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김종인의 '빅피처' 두고 '다른 그림' 그리는 安·孫

김종인(오른쪽)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7일 공식적으로 탈당을 선언하면서 국민의당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사진은 국회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김 전 대표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 /임세준 기자

[더팩트 | 국회=서민지 기자]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7일 탈당을 공식화하면서 그 여파가 국민의당을 하루종일 흔들었다. 당내 주축인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박지원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김 전 대표의 '큰 그림'을 두고 서로 다른 속내를 드러냈다.

김 전 대표의 '큰 그림'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일단 어느 당에 적을 두지 않고 반패권과 개헌에 동의하는 세력과 연대를 통해 '제3지대'를 형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즉, '분권형 개헌'을 통해 빅텐트를 펼치면서 본인이 차기 '임기 3년짜리 대통령'에 출마하겠단 의지를 피력할 것이란 해석이 유력하다.

국민의당 대선주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8시 10분께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김 전 대표와 만나 1시간여 동안 조찬회동을 하며 적극성을 띄었다. 손 전 대표는 입당을 회유하기 보다 개헌으로 묶인 '비문(비문재인)연대'를 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전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표와 조찬회동에 대해 "(김 전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해 개혁세력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민주당과 개혁세력의 양자대결이 될 것이다. 앞으로 새로 수립되는 정부는 180~200여석 규모의 안정된 연립정부 구도로 가야하지 않겠는가. 그런 구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 전 대표는 탄핵 인용 후 자유한국당이 해체 수순의 분열을 맞이할 것이란 예측과 함께 정계개편을 언급하며 "3월 빅뱅이 올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골수세력들도 있겠지만, 새로운 정치위해 개혁하는 세력이라면 (자유한국당과도) 같이해야 하지 않느냐고 김 전 대표가 말했다"며 '연정'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손학규(오른쪽) 전 민주당 대표는 7일 김종인 전 대표와 조찬회동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전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해 개혁세력을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남윤호 기자

반면 '연정'에 반대하는 것은 물론 김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손 전 대표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총선 당시 안 전 대표는 '독자 노선'을 고수하며, '야권 통합'을 강조하는 김 전 대표와 대립한 바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번 대선에서도 줄곧 연대·연정 논의에 선을 그으며 '정책연대'를 시사해 왔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이 김 전 대표에 대해 묻자, "저는 거듭 말하지만 국민의당 중심으로 정권창출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같은 날 오후 'TV조선 전원책의 이것이 정치다'에 출연해선 "어떤 파급효과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 기본으로 돌아가고 싶다. 국가가 위기상황인 만큼 어느 때보다 각 후보들이 가진 콘텐츠를 갖고 국민이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대론을 포함해서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에 관심이 쏠리다보면 오히려 이벤트 중심으로 흘러가는 선거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전 대표는 '연정'에 반대하는 안 전 대표와 관련해 "현실적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여소야대의 난국을 피할 수 없다. 다수당을 형성해야 안정적으로 통치할 수 있고 그게 연립정부 모습"이라면서 "그래서 강진에서 올라오며 제7공화국, 헌법개정, 새판짜기를 말했던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 전 대표를 비롯한 각종 인재 영입에 발벗고 나서던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평소와 다르게 말을 아꼈다. 그는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주승용 원내대표와 달리 "우리당은 현재 경선 중에 있고, 대선후보들의 견해가 조금씩 다르다. 손 전 대표는 대연정을 말하고 있고, 안 전 대표는 연정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 말을 아끼겠다"며 정치적 중립을 내세웠다.

김 전 대표의 국민의당 입당여부에 대해서도 "두 개의 저수지에 일단 구멍은 뚫린 것 같다. 우리당으로 와서 함께 정권교체의 길로 나아가자고 하고 싶지만 그분이 그리는 그림은 조금 다른 그림인 것 같다"면서 "대연정 같은 큰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7일 기자들과 만나 탈당 선언을 공식화 한 김종인(사진) 전 대표에 대해 대연정 같은 큰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임영무 기자

박 대표가 말을 아끼는 데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려는 의도도 있지만, 당의 수장으로서 복잡한 속내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당은 문 전 대표를 상대하기 위해선 김 전 대표의 '큰 그림'과 같은 바른정당, 민주당 내 비문세력 등과 후보단일화나 연정 등 연대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전화에서 "김 전 대표의 큰 그림(200석)에서 국민의당이 39석밖에 더 되나. 김 전 대표가 탈당한다고 해도 국민의당을 비롯한 어느당에 입당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안 전 대표가 당선돼 집권한다 한들 39명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겠나. 그래서 연정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고 안 전 대표도 탄핵 인용 후 이런 흐름을 거부하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박 대표의 정치적 입지에 대해선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지만, 상당히 고민스러울 것"이라면서 "국민의당 중심인 호남에선 정권교체가 우선이고, 바른정당이나 자유한국당과 손을 잡겠다고 하는 순간 표가 떨어진다. 그렇다고 안 전 대표가 문 전 대표와 맞설 수 있을 정도로 지지를 받는 것도 아니지 않나. 의원들도 지역민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되면 '문재인 대세론' 흐름의 구심력에 빨려들어가고 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소위 '킹메이커' 역할을 해보려고 했더니 '한 수 위'일 수도 있는 김 전 대표가 나와서 '이런 건 내가 더 잘해'라는 식으로 나오니까 이래저래 골치가 아플 것이다. 게다가 김 전 대표가 탈당계를 내고 탈당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당장 뭐라고 말할 수 없다. (김 전 대표의) 이날 선언은 예고편 같은 것이지, 꼭 같은 스토리로 영화가 진행될 수 없지 않나. 박 대표는 당분간은 지켜보며 본인만의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밝혔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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