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덴마크 올보르 구치소에 구금된 정유라(21) 씨의 국내 송환이 다시 미뤄졌습니다. 덴마크 검찰은 22일(현지 시각) 올보르 지방법원에 정유라 씨의 구금연장을 요청했습니다. 법원이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정 씨는 다음 달 22일까지 구금되게 됐습니다.
이날 법정에서는 정 씨의 체포부터 현재 상황 설명, 검찰의 구금 연장의 필요성, 변호인 측의 부당성 등을 듣는 형식으로 약 1시간 가까이 진행됐습니다.
정 씨가 지난달 1일 체포돼 구금됐으니 벌써 50일을 넘겼습니다. 정 씨가 체포 후 얼굴을 드러낸 것은 그동안 단 세 번에 불과합니다. 이후 50일을 구치소에서 생활해온 정 씨는 어떤 상태일까요. <더팩트>는 지난 22일 정 씨의 구금 연장 심리에 참석했던 교민을 통해 당시 상황과 그의 현재 모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교민은 정 씨의 모습을 두 번 보았습니다. 지난달 30일 구금 연장 심리 때와 지난 22일입니다. 이 교민은 정 씨의 얼굴에서 긴장감은 전혀 엿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얼굴은 여전히 까무잡잡했지만, 지난번과 달리 얼굴에 살도 오르고 밝았습니다. 법정에 들어설 때부터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고, 전혀 긴장하는 모습도 없었습니다. 심적으로 안정적이고 즐거워 보였다고 할까요. 옷도 그동안 입었던 것과 달랐습니다. 구치소 생활이 잘 맞나봅니다."
정 씨는 체포 당시에도 해맑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었는데요. 정 씨는 이날 심리에서도 밝고 환한 모습이었지만, 그렇다고 어수룩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정 씨를 지켜본 교민은 "정유라는 변호인 변론 시 변호인이 가져온 서류를 한 장씩 넘기면서 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연출인 것 같고, 철저하게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정 씨의 송환만을 기다리는 국내 여론과는 다른 상황입니다. 한국 특검이 연장되지 않는 한 오는 28일 종료되는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거란 추측인데요. 정 씨 변호인 측도 구금 연장에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 씨 변호사는 심리에서 28일 특검이 끝나니 그때까지 구금하면 되는 게 맞다고 주장했지만, 기각됐습니다. 그래서 다음 달 22일까지 연장으로 결정됐습니다. 그런데 정 씨 변호인은 '부당하기는 하지만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다만 다음번에 송환이 불가피하다면 그때는 문제를 거론하겠다고 했습니다.
변호사 측은 '정 씨와 관련된 서류를 다 자세히 검토했지만, 그녀가 연루된 흔적은 없다'고 강조에 강조를 거듭했습니다. 그러면서 '정 씨는 그녀의 아이와 엄마가 너무 그립고 본인이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가면 분명 감옥에 갇히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변호인은 '만약 한국에서 본인을 수감하지 않는 쪽으로 얘기가 나오면 돌아가겠다'고 했습니다."
이 교민은 정 씨 변호인이 구금 연장에도 항의하거나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은 이유가 검찰의 주장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했습니다. 이날 검찰은 정 씨의 구금 연장과 송환 문제를 어떻게 이야기했을까요.
"검찰 측은 너무 방대한 이슈라 법안을 다 헤아리기에는 시간상으로 여유가 없다. 그리곤 정 씨에게 이화여대가 공립이냐, 사립이냐를 물었습니다. 공립의 부정입학과 사립의 부정입학을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검찰은 송환을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정도였고, 어떤 결정도 할 수가 없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아무래도 정 씨를 송환하기에는 핵심 키워드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정 씨 측과 검찰은 구금 연장 심리에서 치열한 공방도 없었다고 합니다. 검찰이 이처럼 정 씨 송환 근거를 여전히 찾지 못하는 모습을 드러냈으니 정 씨 측으로서는 시간을 벌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정 씨의 아이 문제도 송환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추측된다고 합니다. 현지 언론이나 정 씨 측이 어린아이 문제를 계속해서 거론하기 때문입니다. 현지 언론에도 정 씨에게 어린아이의 엄마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고 합니다.
"법정에서 들어보니 정유라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와 면회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생활도 편하고 면회도 하고 송환 걱정도 없어서인지 편해 보였습니다."
실제 덴마크 언론 등을 보니 정 씨의 아이 문제와 함께 송환 결정이 나더라도 소송을 이어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덴마크 검찰도 한국 특검의 수사 기간이 끝날 경우 정 씨의 송환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작을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법은 그 나라의 사회문화와 상당히 맞닿아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사법당국에서 정 씨에게 적용한 혐의들이 덴마크 사회문화와는 배치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 씨의 송환 결정이 나더라도 특검 수사를 받을 가능성도 없을뿐더러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