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덴마크 올보르 구치소에 수용된 최순실(61, 구속기소)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지난 1월 1일 체포된 지 144일 만에 한국행을 수용했다. 정 씨는 한국행 항소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 검찰은 24일(한국 시각) 트위터를 통해 "정 씨의 한국 송환이 최종적으로 결정됐다. 정 씨가 고등법원에 제출한 항소심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다만, 정 씨의 한국 송환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검찰은 한국 사법당국과 협의해 향후 30일 이내에 정 씨를 한국으로 보낼 예정이다.
정 씨는 그동안 덴마크 검찰의 한국 송환 결정과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의 1심 판결에 반발, 고등법원에 한국 송환결정 불복 항소심을 제기했다. 그러던 정 씨가 24일 돌연, 항소심을 철회하고 한국행을 받아들였다.
정 씨가 돌연 항소심을 포기하고 한국행을 결정한 데는 고등법원의 경우 1심 결정에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뒤집힐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뿐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구속, 새 정부 출범 등 정 씨가 버틴다고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 특검은 정 씨가 귀국을 거부하고 덴마크에서 버티자 체포영장 유효기간을 오는 2023년 8월까지 6년 6개월을 연장했고, 법원도 이를 수용했다. 정 씨가 덴마크에서 소송을 이어간다 해도 승소 가능성이 희박할 뿐만 아니라 체포영장 유효기간까지 버티기 어렵다는 점도 정 씨의 한국행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정 씨의 한국행 결정으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그리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과, 이화여대 특혜 입학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리게 됐다. 특검은 정 씨에 대해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사 특혜 의혹, 삼성전자의 제3자 뇌물 수수 의혹 등의 혐의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정 씨의 말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이 부회장 재판은 요동칠 수도 있다. 만약 정 씨가 법정에서 삼성의 지원은 최 씨의 강요에 의한 것으로 증언할 경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모두 삼성의 지원은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 등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신 정 씨에 대한 지원과 재단 설립 자금을 낸 것을 뇌물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모친 최 씨의 최측근인 정 씨의 입에 따라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편 정 씨는 지난 1월 1일 덴마크 북부 올보르의 한 단독주택에서 체포됐다. 정 씨는 체포 직후부터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한국에 가겠다고 밝혔으나 송환에 불복하는 소송을 이어갔다. 정 씨는 지난 3월 17일 덴마크 검찰이 한국 송환을 결정하자 법원에 송환 불복 소송을 제기했지만, 4월 19일 1심 법원은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정 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다음 달 8일 예정된 항소심을 돌연 포기하고 한국행을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