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선한 의지'에 데인 안희정의 심경 "공포와 전율" (일문일답)

안희정의 대권 의지. 안희정 충남지사는 2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럼 초청토론회에서 최근 자신의 선한 의지 발언 논란에 대해 제 소신에 대해 사과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남윤호 기자

[더팩트 | 프레스센터=오경희 기자] "질문을 듣는 순간, 공포와 전율이 몰려든다."

22일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지사는 자신을 향한 질문에 생각을 가다듬었고, 신중하게 대답하려 애쓰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이틀간 안 지사는 '말 한마디'에 십자포화를 맞았다.

안 지사는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약 2시간 동안 대선 주자로서 자질과 경쟁력, 외교·국방·경제 등 국정 전반에 대한 정책과 비전 등을 검증 받았다.

안 지사에게 쏟아진 주 질문은 '선한 의지' '피바람' '대연정' 등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킨 그의 발언들이었다. 지난 19일 "(이명박, 박근혜)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우리 없는 사람들과 국민들을 위해서 좋은 정치 하시려고 했다"는 발언에 대해 '결국 사과를 했는데, 경쟁 후보인 문 전 대표가 비판해서 그런 것이냐'는 질문에 안 지사는 "대화와 타협을 하려면 어떤 제안도 받아들이고 토론에 임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게 소신이고, 저의 소신을 사과한 것은 아니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지난 2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며 한 '대연정 제안'과 관련해 "개혁의 과제에 동의한다면 자유한국당(구 새누리당)하고도 충분히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느냐'고 묻자 안 지사는 "권력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협치와 대화의 능력을 높이지 않고선 헌법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리고 안 지사는 '헌재의 탄핵 결정'에 대한 질문을 받자 "공포와 전율이 몰련든다"며 토론회 중간 중간 질문들을 받은 소감에 대해 "헌법과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해서 발언을 하고 처신을 하는데 삶의 현장에서 보면 같은 말이라도 다르게 해석되는 것 같다. 속으로 진땀을 빼고 있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다음은 안 지사의 '일문일답(이하 내용 중략과 생략)' 내용이다.

안희정 지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토론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프레스센터=남윤호 기자

-안 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분노가 빠졌다"며 비판했고, 결국 어제 사과를 했다. 두 사람의 비판 때문인가.

아니다. 너무 많은 국민들이 저의 극단적인 예에 대해 가슴 아파하신다. 소신은 소신대로 있지만, 가슴 아픈 국민들에 위로한 차원이다. 민주주의자로서 대화와 타협을 하려면 어떠한 제안도 받아들이고 토론에 임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의도까지도 극단적인 예를 들어버려서 그것 때문에 많이 화가 난 국민들께 이틀 정도 제 소신을 말씀드린 것이다.

-'선한 의지' 발언 이후,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지도자의 피바람'을 언급하면서 긴장감 섞인 공방이 오고 갔다. 문 전 대표의 페이스메이커가 아니라고 했는데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번에 왜 본인이 민주당 후보가 되야하는지 명확하게 얘기해 달라.

많은 언론인과 국민 여러분께서 저의 2주간 급부상에 대해 매우 흥미진진해하고 계시다. 저는 그것 자체로도 페이스메이커를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저는 국민들에게 즐거운 질문을 던졌다. '문이냐 안이냐'. 경쟁을 해야하는 즐거운 대선과정을 형성했다. 저는 지방행정 7년 경험, 노무현 집권세력 경험, 30년 정당정치 경험, 고등학교 민주화 운동 등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견해를 통합해 이끌어나가는 데 있다. 저의 이러한 비전이 많은 분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 후보는 좋은 분이다. 그러나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해선 저의 포부도 있으니 경쟁해 보겠다.

안희정 지사는 경쟁 상대인 문재인(왼쪽)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좋은 분이라면서도 저의 비전이 있으니 경쟁해 보겠다고 자신했다./더팩트DB

-지난 2주간 지지율 급상승을 국민들이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고 했는데, 이 추세가 이어져서 문 전 대표를 꺾을 자신이 있는가.

