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27일 최종변론을 마치면서 다음 달 10일, 13일 중 선고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는 이를 위해 재판관 8명이 참석하는 '평의' 절차를 시작했다.
헌재는 27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최종변론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과 박 대통령 변호인단의 의견은 분명히 엇갈렸다. 국회 측은 검찰과 특검 등의 수사로 드러난 사실이 분명하다고 주장했지만, 박 대통령과 변호인단은 모든 혐의를 부정하며 '조작'과 '언론과 시민단체의 선동'의 규정했다.
약 8시간 동안 진행된 박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끝난 직후 이정미 권한대행은 "재판부는 국가적, 사회적 혼란 상태를 조속히 안정시켜야 하는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헌법 절차에 따라 실체를 파악하고 올바른 변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 선고 기일은 추후 지정해 양측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헌재는 28일부터 재판관 8명이 참석하는 '평의' 절차를 약 2주간 진행할 예정이다. 헌재는 그동안 이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 선고 방침을 밝혀왔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0일이나 13일 선고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최종변론에서 국회 측과 박 대통령 측의 주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최종변론에 나선 권성동 국회 소추위원장은 "이 법정은 대한민국의 법이 최종적으로 선언되는 곳이며 준엄한 역사의 심판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피청구인(박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대통령직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렸다"며 "우리 국민은 피 흘려 공산 세력의 침략을 막아냈고, 세계가 놀라는 한강의 기적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성취했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대한민국을 민주주의 적으로부터 지켜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이어 "피청구인은 자신과 밀접한 인연을 가진 사람(최순실 등 비선실세 및 청과대 비서관)만을 위해 권력을 잘못 사용했다. 이에 좌절과 분노, 모욕, 수치심 등을 느꼈고, 주권자인 국민들은 탄핵을 요구했다"며 울먹였다.
국회 측이 최종변론에 약 80분을 사용했지만, 박 대통령 측은 15명의 변호사가 5시간에 가까이 탄핵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박 대통령도 서면으로 탄핵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의 최후 진술은 이동흡 변호사가 대신 읽었다.
박 대통령은 최후 진술에서도 최순실(61) 씨가 사익을 취한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각종 연설의 중요 포인트는 보좌진과 의논·작성했다"며 "전문적인 용어 및 표현은 일반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험이 있어 최순실에게 쉽고 공감할 수 있는 표현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모금은 전경련 주도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관련 수석(안종범)으로부터 들어 고마움을 느꼈다"며 "저의 선의가 제가 믿었던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 왜곡되고, 이에 적극 참여한 기업 관계자들이 검찰과 특검에 소환돼 장시간 조사를 받는 것을 보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국가발전에 후원한다는 공익적 목적이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오해받게 만든 점은 너무나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또 "공직에 있는 동안 어떠한 불법적 이익도 얻은 사실이 없다"며 "땀 흘린 만큼 보상받고, 노련한 만큼 성공하는, 법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상식이 통하는 그런 나라를 만드는 것이 저의 소망이다. 망각은 있을 수 있어도 남이 지키고자 하는 선의의 약속까지 왜곡돼서는 안 될 것이다"고 수사결과 드러난 사실 모두를 부인했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최종변론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이동흡 변호사는 "사실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장·왜곡된 언론 보도가 시민을 자극했다"고 했고, 서석구 변호사도 촛불집회를 두고 "범민련 남측본부와 통일의 그 날까지 함께 투쟁하자고 선동했던 민주노총이 주도한, 대단히 불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평우 변호사는 '세월호 7시간'과 관련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만 무죄가 된다는 주장은 완전히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며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최순실이 헌법·법률을 위배했다. 박 대통령이 그의(최순실) 친구라는 이유로 '연대 책임'을 말하는 것은 조선 시대 연좌제"라며 "여기 나와 있는 권성동 위원장은 '비선실세' 단어의 뜻을 알고 있냐? 이에 대해 정의해야 할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사람을 때려잡으려면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비선실세라는 알 수 없는 단어로 대통령을 잡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하다가 재판부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자 "(대통령을) 때려잡는다는 표현은 제가 정중히 사과한다"고 일보 후퇴했다.
이 밖에 이중환 변호사 등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이 사건은 최순실과 고영태의 불륜에서 시작됐다", "이석기 석방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어떻게 민심이냐", "재판부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임기 만료를 빌미로 대통령에게 방어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탄핵은 언론과 민주노총이 선동하고 국회가 정략적으로 이용했다" 등의 변론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