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특검이 'X맨'?...수사결과 의견 분분 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6일 오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한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특검 사무실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특검 수사 기간 연장 거부에 대한 기자회견 당시./남용희 기자

[더팩트 | 최재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대변인을 맡았던 이규철 특검보에겐 두 가지 별명이 있다. '댄디남'과 '앵그리 버드'가 그것이다. 전자는 패션 감각이 있는 이 대변인에게 촛불집회 진영에서 붙여준 것이고, 후자는 브리핑을 할 때 화난(?) 듯한 표정이 꼭 '앵그리 버드'를 닮았다 해서 태극기집회 진영에서 부르는 별명이다.

이 대변인의 두 가지 별명이 정반대의 의미를 갖는 것처럼 특검의 수사결과에 대해서도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역대 특검 중에서 가장 돋보인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과(過)'를 지적하는 법조인과 언론인들도 적지 않다.

박영수 특검팀은 2016년 12월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시작해 지난달 28일 90일 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일부 언론은 '역대 최대 규모 수사팀, 역대 최다 구속·기소'라는 진기록을 세웠다고 특검팀을 치켜세웠다.

실제 수사 개시 이후 특검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전·현직 장관급 인사 5명,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 13명을 구속하는 등 총 30여명을 기소하는 성과를 올렸다.

우선 논란이 많았던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인 일명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법꾸라지'라고 불리던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5명을 구속했다.

최순실(61) 딸 정유라(21) 이화여대 입학·학사비리를 수사해 최경희 전 총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 류철균(필명 이인화) 교수, 남궁곤 전 입학처장,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이화여대 전·현직 교수 5명을 구속했다.

특히 '뇌물죄'로 삼성 오너 일가를 최초로 구속한 것은 특검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17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가에 430억 원 상당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구속됐다.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출범한 12차례 특검 가운데 국민의 찬사를 가장 많이 받았던 이유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별검사 사무실에 출석하던 당시./남윤호 기자

그런데 '삼성 오너 최초 구속'이라는 특검팀의 최대 성과가 오히려 최대 과오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를 명확히 밝혀내지 못하면 박 대통령의 뇌물 수뢰죄 역시 '무죄'가 될 수 있어서다. 이럴 경우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탄핵심판에서 최대 이슈였던 '뇌물죄' 부분에 대해 재판부와 헌법재판소가 다르게 판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법조계 한 변호사는 지난 3일 <더팩트>에 "수사기록을 보지 못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겠다"는 전제로 이렇게 말했다.

"뇌물죄의 성립요건은 직무의 대가로 부당한 이익을 얻어야 한다. 최대 핵심은 '대가성'인데 삼성 측은 부탁한 적도 없고, 증거도 없는 상황이라며 강요에 의한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밝히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대가성 여부를 밝힐 핵심 피의자인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소를 한다면, 재판에서 입증하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또 다른 법조인은 "팩트를 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뤄졌다는 점과 문형표 전 장관이 합병과 관련해 국민연금 측에 이야기를 한 게 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삼성의 합병 문제를 국정을 통할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들여다 보고 어느 쪽으로 정책 방향을 정하는 게 좋은지 생각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국가적 이득에 따라 정책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인데, 이를 대가성이라고 보는 게 과연 합당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시민들이 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국민엽서를 들고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 들어서는 모습./이새롬 기자

언론계 일각에서는 "특검이 원했든 원치 않았든 'X맨'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특검을 취재했던 한 중앙언론사 기자는 "이 부회장 구속이 국민들의 눈에는 특검의 최대 성과로 비춰지지만, 법조 기자들 사이에서는 이 부회장 구속이 다소 의외였다"면서 "다른 대기업의 뇌물죄를 모두 입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이 때문에 특검은 당초 계획대로 대기업이 일관되게 주장하는 강요죄로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했어야 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뇌물죄로 '박근혜-이재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이재용 구속'에 매달리면서 소위 '스텝'이 꼬였다"면서 "탄핵심판의 최대 이슈였던 뇌물죄가 무죄로 결정된다면 정치적으로 탄핵을 주도한 진영의 '정당성'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jpchoi@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