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출석' 박 전 대통령, 네 번째 불명예…'역대 대통령' 소환 史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출두해 역대 대통령 중 네 번째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다. 사진은 파면 사흘째를 맞은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박 전 대통령이 도착해 지지자와 인사하던 당시.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 | 서민지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역대 대통령 중 네 번째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는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모두 13가지로 앞서 검찰 조사를 받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아, 대면 조사가 '최장시간'에 이를 전망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박 전 대통령 조사에 이원석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48·사법연수원 27기)과 한웅재 형사8부장(47·28기)을 투입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검찰 내 '특수통'으로 꼽혀 법조계에선 이번 박 전 대통령 조사는 '뇌물수수 혐의' 파헤치기에 방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직 대통령 자리에 있을 때 검찰 조사와 특검 조사를 모두 거부했던 박 전 대통령이 포토라인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도 눈길을 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서 출발해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뒤 청사 출입문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서서 사전에 준비한 메시지를 발표한 뒤 간부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13층에 위치한 검사장실 혹은 1차장 검사실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이영렬 검사장 또는 노승권 1차장검사와 간단한 티타임을 가지고 10층 특수1부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대통령 중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 전두환 전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된 바 있다. /더팩트DB, 서울신문 제공

박 전 대통령의 소환 조사를 앞두고, 전직 대통령 조사 절차와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역대 대통령 중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1995년 11월 1일 / 대검찰청 청사 / 17시간 조사) ▲전두환 전 대통령(1995년 12월 3일 / 안양교도소 / 수감 조사) ▲고 노무현 전 대통령(2009년 4월 30일 / 대검찰청 청사 / 13시간)이 검찰에 소환된 바 있다.

1995년 11월 '6공화국 비자금 사건' 논란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당시 박계동 민주당 의원의 4000억 원 비자금 폭로로 조사를 받게 된 노 씨는 11월 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 자진 출석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대검찰청 안강민 중수부장과 문영호 중수부 2과장은 노 씨에게 미리 준비한 90여개의 질문을 던지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마라톤 조사'를 벌였다. 밤샘 조사 후 노 씨는 "다시 한번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짧은 사과의 말을 남기고 귀가했다. 그러나 노 씨는 2주 뒤 재소환 됐고, 결국 2400억 원 뇌물을 받은 혐의로 서울 구치소에 수감됐다.

두 번째로 검찰의 문턱을 밟은 전직 대통령은 전두환 씨이다. 전 씨는 노 씨가 불려간 지 한 달 만에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았다.

'5공화국'을 열었던 전 씨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12·12 사태'와 '5·18 광주민주화 운동'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를 지시하고 수사가 본격화되자, 연희동 자택 앞에서 검찰성명에 불응하는 이른바 '골목성명'을 발표하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5분간 참배한 뒤 고향인 경남 합천으로 내려갔다.

전 씨는 당시 '골목성명'에서 "대통령 김영삼의 문민정부는 5공과 6공에 대해서 과거사 청산이라는 근거도 없는 술책을 통해서 왜곡하려고 했다. 다분히 현 정국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보아 저는 검찰의 소환요구 및 여타의 어떠한 조치에도 협조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 30일 오후 버스로 봉화마을을 출발해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에 출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당시 김기수 검찰총장은 최환 서울지검장에게 전 씨의 체포를 지시하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검찰은 전 씨의 행동을 도주로 간주하고 사전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12월 3일 새벽 합천군으로 수사관을 보냈고, 전 씨는 하루 만에 검찰 수사관들에 붙들려 곧바로 안양교도소로 연행됐다.

두 전직 대통령의 사건이 있은 지 14년 후, 또 한번의 검찰 소환이 있었다.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9년 4월 30일 뇌물수수혐의로 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았다.

경남 봉하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상경한 노 전 대통령은 '왜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고 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면목이 없는 일이죠. 다음에 말하겠다"며 착잡한 표정으로 검찰청사로 입장했다.

노 전 대통령 소환 조사는 우병우 당시 중수부 1과장이 대검찰청 11층 특별조사실에서 직접 나섰으며, 홍만표 수사기획관과 이인규 주우부장은 CCTV영상으로 조사의 전 과정을 지켜보면서 수사를 지휘했다.

오후 1시 20분께 검찰에 출석한 노 전 대통령은 약 13시간 대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다음 날 새벽 2시께 귀가했다. 피의자 신문조서를 검토하는 데만 3시간을 썼으며, 검찰은 당시 뇌물수수 혐의위주로 조사를 진행했는데 준비한 질문의 수가 약 200여 개가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수사는 중단됐다. 같은해 6월 이 중수부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내사종결(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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