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중구=변동진 기자]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정치 제자'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에게 "안철수 씨도 '내가 된다'라고 말하니 표가 몰린다"며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헌법수호 등 원칙과 주관을 제시하는 그런 후보가 되길 바란다"는 덕담을 전했다.
유 후보는 29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구 단암빌딩을 찾아 이 전 총재를 예방했다. 이 전 총재는 유 후보에게 연대와 단일화 문제에 너무 집착하기보다는 자강론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이 전 총재는 "이제 길이 가시밭길이다. 사실 (바른정당) 경선 걱정을 했는데 언론에서도 아주 좋게 얘기하는 거 봐서 잘됐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어려운 일이 많이 닥치겠지만, 바른 길과 바른 정치를 한다고 강조한 것처럼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헌법적 가치' 등을 제시하는 그런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요즘 제3지대와 연대 등 때문에 국민들이 혼란스럽게 생각한다. 이럴 때일수록 나라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아닌 말로 탁류 속에 깃발을 들고 가는 그런 분이 있어야만 국민들이 안심하고 쳐다보고 기대하고 그러지 않을까 싶다"며 "연대 문제는 난 잘 모르겠다. 계산도 많이 복잡하게 하고, 이런저런 소리도 나온다. 근데 이런 게 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대통령 되냐' 아니겠냐. 자칫 그 속에 빠져버리면 가야 할 길을 잃어 엉뚱한 곳으로 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연대, 단일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자기의 원칙과 주관, 핵심 가치를 갖고 있어야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도 좋은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는 현재를 말하는 것이지 미래를 얘기는 아니다. 너무 일희일비 마시고 열심히 하라.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유 후보는 "열심히 하겠다. 저도 원칙과 명분이 중요하지 너무 계산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더불어 이 전 총재는 "가만히 유 후보의 경우를 보면 지금도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고향에서 혼나고 있지 않냐"며 "(이렇게 쭉 살아보니) 곤경이나 염려, 흔히 새옹지마라는 말도 있지만, 그런 것들이 결국 지나면 오히려 하나의 기회가 되고, 발판이 되는 경우가 있더라. 지금 TK(대구·경북)에 많이 서운한 것도 있겠지만 결국은 또 돌아올 것"이라고 위로했다.
뿐만 아니라 "정치를 떠난 오래돼 감이 좀 떨어질지는 몰라도 다른 지역이나 수도권 등 모든 사람들이 휩쓸리는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정치적 의식 수준이나 감각같은 것이 아주 달라졌다"며 "꾸준히 그런 길(원칙·주관)을 지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씨도 혼자 저렇게 '내가 된다, 내가 된다'하고 다니니 표가 모이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아울러 유 후보는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심을 잡고 최선을 다하겠다.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한편 이 전 총재는 취재진에게 "2007년 (대선) 무소속으로 뛸 때 같이 다니는 언론·기자 여러분들이 힘이 됐다. 정치적인 노선 등이 다를 수도 있지만, 유 후보 취재하는 동안에는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