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오경희 기자] '통합정부 vs 개혁공동정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각각 내건 차기 정부의 콘셉트다. '통합과 공동'이란 점에서 의회 내 세력 간 '연대'의 큰 틀은 같지만, 원칙과 방향 등의 '내용' 면에선 시각차를 드러냈다.
최근 지지율 하락 중인 안철수 후보는 28일 '승부수'를 띄웠다. 안 후보는 전날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심야 회동'한 후 이날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집권 시 대통령과 청와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대통합정부, 개혁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김종인 전 대표는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장 직을 맡기로 했다.
안 후보의 구상은 집권 후 공통의 개혁 비전을 고리로 의회 내 '개혁연대'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선진화법에 발목 잡히지 않을 수 있는 의석 수 180석이 목표다. 이를 위해 '국회의 추천'을 통해 임명한 '책임총리와 책임장관'에게 국정 운영을 주도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표면적으로 국회에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동시에 이면엔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을 다른 당에 양보해 총리지명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 권한 중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임명권을 스스로 내려놓겠다는 다소 파격적인 제안이다.
그러나 안 후보는 '통합정부'의 개념으로 "탄핵 반대세력과 계파패권세력을 제외한 합리적 개혁세력이 참여하는 국민대통합정부를 세울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국민을 위한 개혁과 협치에 동의하는 모든 정당, 정치세력과 함께 하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 경우 자유한국당 내 친박세력, 민주당 친문세력을 제외한 제도권 정당 어디나 협력의 대상이 된다.
안 후보의 회견 직후 문재인 후보 측 통합정부추진위원회도 같은 날 오전 11시 40분께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곧바로 통합정부의 개념 및 목표, 운영방안, 인선 원칙 등에 대한 중간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 1차 보고서는 다음 달 3일에 마련될 예정이다.
문 후보는 전날 이미 방송기자클럽토론회에서 "집권 후 '통합정부', 대한민국 드림팀 정부를 구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영선 통합정부추진위 공동위원장은 '통합정부 개념'에 대해 "정의의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세력이 운영에 함께 참여해 책임지는 정부"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박 위원장은 △당과의 충분한 협의 △국무총리의 각료제청권 확고히 보장 △국민추천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국민추천제'의 경우, 박 위원장은 "지역과 언론, 인터넷을 통해 공개적으로 추천받는 형식도 감안하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기존 청와대가 결정하고 행정부처가 집행하는 '청와대 출장소' 개념에서 탈피, '장관책임제·연대책임제'를 통해 내각과 국무회의가 하나의 팀으로 공동책임을 지고, 총리의 인사제청권을 확고히 보장할 것이다. 대통령은 최종 조율자로서 국정의 최종 책임을 지는 대통령 책임제를 실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 범주'에 대해서 변재일 공동위원장은 "정당의 경우 기존의 국민의당, 정의당 등 탄핵 찬성 세력으로, 정당 간 연합이 아닌 신뢰를 바탕으로 협조를 끌어내는 정책 입법연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적폐청산'을 외쳐온 만큼 자유한국당 내 친박 등 탄핵에 반대했던 세력에 대해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이 가운데 이번 대선은 인수위 없이 치른다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은 '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예비 내각)' 구성안으로 쏠리고 있다. 집권할 경우 기용할 총리와 각 부처 장관을 미리 구성하는 것이다. 대개 이때 임명된 각료가 실제 정부에 그대로 임명된다.
내각 구성 시 양측은 모두 총리의 제청권을 보장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무총리 선임 방식은 다르다. 문 후보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탕평책을 시행하는 반면 안 후보는 국회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후보는 초대 국무총리에 대해서 지난 27일 "영남이 아닌 분을 모시겠다"고 말했고, '국회 추천 총리'를 내건 안 후보 측은 곧 '국민내각 구상안'도 발표할 예정이다.
두 후보 측 모두 선거 전까지 정부 조직 구성안 등을 대략적으로 마무리 지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