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재필 기자] 선거, 특히 대통령 선거는 '프레임' 전쟁이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시대정신'을 정확히 읽어내고 선거전략을 짜는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게 된 19대 대통령 선거의 시대정신은 뭘까. '적폐 청산'과 '통합'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래서인지 대선주자들 간 프레임 다툼도 이 두가지 키워드로 압축되고 있는 모양새다.
유력 대선주자 가운데 '적폐 청산'을 주장하는 측은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문재인 후보와 이재명 후보이다. 반면, 같은 당 안희정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은 '통합'을 내세우고 있다.
◆19대 대선 시대정신은 '적폐 청산'
그렇다면 프레임 다툼에서 우위를 점한 대선주자는 누구일까. 현 시점에서 본다면 '적폐 청산'을 주장하는 문재인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우위를 점한 듯하다. 박 전 대통령과 일부 친박(박근혜)계 의원들의 '탄핵 불복' 움직임으로 정치권은 물론,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여론의 분노 게이지도 높아지고 있어서다.
박 전 대통령은 자택으로 복귀한 지난 12일,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에서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면서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사실상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봤다. 문재인 후보는 13일 "박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하지 않은 것은 우리 국민과 헌법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은 대규모 조직범죄의 '수괴'"라며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는 만큼 신속하게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지난 10일 헌재의 박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통합론'이 힘을 얻는 듯했지만, 박 전 대통령과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헌재의 '탄핵 결정'에 불복할 조짐을 보이자 '적폐 청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 10명 중 4명 '적폐 청산' 차기정부 최우선 과제
국민들도 '적폐 청산'을 시대정신으로 꼽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의뢰로 이번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투표 기준이 무엇인지 조사한 결과 '적폐 청산과 개혁'과 '민생과 경제회복'이 각각 35.2%로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외교와 안보(12.7%), 국민통합(9.5%), 기타(3.7%) 순이었다.
반면 안희정 후보와 안철수 후보, 유승민 후보 등은 '통합'을 강조한다. 통합론으로 중도·보수층 표심을 잡고, 인물론을 앞세워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안희정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줄곧 '대연정론'을 강조하고 있다. 안 후보의 대연정론은 '대개혁·대연정·대통합'으로 이어진다. 안 후보는 "대연정을 통한 대개혁의 결과가 진정한 국민 대통합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대연정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안 후보는 "대연정은 정당의 연합이지, 개인의 연합이 아니다"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분을 모셨던 이들은 공론의 대상이 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국정농단 세력은 대연정의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안희정 "대연정으로 대통합"…안철수 "치유와 통합 통해 미래로"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후보도 줄곧 '치유와 통합'을 주장한다. 안 후보 측은 "적폐 청산이 통합의 전제가 된다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통합과 적폐 청산이 분리된 것이 아니다. 통합을 하면서 적폐 청산 등 과제를 해결해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안 후보도 지난 13일 조계사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예방한 뒤 "이제는 치유와 통합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야 할 때"라며 "앞으로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통합의 가장 기본이라고 본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노력이 통합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바른정당도 '통합론'에 목을 맨다. 하지만 이들의 '통합론'은 '반문(재인) 연대'와 연결된다. 문재인 후보를 패권세력으로 몰아세워 '문재인 대 비문재인' '패권세력 대 반패권세력'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정치권 한 의원은 "탄핵 찬·반의 극심한 갈등을 겪은 유권자들이 갈등의 심화보다는 통합과 안정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면서도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사가 대선기간동안 이어지는 박 전 대통령의 수사 상황이 국민들의 감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적폐 청산이 우선시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지난 1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6296명을 대상(응답률 8.1%)으로 이뤄졌으며, 무선 전화면접과 유무선 자동응답 혼용, 유무선 전화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p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