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실버택배' 찾은 유승민 "아이고, 죄송합니다"

바른정당 대선주자 유승민 의원은 20일 오전 서울 구로구 천왕동의 한 아파트를 방문해 일일 실버택배 체험을 했다. /임세준 기자

[더팩트ㅣ천왕=변동진 기자]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 먹고 일할 수 있어 참 좋다."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건 바른정당 대선주자 유승민 의원이 실버택배 사업 현장에서 이같은 목소리를 확인했다.

유승민 의원은 20일 오전 10시 서울 구로구 천완동 한 아파트 단지 내 위치한 실버택배 사업단 현장을 방문해 일일 택배 체험에 나섰다.

유 의원이 일일 실버택배 체험에 나선 까닭은 지난 19일 발표한 노인복지 공약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약 가운데 '사회적 기업 활용을 통한 노인 맞춤형 복지 프로그램 및 일자리 마련'이란 취지에 맞춰 직접 현장체험에 나선 것.

아파트 한 편에 마련된 약 66.1㎡(20평) 남짓한 공간엔 택배 사무실과 주민편의를 위한 임대 공구 등이 마련돼 있었다. 유 의원은 체험에 앞서 약 20여 분간 어른신들과 대화를 통해 업무 만족도를 비롯한 건강증진 및 경제적 효과, 사업구조 등을 확인했다.

유승민 의원은 어르신들 말씀에 귀를 귀울이며 노인 일자리 창출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임세준 기자

이곳에 근무하는 70대 어르신은 "노는 것보다 나아서 운동 삼아 한다"며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 먹고 일할 수 있어 참 좋다"고 밝혔다.

또 다른 어르신은 "상당히 많이 걷는 편이다. 계속 오르락 내리락하기 때문에 하루 4~5km 정도 걷는다"며 "현재 두 분야로 나눠 일하고 있다. 택배하시는 분과 반품을 담당하는 분. 택배는 3단지만 하고, 반품은 1~7단지까지 모두 하고 있다. 우리가 연락해 반품 여부를 묻고 물건을 받으러 간다"고 말했다.

이밖에 대부분 어신들이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월~토요일까지 나온다. 대신 실질적인 작업 시간은 많지 않아 (근무자들과) 담소도 나누고 바둑, 장기 등을 둔다"며 "건강적으로나, 마음, 경제 등에 모두 도움이 된다.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부워러하는 이들도 많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구로구 천왕동에 마련된 실버택배 사업단 사무실. /변동진 기자

이곳 실버택배 사업단은 2015년 8월 'CJ대한통운'과 'SH 서울주택도시공사', '한원복지재단', '서울 실버종합물류' 등이 협의를 통해 마련했다.

CJ대한통운 측은 이곳 외에도 전국 1000분 이상의 어르신들과 함께 전국 120~130곳에서 실버택배 사업을 운영 중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실과 함께 국토위에 '주거민 일상지원센터'라는 법안을 발의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CJ그룹과 회사는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의 역할로서 해당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당초 택배기사들이 전담하던 서비스를 어르신들과 나눈 것이다. (어르신들께) 소정의 물량과 수수료(급여)를 제공함으로써 서로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1200~1300분 정도 근무하고 있지만, 인력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일부 강남 아파트의 경우 범죄발생을 우려해 택배 차량을 단지 내로 진입하지 못하게 한다. 이런 곳이나 임대주택이 밀집된 지역 등에 일상지원센터을 마련해 입주민들 편의 제공 및 사회취약층 일자리 제공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목이적이다. 그런데 지역 내 사무실 마련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제도화가 필요화가 필요한 게 현실이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CJ대통운은 택배를 주업무로 하고 있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다양한 맞벌이 부부들을 위한 아이돌봄 서비스 등으로 사업이 확되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도 '일상지원센터' 법안에 관심이 있는 듯 CJ관계자에게 관련 법안을 재차 확인했다.

택배상자를 분류하고 있는 유승민 의원. /임세준 기자

유 의원은 어르신들과 대화를 마친 후 택배 차량이 도착하자 곧장 밖으로 나가 일손을 도왔다. 처음하는 일이라 약간의 어색함도 있었지만, 빠르게 적응해 동별로 택배상자를 분류했다.

아울러 분류한 택배를 다시 카트에 담아 담당 동으로 이동하던 중 '보여주기 식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될 것을 우려했는지 취재진을 향해 "촬영은 여기까지만 합시다"고 요청했다.

한편 한 어르신은 "정치권의 반성이 필요하다"며 유 의원을 질책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이렇게 화목하게 지내는데 TV 속 정치인들은 맨날 싸움만 하고 있다. 급할 때만 국민을 찾는다"며 "그 사람들(정치인) 도대체 국가를 위한 사람들인지, 자기 배를 채우기 위한 사람들인지, 보기 민망하다"고 꾸짖었다.

이에 유 의원은 "아이고,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정중히 사과했다.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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