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오경희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 (61·구속 기소) 씨의 딸 정유라(21) 씨의 강제송환 비용으로 수천만 원의 세금이 쓰인 것으로 1일 <더팩트> 취재결과 확인됐다. 정 씨 본인의 항공료(편도)를 포함한 그의 신병확보를 위한 국내 법무부 호송팀 현지 파견 예산(왕복 항공료, 숙박료 등) 등 제반비용은 범죄인도를 청구한 국가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정갑윤 의원실을 통해 <더팩트>가 단독 입수한 법무부의 '지난달 30~31일 정유라 강제송환 비용'에 의하면 정 씨의 송환비용으로 법무부가 지출한 금액은 총 2385만여 원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정 씨 송환 항공료(편도) 256만8200원, 법무부 호송팀 5명(소속 검사 및 사무관 각 1명, 특별수사본부 수사관 3명)의 왕복 항공료 1918만500원와 숙박료 포함 체제비 211만410원 등이다.
법무부는 범죄인인도 절차에 따라 지난달 30일 오후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서 네덜란드 암스텔담 공항을 거쳐 지난달 31일 오후 3시 5분경 인천공항으로 정 씨를 강제송환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12월 21일 정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그는 덴마크에서 도피생활을 하며 버텼다.
이후 지난 1월 1일 덴마크에서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됐고, 3월 17일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에 한국 송환 불복 소송을 냈다. 그러나 기각되자 고등법원에 항소한 그는 지난달 24일 돌연 항소심을 자진 철회했다. 5개월여(245일)의 도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한국 법무부는 지난달 24일 덴마크 법무부로부터 '정유라가 범죄인인도 결정에 대한 이의를 철회했음'을 공식 통보받았고, 덴마크 당국과 신병 인수 일정 협의에 착수했다.
덴마크는 지난 2011년 12월 29일 발효된 '범죄인인도에 관한 유럽 협약' 및 '형사사법공조에 관한 유럽 협약'에 가입한 국가로, 정유라 송환절차와 비용 등도 바로 이 협약에 근거한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범죄인이 자발적으로 귀국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인인도 결정에 따라 강제로 송환되는 경우에는 범죄인인도를 청구한 국가가 제반비용을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면서도 "하지만 협약에 따라 덴마크에서 소요되는 비용(구금에 소요되는 비용 등)은 해당국가에서 부담한다"고 말했다.
'범죄인인도에 관한 유럽협약' 제24조(비용)는 ①인도로 인하여 피청구국의 영역 내에서 발생한 비용은 피청구국이 부담한다. ②통과요청을 받은 당사국의 영역을 통과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은 청구국이 부담한다. ③피청구국의 본국 이외의 영역에서 인도가 이루어지는 경우, 그 영역과 청구국의 본국 영역 간 이동에 의해 발생하는 비용은 청구국이 부담하며, 피청구국의 본국 이외의 영역과 본국 영역 간 이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서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유라 씨를 상대로 송환비용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 씨가 국정농단 사건의 최대 수혜자이고, 더구나 올해 1월초 자진귀국 의사를 밝혔다가 돌연 귀국을 취소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31일 인천공항에서 '정유라 구속수사 및 엄정처벌 촉구 피켓시위'를 가진 청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1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유라 처벌은 개인에 대한 단순 처벌이 아니라 국정 농단과 헌정 유린의 최대 수혜자에 대한 처벌"이라며 "자진귀국 철회로 인해 발생한 송환비용 등은 구상권 청구를 해서라도 국민 세금을 돌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2일 0시 25분께 정유라 씨에 대해 업무방해, 외국환관리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씨의 구속 여부는 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