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대치동=변동진 기자]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90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며 "한정된 시간과 주요 수사대상 비협조로 절반의 성과 그쳤다"며 끝내 고개를 숙였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수사를 마무리 짖지 못한 것에 관해 국민에게 사과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까지 보였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6일 오후 2시께 마지막 브리핑을 통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공여를 비롯해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 합병 관련 직권남용 및 배임 ▲문화계 블랙리스트 ▲최 씨 딸 정유라 학사입시 비리 사건 ▲최 씨 민관 인사 및 이권 개입 ▲비선 진료 및 특혜 의혹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 차명폰 개통 ▲최 씨 일가 불법적 재산형성 및 의혹 ▲세월호 침몰 당일 대통령 행적 의혹(세월호 7시간) 등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부회장, 최지성 미래전략실 실장과 공모해 뇌물 제공
이 부회장은 최 실장 등과 공모해 자신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고 특검은 밝혔다.
또,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뇌물을 공여하고, 그 과정에서 외환거래법을 위반하는 등 회사자금을 국외로 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더불어 최 씨는 대통령과 공모해 이 부회장 등으로부터 노물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특검은 이재용 및 삼성임원 3명을 뇌물공여죄 등 관련 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최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문형표 등 국민연금공단 관계자, 삼성물산 합병 직권남용 및 배임
문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청와대로부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형사시키라는 지시를 받은 후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본부장에게 외부투자위원회에서 합병찬성 결정을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공단에 최소 1388억 원 상당의 손해를 가했으며, 특검은 문 전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구속기소하고, 홍 전 부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김기춘, 구속 기소
특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사건을 예술의 본질인 '창작의 자유'와 '문화적 다양성'을 침해했다고 해석했다. 또, 비협조적인 공무원에 대해 부당하게 인사 조치했다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김종덕 전 문체부 차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을 직관남용죄 등으로 구속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김상률 전 교육문화부 수석비서관과 김소영 전 문화체육 비서관 등은 같은 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으로 정부 정책에 비판 또는 견해를 달리한 단체 및 예술인들은 연간 약 2000억 원 보조금 대상에 제외됐다.
◆정유라 학사입시 비리, 최경희·김경숙 등 5명 구속 기소
특검은 정유라의 청담고 및 이화여대 입학·학사 비리 혐의로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김경숙 신사업융합대학장 등 관련 교수 5명을 업무방해 등으로 구속기소, 최 씨 외 3명은 불구속 기속했다.
더불어 정유라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찰에 이첩했고, 대한승마협회장 또는 서울특별시승마협회장 명의의 소위 봉사활동 확인서 5부를 청담고에 제출한 최 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대통령, 미얀마 사업 민관 인사 및 이권개입 사건
최 씨는 대통령에게 부탁해 금융기관 인사에 개입하는 등 직권을 남용하고, 미얀마 공적개발원조(ODA)사업 이권확보를 위해 유재경 주 미얀마 대사와 김인식 코이카 이사장 인선에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통해 최 씨는 미얀마 관련 회사 지분을 취득했다.
특검은 최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알선수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불구속 기소했다.
◆비선 진료 및 특혜 의혹 사건
대통령의 공식 의료진이 아닌 이들은 대통령을 상대로 진료행위를 하면서 각종 특혜가 제공됐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 비서실 비서관들에게 금품이 제공되기도 했다.
이에 김영재의 아내 박채윤을 뇌물공여죄로 구속기소하고, 안종범 전 비서를 특정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위반(뇌물)으로 불구속 기소, 김영재 원장과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 등을 의료법위반죄로 불구속 기소, 정기양 연세대 의대 피부과 교수(전 대통령 자문) 및 최순실 일가 주치의 이임순 순천향대 교수를 국회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국가 안보 등과 직결되는 대통령에 대한 공적의료체계가 붕괴된 대표적인 사례라고 특검은 강조했다.
◆이영선 전 행정관, 차명폰 개통해 대통령-최 씨 핫라인 가동
이 전 청와대 행정관은 무면허 의료인들을 청와대 관저에 출입시켜 대통령에 의료행위를 하도록 방조하고, 수십 대의 차명폰을 개통해 대통령과 최 씨에게 양도한 혐의가 있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탄핵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허위 증언을 했으며, 국조특위에 정당한 이유 없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다고 특검은 판단했다. 이같은 혐의로 이 전 행정과을 의료법 위반방조 및 전기통신사업법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아울러 이 사건 수사를 통해 대통령과 최순실이 서로 연락을 주고받은 차명폰 번호와 핫라인 등이 확인됐다.
◆최순실 일가의 불법적 재산형성, 조사 완료 실패
특검이 확인한 최 씨의 부동산은 모두 36개로 신고가 기준 약 228억 원에 달했다. 그의 일가 부동산까지 포함하면 178개, 223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재 최 씨 재산에 대해선 법원에 추징보전 명령을 청구했다.
그러나 재산 보유 과정의 불법 및 은닉 사항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지 못했으며 앞으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그간의 조사 사항을 정리해 서울중앙지법에 인계했다.
◆대통령, 세월호 침몰 당일 행적 규명 사실상 실패
특검은 대통령이 2013년 3월부터 2013년 8월 사이 피부과 문의로부터 약 3회에 걸쳐 필러와 보톡스 등을 시술을 받은 사실과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7월 사이 김영재 원장으로부터 5차례 미용 시술을 받은 사실은 확인했지만, 세월호 침몰 당일이나 전날에 비선 진료 등으로부터 시술을 받은 바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은 지난해 12월 6일부터 수사를 시작해 지난달 28일까지 13명을 구속하는 등 모두 30여 명을 기소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리고 대통령 관련 뇌물수수, 문화계 블랙리스트, 우병우 전 민정수석 비리 및 정유라 입시 및 학사 비리 등을 검찰에 이관했다.
박 특검은 "저희 특검팀 전원은 국민의 명령과 기대에 부응하고자 뜨거운 의지와 일관된 투지로 수사에 임했다. 하지만 한정된 수사 기간과 핵심 관계자의 비협조 등으로 특검 수사는 절반에 그쳤다"며 "남은 기대와 소명을 검찰로 되돌리겠다. 검찰은 우리 특검이 추가로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특검도 체재를 정비해 공소유지 과정을 통해 진실을 증명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지원과 격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