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2월의 마지막 날이다.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2월로 기억된다.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여의도와 거리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였다. 법정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현실은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시대적 상황에 놓여있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61) 씨로 촉발된 이번 사건은 이제 종반에 다다랐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는 27일 변론을 마무리했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수사 기간 연장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90일(수사 준비 기간 포함)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이처럼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고 헌재가 최후변론을 마치면서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시계 제로 상태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의 탄핵은 이제 결정만을 남겨놓은 상태이다. 헌재는 이르면 3월 10일 탄핵심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작금의 사회갈등을 볼 때 탄핵 인용이든 기각이든 사회적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반대에 있는 세력은 분명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일 게 뻔해 보인다. 2월의 마지막 날, 다가올 3월이 벌써 걱정되는 이유다.
계절로 치자면 2월은 겨울의 끝이고, 3월은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2월엔 학교 졸업식을 하고 3월이면 새 학기가 시작한다. 이런 의미로 3월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라 할 수 있다. 국민도 3월이면 새롭게 시작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신선하기도 하지만, 혼란스럽기도 하다. 3월 대한민국 국민은 신선과 혼란 사이에서 그 어느 때보다 격동의 시기가 될 것 같다. 이런 혼란스런 정국을 해결하는 데 있어 정치권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중요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기대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현재 박 대통령 변호인단이나 자유한국당의 일부 강성 친박 의원들의 발언이 그렇다.
박 대통령 변호인단인 김평우 변호사는 헌재와 태극기집회에서 탄핵과 관련해 "헌재에서 판결을 내리면 무조건 승복하자고, 여러분 우리가 노예입니까. 거짓말하는 것을 인정해주는데도 우리가 승복하란 말입니까"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안 해주면 시가전(市街戰)이 생기고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 "대통령파와 국회파가 갈려 이 재판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내란(內亂)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 영국 크롬웰 혁명에서 100만 명 이상 시민이 죽었다" 등의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도 26일 대구에서 열린 태극기집회에서 "이제 탄핵을 인용했다가는 태극기에 깔려 죽을 수 있다는 걱정을 할 것이지만, 이런 걱정을 안 하려면 탄핵을 각하하면 된다"고 헌재를 압박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야권 대선 후보들이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되더라도 승복해야 한다"는 발언과는 질적으로 내용 자체가 다르다. 따라서 보수 진영의 이런 발언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많은 국민이 걱정하는 것도 보수층의 강성 발언 때문이다. 돌아보면 검찰, 특검, 헌재 등은 박 대통령에게 변론의 기회를 줬다. 박 대통령도 대국민 담화나 언론을 통해 "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검찰, 특검, 헌재의 변론 기회를 모두 거부했다.
어쩌면 국민은 박 대통령이 검찰, 특검, 헌재 등에 나와 최순실로 비롯된 문제와 관련해 솔직한 심정을 밝히기를 기다렸다. "조사에 응하겠다"는 박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기를 말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본인을 둘러싼 문제로 갈라선 국민의 기대를 져 버렸다. 그리고 여전히 억울하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3월 새로운 시작을 앞둔 지금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기부여 전문가이자 '행복을 그리는 철학자'로 불리는 베스트셀러 작가 앤드루 매튜스의 말을 떠올린다. "모든 변화는 저항을 받는다. 특히 시작할 때에는 더욱 그렇다."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고 결과가 어떻든 저항을 받을 것이다. 그렇다고 멈출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