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팽목항, 조용한 눈물바다…"세월호를 왜 이제서야"

세월호 침몰 1073일째인 23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 등대에서 한 시민이 사고 해역 쪽을 바라보고 있다. /진도=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진도=신진환 기자] "세월호를 왜 이제서야 인양하는지…."

23일 오후 4시.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한 유가족의 고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노란 리본'과 '깃발'이 바람에 흔들리는 방파제에는 30여 명이 몰려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한 중년 여성은 난간에 걸린 미수습자 현수막을 한참 바라보더니 선글라스를 살짝 들어 올리고 눈물을 훔쳤다.

팽목항을 찾은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30km쯤 떨어진 사고 해역을 바라봤다. 등산복 차림의 한 남성은 담배에 불을 붙이며 "그래도 파도가 잔잔해서 다행"이라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옆에 있던 지인은 "하늘이 돕고 있어서 그래"라고 맞장구쳤다.

이처럼 시민들은 보이지 않는 세월호 인양 작업을 궁금해하면서도 일이 잘 마무리되길 바랐다. 일부 시민은 정부를 질책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3년 동안 인양할 수 없었던 게 아니라 인양하지 않았다는 시각에서다.

세월호 인양 소식을 듣고 전북 익산에서 왔다는 김혜숙(50·여) 씨는 "지금이라도 인양을 진행해서 다행이지만, 그동안 정부가 3년 동안 무얼 하다가 왜 이제서야 인양하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만큼 정부의 의지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도저히 뉴스로만 볼 수 없어서 직접 왔다"고 밝힌 김정훈(45) 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당한 직후 인양 작업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부가 손을 놨던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며 "세월호를 속히 인양하겠다고 한 국민과 약속한 정부가 애초 배를 끌어올릴 마음이 없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세월호 침몰 1073일째인 23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세월호 인양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팽목항에 마련된 세월호 팽목분향소가 고요함에 잠겨 있다. /진도=문병희 기자

일부 시민은 세월호 분향소로 발걸음을 옮겨 엄숙한 분위기 속에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안타깝게 숨진 희생자들에게 예를 다했다.

넋을 위로하고 분향소를 나온 이들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복받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조용히 눈물을 훔친 것이다.

인천 서구에서 온 유정란(58·여) 씨는 "세월호 희생자 중 꿈 많은 학생들이 많아 가슴이 미어진다. 우리 아이들 같아서 마음이 더 아프다. 남일 같지가 않다"며 "정부가 왜 더 빨리 선체를 인양하지 않았는지…"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대전시민 김민주(52·여) 씨는 "분향소에 들어간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부모의 심정으로 눈물이 저절로 나왔다"며 "미수습자가 온전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수습자는 남현철·박영인·조은화·허다윤·고창석·양승진·권재근·권혁규·이영숙 씨 등 9명이다.

한편 세월호를 수면 위 13m까지 끌어올리는 작업은 이날 오전 11시까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후 늦게 또는 밤에나 가능할 것으로 수정됐다. 실제 인양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해양수산부는 다음 달 4일 또는 5일쯤 목포 신항에 세월호가 거치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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