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오경희 기자] 박근혜(65)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 서울 삼성동 자택을 매일 아침 드나드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정송주(55)·정매주(50) 씨다. 이들 자매는 청와대를 퇴거한 박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와 메이크업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네 번째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21일에도 자매는 이른 아침 박 전 대통령 자택으로 들어갔다.
서울 청담동의 고급 미용실을 운영하는 정 씨는 '세월호 7시간 미스터리'와 관련해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의 머리를 만졌으며, 탄핵 정국을 촉발한 최순실(61·구속기소) 씨의 단골 미용사이기도 했다. 때문에 정치권을 비롯해 세간에선 정송주·정매주 자매의 삼성동 자택 방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자매의 영업소를 벗어난 자택 방문이 불법 행위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더팩트>는 자매를 둘러싼 의혹과 궁금증을 '팩트체크'로 풀어본다.
√ FACT 체크 1=정송주·정매주 원장, 삼성동 자택 미용시술은 불법?
정송주·정매주 씨가 삼성동에 나타난 날은 박 전 대통령의 자택 복귀 이튿날인 지난 14일이었다. 지난 12일 자택으로 들어간 박 전 대통령은 칩거 중인데도, 자매는 이날(14일)부터 매일 오전 드나들었다.
전속 미용사였던 만큼 정 씨 자매의 방문은 퇴거 후에도 자택 내부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와 메이크업 시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자매가 매일 오전 7시~7시 30분께 자택에 들어간 뒤 약 1시간여 지난 8시 30분께 나온 점에 비춰보면, '한 시간여' 동안 미용시술이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문제는 이들의 미용시술에 불법 소지가 있을 가능성이다. 현행 공중위생법 제8조 2항은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외에는 "이용 및 미용의 업무는 영업소외의 장소에서 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예외 사유를 제외하고 영업소가 아닌 장소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한 시술은 불법이란 얘기다.
다만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와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으로부터 '질병 등 사유로 영업소를 나올 수 없는 자', '혼례나 의식에 참여하는 자', '사회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 '방송 등의 찰영에 참여하는 사람' 등'예외 사유'로 인정받을 시는 가능하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특별한 사유'와 '예외사유'에 적용하긴 상식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예외 사유'로 해당 구청에 신고하지도 않은 상태다. 지난 20일 <더팩트> 확인 결과, 관할 행정부처인 강남구청도 해당 논란을 인지하고 있었다. 강남구청 공중위생과 담당자는 "(박 전 대통령) 자택 미용시술과 관련된 (전화) 문의가 여럿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해당 민원인(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신고를 하지 않는 한 (불법성을) 검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제3자 민원인이 신고한다 한들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는 한 추후에 무고죄가 될 수도 있고, 자택 접근도 어려운 상황이다"며 "또, 돈을 받지 않고 친분 관계 때문에 공짜로 해주는 것이라면 불법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 강남에서 유명한 원장급 전문가가 매일 직접 출장해 머리 모양 손질과 화장을 해준다고 가정하면 최소 월 1000만 원 이상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정 씨 자매의 미용시술이 불법이라면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현행 공중위생관리법은 '신고한 영업소 외 장소에서의 영업행위 금지'를 위반할 경우 그 업무를 수행한 미용업자에게는 2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 FACT 체크 2=정송주 원장은 어떻게 박 전대통령 전속 미용사가 됐나
그렇다면 정송주 씨는 어떻게 박 전 대통령의 전속 미용사가 됐을까. 미용업계에 따르면 정 씨는 영국 유학파 출신으로 1994년 영국의 T 미용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온 뒤 전국 30여개에 달하는 지점을 가지고 있고, 2006년부터 미용 강습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일 강남 유명 미용실 한 관계자는 <더팩트>에 "정 원장은 업계에서도 최고 실력자로 꼽히고, (정 원장이 운영하는) 미용실은 주로 대사 부인이나 대사관 직원, 주한외국인 등과 상류층이 단골"이라고 말했다.
'비선실세'로 꼽힌 최순실 씨도 정 씨의 20년 단골로 알려져 있다. 정 씨의 미용실 본점(청담동)은 최 씨 소유인 미승빌딩(신사동)과는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5년 최 씨로부터 정 씨를 소개받아 한나라당 대표시절부터 머리를 맡겼고, 2013년 대통령 당선이후에도 정 씨는 청와대 관저를 드나들며 전속 미용사로 활동했다.
지난해 12월 <JTBC>가 입수한 2013년 8월부터 12월까지 청와대와 정송주 씨의 전속 계약서를 보면, '월~금은 하루 2~3시간 손질하고 휴일에도 필요하면 근무하며 월 60시간 일한다'고 돼 있었다. 그해 같은 기간 <한겨레>는 "정 씨가 세월호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정오에 박 전 대통령의 머리를 '90분간' 손질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박 전 대통령과 정 씨 사이엔 '최순실'이란 연결고리 외에도 '대구 출신'이란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6년 6월호 <TOPCLASS> 월간지에 따르면, 정 원장은 대구 출신으로 여상을 졸업한 뒤 은행원을 거쳐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기 위해 영국 유학길에 올랐다. '대구'는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이 밖에 정송주 씨의 남편 김 모(56)씨는 지난 2012년 박근혜 대선 캠프에 참여했고, 지난 총선에서 인천지역 새누리당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나섰으나 경선에도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한편 현재 검찰과 특검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한 혐의는 모두 13가지다. 핵심 쟁점은 ▲미르·K스포츠재단 774억 원 강제모금 ▲삼성그룹에서 433억 원 뇌물수수 ▲청와대 문건 유출 지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