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재필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61) 씨와 공모해 삼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총 592억원대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첫 재판이 23일 열린다. 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헌정 사상 세 번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첫 재판을 진행한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두 차례 진행된 공판 준비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어서다. 하지만 정식 공판에는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3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지 53일 만에 언론에 처음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준비절차에서도 혐의를 모두 부인한다는 뜻을 밝혔었다. 박 전 대통령 측은 그동안 최씨가 삼성에서 뒷돈을 받는 등 불법행위를 한 사실을 몰랐고, 삼성에서 경영권 승계작업을 도와달라는 부탁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도 대기업들에 직접 출연을 요구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반박해 왔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최씨 측도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한 사실이 없고, 뇌물죄의 구성요건인 대가성, 부정한 청탁도 없다는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검찰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사실상 경제적 이익을 공유한 '경제공동체'로 보고 있다.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돕는 대가로 최씨가 금품 지원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53일 만에 언론에 노출되는 만큼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모습으로 법정에 나올지도 관심사다. 박 전 대통령은 미결 수용자이기 때문에 수의 대신 사복을 입고 법정에 출석할 수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특유의 '올림머리'는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올림머리에 필요한 머리핀은 구치소 내에 반입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순실 씨와의 법정 만남도 관심거리다. '40년 지기'인 최 씨와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말 최씨의 구속수감 이후 최소 7개월 이상 만나지 못한 만큼 이들이 법정에서 서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두 번째 정식재판은 25일 열릴 예정이다. 이날은 피고인 가운데 박 전 대통령만 출석해 최씨에 대해선 심리가 마무리된 직권남용·강요 혐의에 관한 서류증거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사건과 최씨의 뇌물 사건은 병합해 매주 월·화요일에 증인신문을 이어가고, 직권남용·강요 혐의는 매주 1∼2회 별도로 서류증거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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