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윤소희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4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뒤 첫 행보로 <더팩트> 역시 현장 취재에 나섰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것들이 많은 취재였다. 정치팀 발령 후 사수(선임) 없이 홀로 현장에 나선 것도, 당일치기로 왕복 700km가 넘는 거리를 다녀온 것도 처음이었다. 처음이라 모르는 것 투성인 가운데 무지(無知)는 재미난 에피소드를 여럿 만들어냈다.
√에피소드1 - 매점 빵 사던 실력은 취재에 도움이 됩니다
기자는 키가 작은 편이다. 앞에 누군가가 서 있으면 까치발도, 굽 높은 신발도 무용지물이 되는 정도의 키라 가장 앞자리가 아니면 앞에 있는 대상을 보기 힘들다. 어릴 적부터 수많은 인파를 뚫고 들어가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학창시절 특기는 10분 남짓한 쉬는 시간, 매점에서 교복 무리를 뚫고 빠르게 빵을 사 오는 거였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취재진과 지지자들이 뒤엉켜 문 후보 주위를 감쌌고 키가 작은 기자는 그저 카메라 앵글이 향하고 지지자들이 달려가는 곳에 그가 있다는 걸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을 쓰러 가는 문 후보의 위치 역시 그를 둥글게 둘러싼 인파로 파악했다.
드디어 결정적 순간, 본능적으로 틈을 찾아 인파를 뚫기 시작했다. 조금의 힘을 들이자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는 문 후보가 보였다. 북새통인 주변과 달리 문 후보 쪽은 태풍의 눈처럼 평화로웠다.
사진 찍기에 명당인 자리에서 내 손에 묵직한 DSLR 카메라가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학창시절 매점 빵을 사며 단련된 '인파 뚫기 실력'은 문 후보의 옆태를 휴대폰으로 담아내는 기반이 됐다.
√에피소드2 - 지지자가 된 기분이었어요
문 후보는 참배를 마치고 노 전 대통령의 사저로 이동할 때 그리고 권 여사를 예방한 뒤 사저에서 나올 때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정체 모를 오기가 생긴 기자는 다시 한 번 인파를 뚫고 문 후보를 쫓았다.
몰려드는 지지자들에게도 미소를 거두지 않으며 악수를 이어가던 문 후보는 나를 발견하고 손을 내밀었다. 내 오른손에는 녹음 기능을 켜둔 휴대폰이 있었고 왼손으로는 노트북을 들고 품에 안은 상태였다.
갑작스럽게 내민 문 후보의 손에 기자의 눈에는 아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을 것이다. 문 후보는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했다. 당황하지 말라는 듯한 문 후보의 눈빛은 이날의 날씨처럼 따뜻했다.
√에피소드3 - 어디 가니? 백블 챙기러 가야지
이날 백블(백 브리핑, 비공식 브리핑)은 김경수 대변인의 몫이었다. 문 후보가 권 여사 예방을 마치고 차로 이동할 때, 김 대변인이 아닌 문 후보를 쫓았다. 한껏 달려 문 후보의 바로 옆자리를 사수했지만, 그를 실은 차는 빠르게 봉하마을을 빠져나갔다.
그제야 백블이 떠올랐다. 다시 사저 입구로 달렸고, 김 대변인을 둘러싼 취재진을 발견했다. 다행히도 백블은 자리를 잡고 노트북에 손을 얹은 순간 시작됐다. 문 후보가 조금만 더 늦게 차를 타고 이동했다면 백블을 놓칠 뻔 한 아찔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