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여의도=서민지·윤소희 기자] 최근 빠르게 보수층을 흡수 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보수 진영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4차 산업혁명의 '융합'을 정치적으로 해석해 '설전'을 벌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홍준표 한국당·안철수 국민의당·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FKI콘퍼런스에서 열린 '2017 동아 이코노미 서밋-4차 산업혁명의 길을 묻다'에 참석했다. 원내 5개 정당 가운데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만 경북지역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앞선 롯데호텔 크리스탈홀에서 열린 '한국포럼 대한민국 어떻게 바꿀것인가' 행사에서 마주쳤던 네 사람은 서로를 의식해 긴장감이 흘렀다. 특히 문 후보와 안 후보는 악수를 나눈 것 외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으며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반면 문 후보는 홍 후보와는 머리를 맞대고 밝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각 후보는 축사에서도 서로를 겨냥해 자극하는 말을 하는 것을 삼갔고, 그동안 자신이 밝혀왔던 정책·공약·비전을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
그런데 홍 후보가 먼저 '설전'의 막을 열었다. 그는 안 후보가 IT 전문가 답게 "평소 4차 산업혁명은 한가지 기술이 아니라 수많은 첨단기술을 동시에 발달하는 융합혁명"이라고 자주 소개한 점을 콕 짚어 에둘러 비판했다.
홍 후보는 '2017 동아 이코노미 서밋-4차 산업혁명의 길을 묻다' 축사에서 안 후보의 정치노선을 '융합'에 빗대 꼬집었다.
"4차 산업시대가 기술 융합 중심으로 지금 진행되고 있다. 우리 안 후보님, 융합이 전공이죠. 아주 좋은 호기를 만났다. 요즘 정책도 보수와 진보를 적당히 버무려 융합으로 발표하는거 보니 '안철수 전성시대'가 올 것 같다."
홍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사드배치(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안보와 관련해 우클릭를 하는 안 후보를 비꼰 것이다. 홍 후보는 최근 안 후보를 '얼치기 좌파'라고 부르며 안보관에 대해 연일 공세를 가하고 있다.
안 후보는 홍 후보의 말에 "하하하"하고 웃어넘겼지만, 곧장 사전에 준비한 연설문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그는 펜으로 종이에 무언가를 적었다. 이어 본인의 축사 순서에 "4차 산업혁명은 한가지 기술이 아니라 수많은 첨단기술이 동시에 발달해 이들끼리 합해지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융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까 홍준표 후보가 말했던 것처럼 융합이라는 건 '버무려지는 게' 아니다. '하나로 합쳐지는 거'다. 전혀 다르다는 걸 분명히 말씀드린다. 홍 후보님 가셨습니까?"라고 맞받아쳤다. 홍 후보는 본인의 축사를 하고 이미 떠난 상태였다.
안 후보는 축사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제가 축사 때 (홍 후보가 진보보수 버무린다는 데 대해) 답변드렸는데, 홍 후보가 안 계셔서 참 아쉬웠다. 융합이라는 건 버무리는게 아니라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