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대웅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좌에서 내려온 뒤 행보가 초라하다.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기대 속에 출범한 박근혜 정부였지만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개입 사실이 속속 드러나며 국민 앞에 고개를 떨구게 됐다. 이와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태민 목사 일가의 40년 인연이 주목 받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박근령 씨의 눈물의 편지가 재조명 받고 있다.
1990년 박지만 회장과 박근령 씨는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냈다. 탄원서는 "누나(언니)가 최태민에게 속고 있으니 구해달라"는 호소를 담고 있었다. 이들 남매는 탄원서에서 "최태민이 아버지 재직시 아버지의 눈을 속이고 누나(박근혜 전 대통령) 비호 아래 치부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자신의 축재 행위가 폭로될까 봐 누나를 방패막이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982년부터 당시까지 어머니 이름을 딴 육영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했고, 최태민과 그의 딸 최순실, 사위 정윤회 씨도 재단 일에 관여하고 있었다. 박지만·박근령 남매는 최태민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앞세워 육영재단을 통해 여전히 부정축재를 하는 등 전횡을 저지른다고 판단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여한 영남대학교와 정수장학회에도 최태민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인물들의 이름은 계속 등장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1998년 보궐선거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고, 정윤회 씨를 비서실장으로 등용해 최태민 일가와 인연을 이어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태민 일가의 인연은 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 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태민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최태민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여러 차례 편지를 보내 '육 여사가 꿈에 나타나 (박)근혜를 도와주라고 계시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태민이 설립해 총재를 맡은 '구국여성봉사단'에 명예총재로 자리했다. 청와대에는 최태민이 박근혜 이름을 팔아 기업들에게 기부금을 걷고 정부 부처를 돌며 이권 개입을 한다는 진정이 빗발쳤다.
197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태민, 최태민의 비리를 조사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등을 한 자리에 불러 '친국'하기도 했다. 당시 수사자료에 따르면 최태민의 비리 혐의는 44가지로 목사를 자처했던 최태민은 애초 스님 출신으로 결혼을 여섯 차례 하고 이름을 7개씩 돌려가며 사용하는 등 사이비종교 교주라는 설이 파다하게 퍼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친국에 울면서 최태민의 결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최태민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총재와 명예총재 자리만 바꿔 구국여성봉사단 활동을 이어갔고, 최태민의 비위 행위는 계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훗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는 항소이유보충서에서 "구국여성봉사단이라는 단체가 얼마나 많은 부정을 저질러왔고 국민들의 원성이 되어왔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태민의 관계를 '10·26 사태'의 계기로 꼽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