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재판을 대하는 '40년 지기' 박근혜-최순실의 '눈빛'

53일 만에 법정 외출을 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40년 지기 최순실 씨를 23일 재판정에서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이 특별한 탓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재판정에 선 두 사람의 표정은 판이하게 달랐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53일 만에 법정 외출을 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40년 지기 최순실 씨를 23일 재판정에서 만났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이 특별한 탓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게 사실입니다.

피고인 박근혜와 그의 사적인 부분에 도움을 줬을 뿐이라는 최순실 씨의 인연은 40년이나 됩니다. 40년 동안 영광을 함께했던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는 공교롭게도 법의 심판대에 같이 서게 된 것입니다. 두 사람이 오늘과 같은 장면을 상상이나 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최 씨보다 먼저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의 모습은 지난 3월 31일 구속영장 실질심사 당시와 크게 달라진 모습이 없었습니다. 다만, 화장을 하지 않은 탓에 약간 수척해진 듯했지만, 특유의 올림머리를 한 상태였습니다. 이후 최 씨가 법정에 도착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10시 직전 서울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 들어섰고, 이후 최 씨가 들어왔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최 씨가 들어왔지만, 앞만 응시한 채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최 씨는 박 전 대통령을 곁눈으로 잠깐 보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40년 지기는 어색하게 각 자리에 앉았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3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지 53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 사진공동취재단

그런데 두 사람의 법정 모습은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시종일관 눈을 감고 있거나 초점을 잃은 듯 앞만 응시했습니다. 반면, 최 씨는 여전히 날카로운 눈빛을 보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죄인이며 박 전 대통령은 죄가 없다는 옹호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 씨는 "40년 동안 지켜본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나오시게 돼 (제가) 죄가 너무 많은 죄인인 것 같다"라며 "박 전 대통령은 (대기업 출연금 요구를) 절대 뇌물로 생각하지 않았다. 검찰이 (뇌물로) 몰고 가는 형태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최 씨는 박 전 대통령은 기업과 더블루K 등과 연결된 것들 자체를 알지 못한다고 변호했습니다. 최 씨는 또 "검찰은 처음에 이미 박 전 대통령 축출을 결정한 것 같다"며 "저한테 모든 것을 시인하라고 했고 경제공동체라는 것을 박 전 대통령과 엮으려고 굉장히 애를 많이 썼다"라고 재판정에서 목소리를 높였다고 합니다.

최 씨는 40년 동안 지켜본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나오시게 돼 (제가) 죄가 너무 많은 죄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순실이 23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최 씨가 이처럼 적극적인 변호에 나선 것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은 별다른 발언이나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유영하 변호사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그러자 재판부가 "피고인도 전부 부인하는 것이 맞느냐"고 물었고, 박 전 대통령은 "네, 변호인의 입장과 같습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판부가 '추가로 더 말할 사안이 있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추후에 말씀 드리겠습니다"라고 말을 아꼈습니다.

40년 지기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법정 만남은 이날 오후 1시께 종료 됐습니다. 약 세 시간 동안 짧은 만남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판부는 "소추권자가 특검이든 일반 검사든 적법하게 구공판 해 기소된 걸 병합하는 건 법리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된다"며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뇌물 사건을 합쳐 재판을 같이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두 사람의 40년 지기가 이어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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