저는 진심이다. 누구랑 경쟁한다는 생각은 아예 없다. 저는 오로지 정치인으로서 국민들 앞에 설 뿐이다. '쓰임이 있으면 쓰십시오'라고. 제가 준비된 만큼 선택될 것이라 본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친노(친노무현)'라고 할까 같은 집안으로 보는데, 누가 '친노의 적통'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질문에 대답을 하기 보다 다 대한민국의 후손들이다(웃음). 거기에 무슨 친노를 따집니까. 대한민국 공화국이고 헌정사의 정치인들이다. 헌정사에서 민주당의 줄기에서 민주당의 역사에서 2017년 국민들이 요구하는 정권교체와 대선 후보로서 경쟁하는 정치인이다. 그 이상의 다른 관계가 있겠습니까.

-경선에서 결국 '재인산성'을 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고, 탈락 시 안 지사가 탈당할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제가 탈당 한다는 건 '천연기념물'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1990년 3당 야합 이후 선거 때마다 많은 이합집산이 있었다. 우리 정당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탈당을 너무도 쉽게 생각한다. 이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협이다. 저는 탈당은 있을 수 없고, '재인산성' 이렇게 얘기하는데 이 시대의 제철 제 음식이 될 수 있다면 국민들이 선택할 것이다.

헌재 탄핵 결정과 관련해 안희정 지사는 끔찍한 일이라면서 국민들의 상실감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돼야 한다고 말했다./문병희 기자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분명히 승복하지 않겠다는 같은 당의 후보도 있기 때문에, 만약 헌재가 탄핵 기각 결정을 내리면 조건 없이 승복하겠나.

참 질문을 듣는 수간 지난 이틀 동안 공포와 전율이 또 몰려든다. 기각은 생각 안하고 있다. 끔찍한 얘기이기 때문에. 저는 그래 말씀을 올리겠다. 질서는 잡더라도 국민 상실감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돼야 한다. 그래서 문재인 전 대표께서 승복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그 분이 헌법을 무시하겠다는 취지는 아닐 것이다.

-지난 2일 대연정을 제안했다.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제안했지만 안 지사 본인도 반대한 것으로 안다. 왜 이번 대선에서 대연정을 다시 꺼내들었는지 설명할 기회를 드린다. 취지와 배경을 얘기해 달라.

저도 그 시대에 반대 입장이라기 보다 그것이 기존의 통념을 너무 깨는 것이서 대통령이 또 고립될까봐 너무 걱정됐다. 제가 대연정을 언급한 것은 '협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란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인데, 청와대 권력과 의회의 권력, 여당과 야당 이런 구조에서 헌정이 작동하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의 미완의 역사를 이어간다는 것은 민주주의 헌정사를 발전시키는 것이란 고민 속에서 말씀드린 것이다.

-연정을 위해선 개헌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안희정의 연정론엔 개헌이 빠져있다는 지적이 있다.

저는 10년 전부터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민주주의 헌법이 작동되기 위해서라도 자치분권으로 가기 위한 개헌을 해야 한다. 저는 이것을 골자로 한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고 촉구해왔다.

안희정 지사는 남북 대화를 강조하며 차기 정부가 남북 관계를 주도적으로 만들어나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남윤호 기자

-남북관계 얘기를 해 보자. '김정남 독살 사건'을 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흉포하고 예측 불가인데 대화가 실효적이라고 생각하는가. 북한 정책이 정권마다 냉탕과 온탕을 반복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나.

대한민국 정부가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5년 위임을 받은 대통령이 정책의 기조를 너무 뒤바꾸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당사자인 우리가 대화라는 외교적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것 자체를 포기하면 외교를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뭔가의 개선과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북핵 문제를 총론적으로 어떻게 바라봐야 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6자회담이 재가동 되야 한다고 보는지, 당사자들 위주로 새로운 협의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는지.

북핵 무장과 미사일 실험은 벼랑끝 전술들이다. 구체적으로 그들이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 우리는 대화를 통해 파악해야 한다. 현재는 대화도 안한 지 너무 오래됐다. 다시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휴전협정 체제를 공고한 평화체제로 이양하기 위한 우리의 전략이 필요하다. 미북, 북미 대화를 대한민국이 주도해서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이 상태에서 주도성을 발현해 4자회담이든 6자회담이든 어떤 범위 내에서 합의를 해야 하는지 주제별 테이블이기 때문에 미북 북미 대화를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게 필요하지 않나.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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