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朴 전 대통령 '옷'으로 '불복(?)'메시지 전달?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11일 만인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 | 최재필 기자]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9시30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면서 국민들에게 남긴 말이다.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전날 "검찰 출두에 즈음해 박 전 대통령이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준비한 메시지가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정작 검찰에 출석하면서 명시적인 대국민 사과나 관련 혐의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단 두 마디, 29자뿐이었다. 진정성 있는 대국민 메시지는 없었다.

◆박 전 대통령 '두 문장' 메시지…법조계, 세 가지 분석 내놔

박 전 대통령의 '두 문장' 메시지를 놓고 검찰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의견과 '침묵'으로 검찰 수사에 불편한 심경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 일반적 피의자처럼 원론적 수준의 발언을 한 것이어서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시각 등 세 가지 분석이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게 수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을 것"이라면서도 "한편으론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혀 불필요한 비판여론을 만들지 않고, 검찰의 소환조사에도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일반적 피의자처럼 원론적 수준의 발언을 한 것이어서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평론가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21일 <더팩트>에 "기대치 만큼의 대국민 사과는 없었지만,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것은 수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최대치를 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포토라인에 섰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들어갈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말한 '두 문장'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다만, 황 위원은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 이후 신년 기자간담회, 정규재TV 인터뷰, 헌재 의견서에서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검찰 조사실에서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할 개연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옷'으로 메시지 전달했다?…임기중 '패션정치'해 온 朴 전 대통령

지금까지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온 박 전 대통령이 '입' 대신 '옷'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시각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짙은 남색 코트와 바지를 입었다. 이 옷은 지난 12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갔을 때 입었던 옷과 같은 옷이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저를 믿고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었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하면서 자신의 혐의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삼성동 자택 복귀 당시 입었던 '옷'을 통해 당시 밝혔던 메시지를 보여주려는 것 아닌가 하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2일 저녁 청와대를 나와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온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남윤호 기자

이런 분석이 가능한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임기 중 '패션정치'를 중요시해왔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을 잘 아는 자유한국당 한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은 예전부터 패션을 잘 이용하는 정치인으로 통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04년 3월 당 대표로 취임한 뒤 17대 총선에서 탄핵역풍으로 침몰하던 한나라당을 구해냈다. 이 기간 올림머리와 1960년대 식 의상을 활용했다. 육영수 여사를 떠올리게 하려는 전략이었다. 2005년 '사학법' 등 이른바 '4대 악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과정에서 옷차림과 머리스타일을 바꾸며 자신의 심경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정치적으로 중요한 순간에는 '전투복'이라 불리는 바지정장을 입은 것도 유명하다. 군 관련 행사에서는 카키색 외투를 입거나 해외순방에서 한복을 착용하는 등 '패션'을 이용한 메시지 전달에 적극적이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25일 취임한 이래 1년 동안 100여벌의 옷을 입었다. 한 인터넷언론은 2014년 2월 24일 청와대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을 조사한 결과, 박 전 대통령이 취임 후 1년간 공식일정에서 착용한 옷은 총 122벌이라고 보도했다. 이 언론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첫 순방지였던 미국에서 5일간 한복 3벌 포함, 총 10벌을 입었고, 20013년 9월 초 G20 참석차 방문한 러시아와 베트남 국빈방문, 그해 10월초 APEC 참석과 동남아 순방에서 각각 13벌을 착용했다. 3박 4일간의 중국 방문에서는 9벌, 유럽순방 일주일간 무려 16벌을 갈아입었다.

이와 관련, 정치권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패션정치를 잘 활용했던 만큼 삼성동 자택으로 복귀할 때와 같은 '옷'을 착용함으로써 자신의 심경을 드러낸 것 아닌가 싶다"며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는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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