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제19대 대통령 탄생, 이제는 '국민 통합'이다

제19대 대통령선가가 9일 치러진다. 지난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로 당선될 새 대통령의 최대 과제로는 통합이 꼽히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헌정 70년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탄핵을 선언하며 이같이 밝혔다. 헌재는 지난해 9월 촉발한 최순실(구속기소) 국정농단의 중심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날 헌재 결정은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의 첫걸음마를 떼는 계기가 됐다.

탄핵과 함께 60일 안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했던 대한민국 국민은 마침내 오늘(9일) 제19대 대통령을 뽑는다.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이를 방조하고 도운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급히 치러지는 선거는 탄핵 과정에서 촛불과 태극기로 분열을 빚었다. 또, 사상 최다 후보가 나선 다자대결 구도에서 치열한 네거티브 공방이 벌어졌고,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인 지난 1주일간 '깜깜이 선거'로 진행됐다. 이제 최종 결과만을 남겨놓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씨와 공모 등 13개 혐의에 대해 구속기소됐다. 사진은 지난 3월 31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 구치소로 들어서는 박 전 대통령 모습. /남용희 기자

헌정 사상 유례 없는 진통을 겪으며 새롭게 선출되는 대통령의 첫 과제는 국민 통합이다. 3자 4자 진영으로 나뉜 정국을 하나로 묶는 일이다. 쉽지 않은 과제인 것만은 분명해 보이지만 그만큼 새 대통령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미 후보 모두 통합을 이야기한 마당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통합'이라는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는 일만큼은 필연이다.

물론 통합 과정에서 상당한 아픔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비호했던 공조세력에 관한 청산 때문이다. 정치권, 재벌, 공직자 등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 또한 새 대통령이 넘어야 할 산이다. 그래서 결자해지(結者解之-일을 저지른 사람이 일을 해결해야 함)의 해법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은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고, 21세기 세계화 지식·정보화 사회에 능동적으로 적응해 세계 일류 국가를 건설하자며 '제2의 건국운동'을 천명했다. 김 전 대통령의 제2 건국은 외환위기에 따른 경제위기와 사회분열 등 극도로 악화된 정국 수습을 위한 나름의 대책이었다.

'제2건국위(제2의 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가 대통령자문기구를 공식출범시키며 과거의 적폐 청산을 위한 운동으로 ▲부정부패추방운동 ▲국민화합운동, 21세기에 대비하는 운동인 ▲신지식인운동 ▲한마음공동체운동 ▲문화시민운동 등을 펼쳤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이 건국운동은 끝내 실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촛불집회(왼쪽)와 태극기집회 등이 개최되며 국민 분열을 겪고 있다. /더팩트 DB

지금은 새 대통령 역시 제3의 건국운동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도 할 수 있다. 2017년 대한민국에 놓인 과제는 20년 전 당시 기조와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앞에 놓인 과제가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의미다.

진영에 따라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바가 다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국민 모두가 바라는 분명한 한 가지는 '먹고살 만한 나라'에 대한 염원이 아닐까 싶다. 먹고살 만한 나라에는 '안보가 튼튼한 나라' '노후가 걱정 없는 나라' '차별 없는 나라' '취업 걱정 없는 나라' '부정부패가 없는 나라' 등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새 대통령에게 필요한 또 한가지는 '소통'이다. 국민의 소리를 듣고 이에 답하는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대통령에게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미 증명했다. 따라서 새 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한 권한이 얼마나 무겁고 무서운지를 항상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 국민이 또다시 대통령 탄핵이라는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다.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은 통합을 위해 연대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홍준표 자유한국당, 안철수 국민의당, 유승민 바른정당,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왼쪽부터) /더팩트DB

새 대통령은 누가 되더라도 '여소야대'라는 정치적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연대, 연정은 불가피하다. 정치권이 이미 이를 더 잘 알고 있음에도 대선 패배를 이유로 새 정부의 정책에 걸핏하면 딴죽을 걸 수도 있다. 하지만 탄핵으로 치러지는 대선 정국에서 정치권의 구태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지난 주말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정치인과 통화를 했다. 대화 주제는 당연히 대선 문제였다. 이 정치인은 앞으로 정치 상황에 관해 "최근 바른정당 탈당 의원들이 국민적 손가락질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이젠 정치인이 눈속임으로 국민을 속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정치도 이런 국민 수준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데 아직도 모르는 정치인들이 있다. 어차피 누가 되는 새 정부가 들어설 텐데, 정치권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보이콧할 경우 국민으로부터 철저하게 심판받게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국민도 투표로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투표하지 않고 변화를 바라는 것은 민주주의 국민의 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자신들이 위임한 권한을 탄핵으로 직접 회수했다. 언제라도 가능해진 시대가 된 것이다. 탄핵은 국민적 분열을 잉태했다는 점에서 보면 분명 불행이다. 이런 국민적 불행을 끝내기 위해 새 대통령과 정치권은 임진왜란 당시 서애 류성룡에게 이순신 장군이 보낸 서신 '재조산하'(再造山河 나라를 다시 만들다)를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다. 그 바탕에 숨은 뜻은 바로 애민(愛民)이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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