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오경희 기자] "영남의 27년 짝사랑, 그 끝은 배신이었다."
31일 막 오른 더불어민주당 영남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희정 후보는 야권인사로 활동하며 받았던 당원 및 대의원 등의 설움을 언급하며 표심을 구애했다. 영남은 그간 보수 정당의 지역적 기반으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 힘을 실어줬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부터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대선 후보를 선출할 전국 4개 권역 중 세 번째 경선인 영남(부산과 울산, 경남·북, 대구 등) 순회 경선을 시작했다.
문 후보는 "동지 여러분, 27년의 세월을 기억하십니까. 선거때마다 지는게 일이었다. 지고 또 지면서도 민주당의 깃발을 놓지 않던 27년의 아픔 기억하십니까. 빨갱이, 종북 소리 들어가며 김대중 노무현을 지켰던 27년 인고의 세월을 저는 기억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겨냈다. 지역주의에 무릎꿇지 않았고, 깃발과 원칙, 가치, 야당, 사람, 약속을 지켰다. 그랬더니 기적이 벌어졌따. 아니 영남이 기적을 만들어주셨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문 후보는 "지난 총선, 대구는 김부겸, 홍의락을 당선시켰다. 부산경남은 김영춘, 김해영, 박재호, 전재수, 최인호, 김경수, 민홍철, 서형수 후보단일화로 경남 노회찬, 울산 김종훈, 윤종오 등 11명을 당선시켰다"며 "영남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마치 공기가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정을 거론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을 보면서 영남은 지금 허탈하다. 영남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 영남의 27년 짝사랑, 그 끝은 배신이었다. 영남의 27년 무한지지, 그 끝은 경제파탄이었다"면서 "줄곧 새누리 정권, 이명박·박근혜 밀어줬지만 도대체 영남이 얻은 것이 무엇이냐. 지역 발전시키고 잘 살게 만드는 것, PK정권, TK정권! 지역이름 딴 정권이 아니다. 국민통합정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정권 바꾸고 사람 바꾸니까 대한민국이 확 달라졌다, 이제 영남도 좀 살겠다. 그렇게 만들 사람이 누구냐"며 "호남에서도 충청에서도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셨으니 영남에서 더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셔야 문재인이 대세다, 영남이 디비졌다, 역사가 바뀐다, 되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후보는 여러 차례 영남권 인사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표현했다. 안 후보는 "영남을 이끌고 있는 시도당 위원장님들 존경하고 사랑한다. 감사하다. 우리가 1990년 3당 야합 이후 이 영남에서 민주당 당원이 되고 민주당 지역위원장 되고 민주당 출마자 되는 것은 '아 바보 되는 길'이었다"며 "단순히 선거서 떨어져 개인적 어려움을 겪는 것 이상의 '아 바보 되는 그 길'을 지난 20년 동안 걷고 걸어온 부산 지역 동지 여러분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안 후보도 선배 정치인들의 이름을 열거하며 "2004년 많은 동지들이 출마했다. 우리 최인호 의원 송인배 동지 임대윤 선배 그 뒤 우리 많은 동지들이 도전하고 도전했다. 김영춘 의원 박재호 의원 수많은 동지들이 영남에서 도전하고 도전했다. 이 길은 노무현 김정길 우리 선배들이 걸었던 길이다. 이 길은 지역주의와 낡은 이념의 미움과 불신의 그 늪을 향해 그 검은 강물을 향한 도전이었다. 그리고 지난 16년 동안 많은 동지들이 떨어지고 떨어지는 선거를 노무현 정신 후예로서 도전하고 도전한 끝에 우리 영남 민주당을 만들었다.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말하는 모든 사회적 갈등은 결국 정치로 풀어야 한다. 결국 민주주의로 풀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풀고자 하는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정당과 의회서 풀리지 못하고 끊임없이 지역주의와 낡은 이념으로 진행된 결과 오늘 대한민국은 위기에 빠져 있다"며 "상대에 대한 미움과 분노만으로 지지해달라고 얘기하는데 머물러서는 세월호 눈물 속에 대한민국을 새로 만들 수 없다. 그것은 미움과 분노 미움과 분열을 극복하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길이다. 저 안희정, 그 새로운 대한민국과 새로운 민주주의를 향해 도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2일 치러진 투표소 투표와 29~30일 이뤄진 ARS 투표, 전국대의원 투표를 합산한 영남 경선 최종 결과는 오후 7시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영남권 선거인단 수는 23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영남권 경선 이후 다음 달 3일 수도권·강원·제주 마지막 경선을 마무리해 '50%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경선은 종료된다. 다만,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4월 8일 결선 현장투표를 진행해 최종 민주당 대선 후보를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