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철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시작 첫날 10일의 행보는 '격식' 보다는 '소통'이었다. 국가 최고 권력을 양손에 거머쥔 문재인 대통령의 평소 소탈한 성격을 그대로 보인 하루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 9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당선을 의결하면서 임기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이순진 합참의장에게 전화 보고를 받고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하며 군통수권자로서의 첫 업무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사저를 나와 홍은동 주민들과 반갑게 인사한 후 각 정당 대표들을 만나 '통합'을 부탁했다. 국회로 이동한 문 대통령은 본청 로텐더홀에서 약 20분간 대통령 취임선서식을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선서 후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광화문시대 대통령이 돼 국민들과 가까운 곳에 있겠다"고 선거 내내 밝혔던 내용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취임선서를 마친 문 대통령은 청와대로 향하며 길 양옆에 줄지어 선 시민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손을 흔들던 문 대통령은 차량 선루프를 열고 일어나 활짝 웃으며 한참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행동은 짜인 각본이 아닌 시민들을 보고 즉석에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첫날 행보 중 가장 신선했던 장면은 청와대 첫 기자회견이 아닐까 싶다. 문 대통령은 춘추관에 직접 나와 국무총리에 이낙연 전남지사를, 국정원장에는 서훈 이화여대 교수를 각각 후보로 지명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에는 임종석 전 의원을, 경호실장에는 주영훈 전 청와대 경호실 안전본부장을 임명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과거 정부와 확연하게 비교된다. 역대 대통령들의 행보와도 다르다. 역대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나 중요 사안이 있을 경우 직접 언론에 나섰다. 인사 발표로 언론 앞에서 직접 발표하고 그 배경을 설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동안에는 청와대 홍보수석이나 대변인 등이 인사를 발표하는 게 관례였다. 문 대통령은 임기 첫날부터 과감히 관례를 깬 것이다.
문 대통령은 또, "앞으로도 국민께 보고할 중요한 내용은 대통령이 직접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대통령 기자회견이 있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정도다.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2007년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을 직접 소개했던 모습을 떠올리게 했을 정도로 파격적인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되지 않겠다고 했다.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국민은 불통과 밀실인사는 비선실세, 국정농단 그리고 탄핵으로 끝난다는 것을 박근혜 전 대통령을 통해 경험했다.
오랫동안 경험하지 못한 국가 최고 권력자의 격식 없는 소탈한 모습에서 국민은 문 대통령에 더 많은 기대를 할 것이다. 문 대통령도 국민이 왜 소통을 바라는지 지난 겨울 차가운 거리에서 경험했다. 국민은 문 대통령이 공약한 광화문시대 대통령의 모습을 벌써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문 대통령이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은 누가 뭐래도 '국민'과의 '소통'의 길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