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민지 기자] 지지율 하락세에 빠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마지막 승부수로 '김종인 조커' 카드를 꺼내들었다. 안 후보는 자유한국당에 대해 선을 그으며 독자적 위상을 부각하는 반면, 김종인 개혁공동정부 준비위원장은 연대 가능성도 열어두면서 보수층 유인 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이다.
안 후보는 한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다 최근 더블스코어 차로 벌어졌다. 안 후보는 '대반전'을 노려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1일 발표된 미디어오늘·에스티아이 조사에서 문 후보가 46.0%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안 후보 19.2%, 홍 후보 17.4%, 심 후보 8.2%,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4.8%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9~30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RDD 자동응답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8.5%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안 후보의 지지층 일부를 홍 후보가 가져가면서 '1강 2중 2약' 구도로 재편된 것이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가 시작되는 3일 '깜깜이 선거'까지 앞두면서, 국민의당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대선판을 두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과연, 김 위원장은 안 후보에게 '기적의 반전'을 선물해 줄 수 있을까. 여의도는 김 위원장의 여야를 넘나드는 '물밑 접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김종인 카드로 위기극복?…'안철수 중심 세결집' 시도
일단 여의도 안팎에선 김 위원장의 등판이 '사후약방문'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제 아무리 뛰어난 김 위원장을 데려 왔어도, 반문(반문재인)연대 성사와 같은 근본적인 구도 변화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현재 판세가 뒤집히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샤이 보수층'이 대거 투표장으로 향하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두 자릿수 득표율로 문 후보의 지지층 상당부분을 가져갔을 때만 뒤집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동물적 감각으로 '반문연대'를 성사시켜 안 후보를 극적으로 당선시킬 것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 5년간 선거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는 '불패신화'를 만들었다. 2012년 새누리당이 당명까지 바꾸고 고전할 때 과반의석을 넘기는 결정적 공을 세웠다. 또, 지난해 총선 때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등판해 '원내 1당'을 만들었다.
안 후보가 '불패신화' 김 위원장을 제대로 된 조커로 활용하려면,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쥐어주고 지금부터라도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대선후보에게 통합내각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홍준표, 유승민 후보를 만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안 후보를 중심으로 한 '세결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최소한 3~4일 내 전격적인 타협 없이 안 후보가 지금처럼 '김 전 대표가 공동정부를 만들테니까 보수들은 알아서 와서 나를 찍어주세요'라고 한다면 승산이 없다"면서 "'정치쇼'를 넘어 정말 진정성 있게 '문재인 후보를 비롯한 패권주의자들에게 정권을 넘겨주면 안되는 절박함'을 보여주지 않으면, 오는 9일 결과는 안 후보는 홍 후보에게 2위를 내주고 3위로 내려앉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현재 안 후보가 문 후보를 꺾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보수유권자들이 안 후보에게 전략적으로 표를 주는 거다. 그런데 홍 후보가 오차범위 안팎에서 안 후보와 싸우는데, 중도보수 유권자들이 애써서 안 후보를 뽑을 이유가 없지 않나. TK(대구경북) 정서가 보름 전만해도 '홍찍문'이었지만, 현재는 '안찍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김 위원장은 이날에 이어 2일도 물밑에서 비공개 일정을 소화하며 '개혁공동정부' 준비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 측근 최명길 국민의당 의원은 같은 날 "김 위원장은 위원장직을 수락하기 전부터 진행해온 개혁공동정부 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일부 진전을 만들어가고 있다. 모든 일은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 정당한 선택을 돕기 위한 일이며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安, 남은 변수 주력…'숨은표'를 모아라
양강구도가 무너졌지만 국민의당은 대선 승리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 선거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해 4·13 총선을 들곤 한다. 공직선거법상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 여론조사 결과보다 실제 정당득표율이 2배 가까이 높았다.
지난해 총선 당시 한국갤럽이 여론조사 공표기간 직전인 4월 4~6일 전국의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 홈페이지 참고)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14%였다. 그러나 이후 '깜깜이 선거' 기간을 거쳐 나온 실제 투표결과에서 국민의당의 정당 득표율은 26.7%였다.
특히 안 후보는 총선 당시 서울 노원병에서 여론조사 공표 전에 여론조사 지지율이 30%대 중후반에 머물렀지만 총선에서는 52.3%의 득표율을 올리기도 했다.
안 후보 자신 역시 요즘 미국의 '트럼프 vs 힐러리' 구도에서 판세를 뒤집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사례를 자주 언급하며, '깜깜이 선거'에서 숨은표를 끌어들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안 후보의 절박함은 같은 날 인천 유세에서도 반영됐다. 안 후보는 이날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광장에서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다. 그대로 있다가는 모두 죽는다, 반드시 변화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트럼프를 당선시켰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기득권 양당 중에 한 정당이 허물어졌다고 또 다른 정당을 뽑아서 옛날 그대로 머물러야 하는가. 안 된다. 변화해야 한다"고 외쳤다.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본부장인 김영환 최고위원 역시 샤이보수의 '숨은표'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김 최고위원은 1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지난해 총선과 안 후보 노원병 당선 결과를 예로 들며, "현재 숫자놀음에 불과한 여론조사가 표심과 선거운동에 영향을 주는 무지막지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대선은 지난 총선의 '재판'이다. 15%의 묻힌표가 있다고 단언한다. 우리는 지금 문 후보가 아닌 여론조사와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깜깜이 선거에서 민심은 여론조사의 영향을 받지 않고 차분히 누구를 뽑을 것인가 결정하리라 본다. 3일 이후 본격적인 민심 이동이 시작되고,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면서 "25% 정도의 무당층이 있고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동층이 약 30%가량 있기 때문에 현 판세에서 30~40%가 유동적이라고 보고 있다. 얼마든지 추월 가능하다고 보고 승리의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