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여의도=윤소희 기자] 묘한 시선이 스쳤다. 듣기론 두 사람의 눈동자는 서로를 향하지 않았다고도 한다. 손을 맞잡고 악수를 했지만, 둘의 머리 위에는 '꽁하다'라는 문장이 둥둥 떠 있는 것 같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의례적인 인사를 지켜봤을 때 느낀점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린 '2017 한국포럼-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나란히 참석했다. 정세균 국회의장 축사에 이어 문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차례로 단상에 섰고, 이들은 자신의 정책에 맞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문 후보는 한국포럼 개최를 축하하며 "대한민국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는 나도 요즘 가장 많이, 깊게 고민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문 후보는 불평등과 불공정, 부정부패 등에 문제점을 토로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강조하며 축사를 마무리 지었다.
축사를 마치고 퇴장하던 문 후보는 차례를 기다리는 나머지 후보들에게 인사를 하고 악수를 청했다. 문 후보가 안 후보에게로 향하자 많은 이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사람의 만남은 대선후보로 선출된 뒤 처음이었고, 그간 서로를 향해 공격적인 태도의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앉아있는 안 후보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고, 안 후보는 앉은 채로 손을 맞잡았다. 카메라에 포착된 두 사람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는 듯했으나, 실제 현장에서 관찰한 이들에 따르면 둘은 눈을 마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맞잡은 손 역시 평소보다 더 힘이 들어가 보였고, 그야말로 '꽁한' 느낌으로 냉랭한 분위기가 흘렀다.
이어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오전 10시 영등포 FKI 콘퍼런스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동아일보 이코노미서밋-4차 산업혁명의 길을 묻다'에서도 마주쳤다. 사회자는 기념 촬영에서 후보들끼리 다정하게 손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나란히 서 있던 문 후보와 안 후보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흘렀고, 그 사이에는 홍 후보가 자리하며 평화로운(?) 포토 타임이 지나갔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그간 못 만났던 한을 푸는 듯(?) 오후 일정도 함께였다.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정세균 의장과 환담을 하는 시간을 가졌고, 접견실에서 만나 악수를 나눴지만, 인사 한마디 나누지 않는 꽁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도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준비해온 자료를 검토하는 데만 집중했다.
한편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이튿날인 13일 오전 10시 SBS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다시 만난다. 홍 후보, 심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까지 함께하는 5인 합동 토론회에서 두 사람은 '꽁한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