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자유한국당이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에 '불가' 당론을 결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야당에 양해를 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는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한국당은 29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사실상 총리 인준안 처리에 수용 불가 방침을 정했다. 문 대통령이 야당의 사과 요구에 응하면서 난항을 겪던 이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이 급물살을 탈것으로 예상됐으나, 한국당은 위장 전입 의혹을 시인한 이 총리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명분은 문 대통령이 제시한 '5대 인사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한국당 원내수석대변인 정용기 의원은 30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약속을 스스로 어기는 부분에 대해 원칙을 지키고 강변하고 있다"며 "이 자체가 논리적으로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먼저 정해놓고 그 사람에 맞춰서 기준을 조정하는 것은 원칙도, 기준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5대 인사)원칙에 어긋나는데, 이 후보자를 통과시켜주면 강경화 외무부 장관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줄줄이 지명된 사람들을 다 통과시켜야 한다는 얘기인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 총리 인준안 처리에 동의할 경우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초기 내각 각료를 모두 통과시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병역 면탈, 부동산투기,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문제가 있는 사람은 고위공직자 임용에서 원천 배제한다는 5대 인사원칙을 정해 공언한 바 있다.
여전히 한국당은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대선 평가 대토론회'에서 "궤변 수준의 무원칙하고도 자의적 인사기준을 청와대가 설정하고 국회가 무조건 따르라고 하는 것은 오만과 독선에 불과하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거듭 천명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이 후보자의 인준에 협조할 뜻을 정하면서 한국당의 반대에도 이 후보자의 국회 인준은 오는 31일 본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에도 한국당이 청와대와 대치하는 것을 두고 '강한 야당' 면모를 보이기 위한 힘겨루기라는 설도 나온다. 여기서 물러날 경우 국회내 주도권은 물론 문재인 정부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보수 정권은 초기 당시 인사 문제로 야권과 대립했다.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와 박근혜 정부의 윤창중 수석 대변인 기용이 대표적인 예다. 때문에 청와대와 야권의 인식이 문재인 정부에까지 계속되고 있다 데 기초한다.
대선 패배 이후 여당과 정당지지율에서 큰 격차를 보이는 한국당은 보수층의 결집을 위해 청와대와 각을 세우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더팩트>에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5대 인사원칙을 내세웠던 만큼 내용상으로 한국당에 명분은 있다"면서 "한국당이 (야성을 보임으로써) 지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마지막까지 강경 노선으로 갈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