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헌법재판소=변동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법률대리인단은 무려 4시간이 넘는 마라톤 변론을 통해 "선의로 추진한 모든 일을 언론과 고영태, 민주노총, 국회 등이 선동해 사실상 내란을 야기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탄핵 사유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오후 2시부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을 진행했다. 이날 최종변론에서는 '증거에 의해 충분히 규명됐다'는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주장과 '탄핵 각하'를 요구하는 대통령 측의 극명한 대립 양상으로 전개됐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정호성 부속비서관을 통한 공무상 누설행위 ▲각종 연설문, 정책 및 인사자료 등을 최순실에게 보내 사인(최순실 등 비선실세)에게 국정을 맏긴 행위 ▲공무원 임명권을 남용 행위 ▲최순실의 국정개입 묵인·허용 행위 ▲블랙리스트 작성에서 소극적으로 참여한 고위 공무원 사표 요구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모급 남용 행위(전경련 등 재단출연 강요) ▲롯데그룹 K스포츠재단 70여억 원 추가 출연 강요 행위 ▲현대차의 KD코퍼레이션 특혜 위한 권력 남용 ▲최순실 운영 플레이그라운드의 현대차 및 KT 광고 수주 ▲포스코그룹 창단 펜싱팀 매니지먼트 더블루K가 맡도록 권한 남용 ▲KT의 이동수·신혜성 채용 및 광고 담당 보직 변경 권한남용 ▲그랜드코리아레저와 더블루K의 팬싱팀 위촉계약을 체결 ▲세월호 관련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수행의무 위반 등 17개 탄핵소추 사유를 열거하며 박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다.
최종변론에 나선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은 탄핵 사유를 설명하며 울먹였다.
권성동 위원장은 "이 법정은 대한민국의 법이 최종적을 선언되는 곳이며 준엄한 역사의 심판대이다. 피청구인(박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대통령직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렸다"며 "우리 국민들은 피 흘려 공산 세력의 침략을 막아냈고, 세계가 놀라는 한강의 기적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성취했다. 존경하는 재판관님 대한민국을 민주주의 적으로부터 지켜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이어 "피청구인은 자신과 밀접한 인연을 가진 사람(최순실 등 비선실세 및 청과대 비서관)만을 위해 권력을 잘못 사용했다. 이에 좌절과 분노, 모욕, 수치심 등을 느꼈고, 주권자인 국민들은 탄핵을 요구했다"며 울먹였다.
국회 측은 약 1시간 반을 변론한 반면,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4시간 넘는 마라톤 변론을 이어가며 '탄핵 각하'를 비롯해 '탄핵소추안 무효',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조작', '언론 및 민주노총의 내란 선동', '최순실과 대통령 연좌제 금지' 등의 주장을 펼쳤다.
박 대통령은 직접 작성한 진술서를 통해 "국민께 큰 상처를 드린 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공무상 비밀누설 인사권 남용과 재단법인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모금 과정, 중소기업 특혜·사기업 인사 관여, 세월호 침몰 사고 등의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공직에 있는 동안 어떠한 불법적 이익을 얻은 사실이 없다"며 "망각은 있을 수 있어도 남이 지키고자 하는 선의의 약속까지 왜곡돼서는 안 될 것이다"고 자신을 둘러싼 각종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법정 막말 논란'을 일으킨 김평우 변호사는 '세월호 7시간'과 관련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만 무죄가 된다는 주장은 완전히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며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최순실이 헌법·법률을 위배했다. 박 대통령이 그의(최순실) 친구라는 이유로 '연대 책임'을 말하는 것은 조선시대 연좌제"라며 "여기 나와 있는 권성동 위원장은 '비선실세' 단어의 뜻을 알고 있냐? 이에 대해 정의해야 할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사람을 때려잡으려면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비선실세라는 알 수 없는 단어로 대통령을 잡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하다가 재판부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그러자 "(대통령을) 때려잡는다는 표현은 제가 정중히 사과한다"고 일보 후퇴했다.
이밖에 이중환 변호사 등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이 사건은 최순실과 고영태의 불륜에서 시작됐다", "이석기 석방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어떻게 민심이냐", "재판부는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임기 만료를 빌미로 대통령에게 방어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탄핵은 언론과 민주노총이 선동하고 국회가 정략적으로 이용했다" 등의 변론을 폈다.
양측의 최종변론을 경청한 이정미 권한대행은 "이번 탄핵심판은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으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는 점을 잘 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누누이 강조한 것처럼 재판부는 어떤 예단이나 편견 없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사건의 실체를 파악해 올바른 결론을 내리기 위한 노력을 다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선고기일은 추후 지정해 통지하겠다"고 변론 종료를 선언했다.
한편 재판부는 평의를 거쳐 결정문 작성에 착수한다. 법조계 안팎에선 늦어도 이 권한대행의 임기만료 하루 전(3월 11일)까진 최종 선고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의 경우 최종변론을 진행한 후 14일 만에 선고를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