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재필·이덕인·임세준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불구속 기소된 우병우(50·사법연수원 19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지난달 12일 구속영장 기각 이후 아내 이민정 씨와 함께 장모인 김장자 씨 집을 수시로 오가며 본격적인 공판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더팩트> 취재 결과 확인됐다. 우 전 수석이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한 이후 언론에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우 전 수석은 5월 1일부터 시작되는 재판을 앞두고 가족회사 '정강' 사무실 이용을 자제하고 그동안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다른 곳에서 극도로 보안에 신경을 쓰며 변호인으로 추정되는 관계자와 장시간 회의를 하는 등 치밀하게 재판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더팩트> 취재진이 지난 4월 초부터 20여 일 동안 우 전 수석 주변을 취재한 결과, 우 전 수석은 변호인으로 추정되는 관계자와 함께 불구속 기소된 장모 김장자 씨 등 재판에 관계 있는 극히 일부만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을 뿐 외부와의 접촉은 거의 없었다. 아내 이모 씨도 기소된 상태다.
◆외부와 접촉 끊고 재판 관계자들과 두문불출 '공판 준비'
우 전 수석이 <더팩트> 취재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날은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지 6일 만인 4월 18일이다. 이날 우 전 수석은 변호인으로 추정되는 50대 초중반의 남성과 자택에서 차로 불과 2~3분 떨어진 같은 아파트 다른 동 주택에서 장시간 머물렀다. <더팩트> 취재진은 우 전 수석을 인터뷰하기 위해 우 전 수석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으나, 늦은 밤까지 차량의 움직임은 없었다.
50대 남성의 손에 서류뭉치와 가방이 들려 있는 것으로 미뤄 재판 준비를 위한 회의를 가진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이곳은 그동안 언론에 노출된 자택이나 가족회사 '정강', 자신의 장모 집이 아닌 새로운 장소로, 주변의 눈을 피하기 위해 물색한 회의 장소(?)인 듯했다.
우 전 수석은 차에 타거나 도보로 이동 중일 때 먼저 주위를 살피며 주변 시선을 상당히 의식했다. 이날 오후 6시 20분쯤 자택을 나온 우 전 수석은 주변을 의식하며 자신을 태우러 온 승용차에 탑승했다. 우 전 수석의 자택 경비는 우 전 수석이 나온 후 차량에 타기까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우 전 수석이 노출되지 않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은 푸른 색 계열의 상의와 자켓 등 밝은 색의 옷차림이었으나, 경비원의 인사도 못 들을 정도로 생각에 골몰해 있는 등 얼굴 표정은 무거워보였다.
지난달 26일 오후 우 전 수석은 압구정동 자택에서 나와 주변을 의식하며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가족회사 '정강'이 있는 논현동 청원빌딩으로 이동했다. 우 전 수석은 3시간 여를 사무실에 머문 뒤 관계자와 함께 지하2층 주차장까지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이동한 뒤 경비원의 안내로 차량 운전석에 탑승했다. 관계자와 경비원은 우 전 수석의 차량이 사라질 때까지 제 자리에서 배웅했다.
앞서 4월 17일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이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되자 '검찰의 부실 수사' '봐주기 기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 의혹을 특별검사가 수사하는 '우병우 특검법'을 지난달 26일 발의했다.
박 의원은 "우 전 수석은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을 묵인·방조하고 관련 의혹을 은폐했으며 세월호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검찰과 특별검사의 수사가 있었고 구속영장도 두 차례 청구됐으나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영장이 기각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 수뇌부까지 뻗어 있는 소위 '우병우 사단'이 우 전 수석을 봐주기 수사하고 기소했다고 보기 충분하다"며 "독립적 지위를 갖는 특검을 임명해 최순실 국정 농단의 공범인 우 전 수석을 엄정하게 수사하고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우 전 수석에게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과 특별감찰관법위반, 직무유기, 국회증언감정법위반 등 8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넘긴 범죄 사실 11개 중 6개와 특수본이 밝혀낸 범죄 사실 2개다.
◆우 전 수석, 아내와 함께 장모집에서 '재판준비'?
우 전 수석은 함께 기소된 아내 이 씨, 장모 김 씨와도 두 차례 이상 모임을 가졌다. 4월 19일에 이어 같은 달 29일 우 전 수석은 아내 이 씨와 함께 장모집에 들러 장시간 머물렀다. 평소에도 이들은 자주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장모 김 씨는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에 관여한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이 씨는 가족회사 '정강'의 회사 카드와 차량을 개인용도로 1억6000만 원 가량을 사용해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장모 김 씨는 화성 땅을 차명보유한 혐의(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위반)다.이들의 가족모임이 재판 준비를 위한 모임인지는 확언할 수 없지만, 이들 모두 '최순실 게이트'로 의혹이 불거져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재판과 관련된 얘기를 나눴을 것으로 추정을 할 수 있다.
특히 재판준비기일을 이틀 앞둔 4월 29일 오후 1시께 우 전 수석은 아내 이 씨와 자신의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장모 김 씨의 집으로 향했다. 이 씨는 검정색 마스크를 착용하며 빠른 걸음으로 집에 들어가거나 차량에 탑승하는 등 주변을 의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들은 이날 밤 9시쯤 장모 집에서 나와 자택으로 돌아갔다.
우 전 수석은 4월 26일에는 오후 3시35분쯤 자택을 나와 가족회사 '정강'에 들러 3시간가량 머물기도 했다.
직권남용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우 전 수석 사건은 5월 1일부터 재판에 들어간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5월 1일 오전 10시 우 전 수석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출석 의무가 없는 만큼 우 전 수석은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