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유승민, '배신자' 딱지 떼고 민심 얻는 '역적'되나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자강론을 택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변동진 기자] 지지율 3% 벽에 막혀 골머리를 앓던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더욱 당당해지고 자신감을 찾았다고 표현해야 할까.

5명의 대선후보 가운데 지지율은 여전히 하위권이지만, 그의 어깨가 올라갈 수 있었던 터닝 포인트는 13일 오후 방영된 'TV 토론회'로 보인다.

사실 유 후보를 따라다닌 마크맨 입장에선 이날 토론회는 특별할 것도 없었다. 언제나 그러했듯 안보는 보수, 경제는 혁신, 정의로운 사회(헌법 수호), 재벌 대기업이 아닌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 보듬기 등 이른바 따뜻한 보수의 길을 강조했다.

유 후보의 이런 주장은 처음이 아니다. 대선 출마선언 당시부터 같은 목소리를 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15년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 취임 후 첫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도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 대기업의 편이 아닌 고통받는 서민·중산층 편에 서겠다' 등을 강조했다. 덕분(?)에 원내대표 초고속 사퇴와 아킬레스건인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지만, 3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맥락의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지난 1월 2일 JTBC 신년토론 이후 약 세 달 만인 13일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했다. /네이버 데이터랩 갈무리

그런데 13일 오후 10시 방송 시작 후 정확하게 34분이 흐르자 유 후보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이하 실검) 1위를 기록했다. 1월 2일 JTBC 신년 신년토론 이후 좀처럼 검색어에서 볼 수 없던 그의 이름이 14일 저녁까지 상위권에 머무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대본도 없이 진행된 토론회에서 보수의 적통을 주장, 새로운 보수가 나아가야 할 따뜻한 공동체의 길을 명확하게 제시했고, '강남 좌파'라 비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공격을 유연하게 방어했다는 점이 유 후보를 실검 1위로 올려 놓았다는 게 정계 중론이다.

무엇보다 침묵하는 보수 일명 '샤이 보수'들은 "오랜만에 속이 시원했다" "보수 중에 저렇게 똑똑한 사람이 있었냐" "나머지 4명의 후보와 토론 클래스 다르다"라며 저마다 목소리를 냈다. 아마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상처받은 일부 보수층이 조금은 치유된 대목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쉽게 표를 얻을 수 있는 범보수 단일화와 빅텐트, 과감한 인사 영입 등 '큰 기술'이 아닌 자강론을 택했다. 또, 일각에선 제기된 사퇴설을 일축하고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새로운 보수의 희망이 되고 싶다는 유 후보. 지금까지 그래왔듯 친박계 세력과 손 잡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야 '배신자' 딱지를 떼고 민심을 훔친 '역적'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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