재판관들이 소장이 되기 위해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헌법재판관으로서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어 이 원내대표는 "국민적 논란이 큰 사안(통진당 해산)에 대해 8대 1이라는 소수 의견을 낸 분을 헌재를 대표하는 헌재 소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국민적 동의를 얻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 "흠결 있으나" 김상조·김동연은 '채택 협조'
반면 국민의당은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선 중재안을 제시하며 '조건부 채택'으로 결론냈다. "김 후보자는 5대 원칙에 위반되는 등 도덕적 흠결이 심각하나 후보자의 재벌개혁 등 개혁성을 고려해 국민의당이 제시한 중재안이 수용되면 청문보고서 채택에 협조할 수 있다"는 게 이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국민의당이 제시한 중재안은 "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이 주장한 후보자 부인의 부정채용(토익점수 표기 등)과 관련해 감사원 감사와 검찰고발을 수용하는 것"으로, 지난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 동의안 때 '보이콧'을 행사한 한국당을 채택안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방안이다.
김동연 후보자에 대해서는 '채택'하기로 했다. 이 원내대표는 "병역의혹 해소되지 않은 점 등 다소 미진한 점이 있으나 업무역량 등을 고려, 보고서 채택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재위 간사인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이 "고졸 출신의 가장으로서 은행원으로 일하던 20세일 때 추가 시력검사를 통해 보충역으로 빠졌다. 이런 상황에 김동연 후보자가 병무청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이득을 받을만한 처지에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할만한 사유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고, 이에 국민의당 의원들의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강경화 부적격'에 발등에 불 떨어진 靑
국민의당이 강경화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판정을 내리면서 청와대는 비상이 걸렸다. 강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의 캐스팅보트를 쥐었던 국민의당이 등을 돌리면서 청와대는 낙마 가능성까지 염두에 둘 처지에 몰린 것이다.
강 후보자는 자녀 위장전입, 이중국적, 증여세 늑장납부, 부동산 투기 의혹, 자녀와 과거부하 직원 동업문제 등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고위공직자 5대 비리 배제원칙'에 어긋나는 항목이 생기면서 전날(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청문회에서 야당으로부터 십자 포화를 맞았다.
야당의 이 같은 반대에도 문 대통령은 법적으로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내각의 경우 국회가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더라도 본회의 인준을 거쳐야 하는 총리를 제외하고는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야당의 반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집권 초기 개혁입법에 대한 야당의 협조가 어느때보다 절실한데, 여소야대 국면에서 '협치'를 깨버린 셈이 돼 '임명 강행'도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