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최재필 기자] "국민에게 연간 100만 원의 기본소득과 30만 원의 토지배당금을 지급하겠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지난달 23일 경기도 성남 오리엔트 시계공장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내세운 공약이다. 재원 마련 방법으로 △기본소득의 경우 국가예산 400조 원의 7%인 28조 원으로 충당하고, △토지배당금 지급을 위한 '국토보유세' 신설을 제안했다. 국토보유세는 간단히 말하면 국민 모두가 토지에 대해 내는 세금이다.
이 시장은 앞서 1월 16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정책콘서트'에서도 국토보유세 신설을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 부동산 보유 현황을 보면 개인 10% 정도가 (개인 소유 토지의) 66%를, 법인 1%가 (법인 소유 토지의) 75%를 갖고 있다"며 "여기서 생기는 불로소득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체 토지자산 가격이 현재 6500조 원 정도인데, 보유세로 1년에 내는 게 종합부동산세 2조 원과 재산세 5조 원 정도다. 이는 세금을 거의 안 내는 것"이라며 "이것을 15조 원 정도 더 걷게 설계해서 국토보유세를 만든 후, 이를 기본소득 목적세 형태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보적으로 전 국민에게 연 30만 원씩 지급하는 것으로 시작하겠다"며 "이렇게 하면 (국민의) 95% 정도는 자기가 낸 것보다 더 받는다"고 덧붙였다.
◆국토보유세 신설 15조 원 더 걷어 '토지배당금' 지급
국가재원을 사용하는 기본소득은 차치하더라도 '국토보유세'라는 세금 항목을 신설해 토지배당금을 지급하겠다는 이 시장의 제안은 실현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가능하진 않지만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 시장 측의 구상은 현행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폐지하는 대신 국토보유세를 신설하되, 설계를 통해 상위 5%에게만 부담이 돌아가고 국민의 95%가량은 낸 것보다 더 많이 돌려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종부세처럼 부유세(재산이 많은 특정계층에 부과하는 세금)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현행 종부세와 차이점은 뭘까. 이를 위해선 현재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행 부동산 보유세는 지방세인 재산세와 국세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2가지로 나뉜다.
재산세는 시·군·구 등 행정기관에서 부과, 징수하는 세금으로 토지·주택 등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과세대상이다. 주택 공시가격에 따라 0.1~0.4%의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한다.
종부세는 공시가격 9억 원이 넘는 1주택 소유자나, 5억 원이 넘는 토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다. 세율은 과세표준에 따라 주택의 경우 0.5~2%, 토지는 0.75~2%이다.
이 시장의 국토보유세와 종부세의 차이점은 '과세대상'과 '과세방식'이다. 현행 종부세는 토지·주택 등 부동산 유형에 따라 차등 과세하는 반면, 국토보유세는 토지에 대해서만 보유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또한 종부세는 가구별 합산 과세방식이지만, 국보세는 인별 합산방식을 적용한다. 이 시장 측은 "종부세는 거둬들인 세금을 지방자치단체가 지방교부금으로 활용하지만, 국보세는 기본소득과 연계해 국민 대다수가 이익을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실현가능성 없다" 일축…전문가 "국민적 합의로 추진돼야"
이 시장의 '토지배당' 공약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은 '반대' 입장을 보인 반면, 전문가들은 "국민적 합의에 의해 추진돼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모든 국민에게 연간 30만 원씩 토지배당금을 주고, 청소년과 노인 등 2800만명에게 매년 100만 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려면 전체 예산의 10%에 해당하는 43조 원 이상이 소요된다"면서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 시장과 같은 당 소속인 안희정 충남지사도 의문을 제기했다. 안 지사는 1월 22일 "국민은 공짜 밥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이 시장의 기본 소득제와 토지배당 공약을 비판했다.
언론들은 '조세저항'과 '형평성' 문제를 꼬집었다. 중앙일보는 1월 19일 사설에서 이 시장의 '토지배당' 공약에 대해 "실현 가능성도 적을 뿐더러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까지 만만치 않고 담세자들의 조세저항도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경제신문도 1월 24일 "종부세를 신설했을 때처럼 극심한 조세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세금만큼 임대료가 올라가게 돼서, 그 부담이 서민들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 역시 1월 18일자 '조기 대선 가시화에…급한 대선주자들 포퓰리즘 공약 쏟아내'라는 기사에서 "부자들에게 세금을 거둬 전 국민 불평등 해소에 하자는 취지인데, 부유층의 조세저항과 국토보유세와 관련한 형평성 논란을 어떻게 극복하지는 특별한 설명이 없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전문가 "보유세 증가는 부동산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도"
그러나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차인 부담 증가, 부동산시장 침체 등의 이유에서다.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사무총장은 16일 <더팩트>에 "아직 공약이 구체화되지 않아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부유세 성격이 강한 종부세의 경우 조세저항이 심했다. 국토보유세도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만 결국 토지를 많이 가진 부유층을 타깃으로 한 것 아닌가. 국토보유세로 거둬들인 세금을 다시 국민들에게 돌려준다는 점이 다르지만 조세저항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윤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세금을 걷는 문제인 만큼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부동산 보유세는 국제 기준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거래세(양도세)는 지나치게 높다"면서 "국토보유세를 신설한다면 거래세에 대한 조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기관 연구원은 "보유세가 올라가면 부동산 소유주들의 세금 부담이 증가한다"며 "그럴 경우 임대료나 전월세 인상으로 이어져 임차인들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지고, 부동산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보유세를 강화하면 주택구매욕구가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라며 "세금을 신설하는 문제는 다각적 검토와 국민들의 동의를 거쳐 결정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