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노원=서민지 기자] "남편이요? '당근' 사랑하죠…음, 요즘은 가장 좀 속상합니다."
최근 '내조의 여왕'으로 거듭나고 있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의 부인 김미경 교수가 토로했다. 김 교수는 22일 노원의 한 극장에서 열린 '안철수 김미경의 청춘데이트'에 참석해 사회자가 "안 전 대표가 살면서 가장 미웠던 점"을 수차례 묻자, "요즘 남편의 하얀 머리를 보면,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5년 전 안 전 대표가 정치권에 발을 들인 이후 산전수전을 겪으며 늘어난 흰머리를 걱정한 것이다. 특히 대선주자인 안 전 대표는 조기대선을 앞두고 지지부진한 지지율 때문이 고민이 많다. 김 교수가 최근 지원사격에 물심양면으로 나선 이유다.
지난해 4·13 총선 때만 해도 물밑에서 지역 주민들과 접촉하며 '조용한 내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김 교수가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전남 순천 출신인 김 교수는 '호남 표심' 관리부터, '여성'이라는 점을 내세워 국민의당 내 여성위원회 등 일정에 참석하고 있다. 안 전 대표가 대선주자로 활동하느라 챙기지 못하는 노원 지역구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도 김 교수 몫이다.
이날도 행사 전후로 부지런히 지역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진을 찍었다. 주민 한명 한명 손을 꼭 잡고 이름을 부르며 안부를 물었다. 김 교수는 <더팩트>에 "저는 노원 식구들과 함께하는 건 제일 마음이 편하고 즐겁다. 벌써 5년째 같이 사는 이웃들"이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노원 지역주민들도 "김 교수는 붙임성이 좋고, 편한 우리 이웃"이라며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무대 위에서도 '구원투수'로 등판해 안 전 대표 '띄우기'에 최선을 다했다. 안 전 대표에 대한 '진한' 애정표현을 하는가 하면, 남편의 장점과 주요 이력들을 자랑했다. 이른바 '안파고' '로봇철수' 등의 별명이 붙을 만큼 '딱딱한' 안 전 대표의 이미지를 부드럽고 인간적인 이미지로 보완했다.
김 교수는 사회자가 '가족소개'를 부탁하자, "남편을 모른다는 가정 하에 설명하겠다"면서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안철수라고 검색하면 많은 기사가 뜰 거고, 여러 명의 안철수가 나올 것이다. 그중 가장 잘생기고 신사 같은 사람을 고르면 우리 남편이다. 또, 잘 안 보이실 땐 손을 잡아봐라. 굉장히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을 가진 사람이면 우리 남편일 것"이라고 애정표현을 했다.
또 '자녀 소개'를 부탁하자 "네 명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안 전 대표 부부의 외동딸인 설희 씨를 언급, "첫 아이는 지금 29살인 설희다. 여성과학자가 되고자 고군분투하는 박사과정의 학생이다. 곧 결혼 적령기라 여기 계신 모든 분께 신랑감을 찾아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농담을 했다.
이어 안 전 대표의 이력을 자연스럽게 '자식'들로 밝히며, 안 전 대표가 창당한 국민의당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두 번째는 '안랩'이다. 굉장히 잘 키워 거의 성년이 된 다음 손을 뗐다. 세 번째는 '동그라미 재단'이다. 돌봐서 내보내려 했는데 남편이 정치를 시작하는 바람에 입양시켰다. 네 번째 아이는 국민의당이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막내라 가장 마음이 쓰인다. 국민의당은 전 국민이 함께 키우고 있는데, 마지막 아이를 잘 키우는 게 우리 부부 인생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사회자가 '안 전 대표가 가장 많이 하는 잔소리'를 묻자, "벌써 지나간 일은 바꿀 수 없으니까 걱정을 하지 말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한다. 결혼했을 당시 저는 '겁순이'였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어마어마한 걱정들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걱정을 안 하게 되더라. 남편이 '자기만 있으면 뭐든지 다 잘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또한, 주최 측에서 서울대학교 의학대학교 캠퍼스 커플이었던 당시 주고받았던 쪽지를 공개하자, "그땐 휴대전화가 없어서 문자를 못 보냈다. 저는 3학년이고 남편은 4학년 때니까 어디 갔다 올 건지, 언제 다시 돌아올 건지 '깨알 쪽지'를 주고받았다. 결혼한 지 벌써 30년이 지났다. 저걸 보니까 '아 맞다, 우리도 오글거리던 때가 있었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아직도 안 전 대표를 사랑하느냐'는 질문엔 "당근(당연)이죠"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다소 민감한 질문도 유연하게 풀어나갔다. '남편이 왜 대통령이 되야하나. 당선되면 뭐가 좋을지'에 대해 묻자, "안 전 대표가 당선되면, 우리나라에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 더하기 독일의 메르켈 총리이 있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 해 환호를 받았다.
'영부인이 되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도 준비된 답을 내놨다. 김 교수는 의사이자 한 아이의 어머니인 경험을 살려 "학생들이 좀 더 건강하게 자라고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고 미래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다. 청소년의 심신에 관심이 많다"고 소망을 밝혔다.
김 교수의 발언에 안 전 대표는 "의사하다 그만두고, V3 만드는 회사하겠다고 하고 이젠 그걸 버려두고 다시 나와서 또 새로 정치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저와 같이 (김 교수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몇 번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지 모르겠다. 이 죄를 어디서 어떻게 갚을까 싶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는 사회자의 도움으로 "우리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니. 그때는 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할 줄 몰랐지. 미경아 옆에 있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내가 (대통령이 될 때)까지 내 옆에 계속 있어줘"라고 속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김 교수의 '내조'를 듬뿍 받은 안 전 대표의 표정은 시종일관 밝아 보였다. 정치권에서 이를 악물던 '독철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당내 경선 통과에 이어 후보 본선까지 많은 과정들을 남겨두고 있는 안 전 대표. 과연 그는 모든 과정을 끝내고 김 교수에게 말할 수 있을까. "거봐, 나만 있으면 다 잘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