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 체크] '팹랩'이 본 文 vs 安, 4차 산업혁명 적임자는?

문재인(위) 전 대표가 지난해 4월 총선 첫 공식선거 운동 장소로 안철수 전 대표가 찾았던 팹랩(FabLab·Fabrication Laboratory)을 방문하면서 두 사람의 4차 산업혁명 선점 경쟁은 지난 3일부터 가속화되고 있다. 팹랩을 찾은 두 후보. /문재인 블로그, 이덕인 기자

[더팩트 | 서민지 기자] 2017년 가장 핫한 대선 아젠다는 '4차 산업혁명'이다. 일자리 창출과 떼레야 뗄 수 없는 관계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4차 산업혁명' 아젠다 선점을 위해 격돌 중이다.

마음 가는 데 몸이 간다고 했다. 두 사람의 '4차 산업혁명' 선점 경쟁은 지난 3일부터 가속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해 4월 총선 첫 공식선거 운동 장소로 안철수 전 대표가 찾았던 '팹랩(FabLab·Fabrication Laboratory)'을 방문하면서다. 두 사람이 찾은 '팹랩'은 디지털 공공제작소로 다양한 디지털 제작 장비를 활용해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제품화 하는 4차 산업혁명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일단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모두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두고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면에선 같다. 하지만 '정부 주도'로 할 것인가, '민간 주도'로 할 것인가 정책 실행 방점은 차이가 있다.

<더팩트>는 지난 8일 4차 산업혁명의 상징인 '팹랩'에게 물었다. 누가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적임자인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도 돌아봤다. 우리나라에 필요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정책들은 무엇이 있을까.

√ FACT 체크1=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성공적?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29일 오전 경북 포항시 포항공과대학교 제1융합관내에 위치한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 방문 당시. /청와대 제공

과거를 제대로 돌아봐야,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 정책 기조 아래, 미래 먹거리 산업에 관심을 기울이며 투자해왔다. '창조경제'는 호기롭게 시작해 성과도 있었지만, 시행과정에서 부족한 점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 실천 일환으로 2014년 9월부터 전국 17개 지역에서 18개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운영했다. 각 지역센터에서 지역별 산업 특성에 맞춰 '정부-지자체-대기업'이 상호 협업하는 일대일 전담지원체계로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이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꾸준히 비판했다. 지난해 9월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IFA) 2016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국가 공인 동물원'에 비유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도 '대한민국은 창업국가가 돼야 한다'는 제목에서 "현 정부처럼 창업자금을 대주고 창업기업 숫자를 늘리는 데만 집중하는 수준에 머무르면 몇 년 뒤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청년들만 양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김동현 팹랩 연구원은 안철수 전 대표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했다. 김 연구원은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방향성에 대해선 유지 확대 운영돼야 한다"면서도 "정량적 목표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기업을 선발하고 지원하는 모습은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정부가 성과 위주로 창업생태계를 관리하는 것에서 오는 부작용이 있다"면서 "민간에 전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FACT 체크2= 지원 방법은? 문재인 '큰정부론' vs 안철수 '작은정부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좋은 일자리 현장방문으로 세운상가에 있는 팹랩을 방문 당시. /문재인 블로그

두 후보는 '같은 듯, 다른'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을 내놓았다. 문재인 전 대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공공일자리 창출'이 주된 전략이다. 반면 안철수 전 대표는 '정부의 투자와 제도 정비를 통한 민간 기술혁신'에 초점이 맞춰 있다. 쉽게말하면 4차 산업혁명을 정부가 주도해야 하냐, 민간이 주도해야 하냐의 차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의 '정부 주도 정책'을 "박정희식 패러다임 발상"이라고 비판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같은 정책으로 판단했다. 그는 "정부 주도로 해선 안 된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자율성"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곧장 "4차 산업혁명을 관치방식으로 발전시키자는 것이 아니다"면서 "민간 기업들의 4차 산업혁명을 정부가 지원하고 육성하려는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김 연구원은 일단 두 후보 모두에게 손을 들어줬다. 그는 "정부의 역할은 잘 할 수 있는 민간을 찾아내고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면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고민해 '적절한 전환의 타이밍'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기에는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지만 생태계가 조성됐을 땐 철저히 민간에게 맡겨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안철수 전 대표가 콕 찝어서 지적한 문재인 전 대표의 주된 공약인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 설치'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혁신센터와 같은 맥락으로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탄력을 받아 스타트업 생태계가 빠르게 성장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4차 산업혁명 기구 역시 분명 올바른 방향으로 탄력을 받겠지만 해당 기구는 적절한 타이밍에 민간에게 모든 걸 맡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FACT 체크3= 일자리는 어떻게? 문재인 '기술혁명' vs 안철수 '교육혁명'

사진은 20대 국회의원선거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해 3월 31일 새벽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 대표가 서울 종로구 세운전자상가에 위치한 미래 일자리 청년 아카데미를 방문해 직접 실습에 참여하는 모습. /이덕인 기자

4차 산업혁명은 미래 먹거리 등 성장정책과 관련된 큰 축으로 결국은 '일자리 공약'과 연계된다. 그렇다면 두 후보는 4차 산업을 어떻게 발전시켜 일자리로 연결한다는 걸까. 두 후보는 조기대선이 가까워 오는 만큼, 정책 공약의 큰 줄기들을 발표하고 세부적인 부분은 캠프와 싱크탱크에서 다듬어 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우리의 강점인 IT산업의 우위를 바탕으로 전기차, 자율주행자동차,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3D프린팅, 빅데이터, 산업로봇 등 핵심기술 분야에 적극 투자할 것"이라며 4차 산업 '기술혁명' 중심의 일자리 정책을 내놓았다.

안철수 전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교육혁명을 이뤄내야 미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면서 '교육혁명' 우선 정책을 주장했다.

김 연구원은 두 사람을 만났을 때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을 '교육'으로 꼽았다. 김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격변하는 시대에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이 어렵고, 그것은 자연히 국가 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컴퓨터(인터넷)라는 거대한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 우리는 컴퓨터를 공부했고 이제는 누구라도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 제도권 교육에서 계속해서 혁신적인 교육들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 중 하나가 '디지털 제조(3D 프린터 등)'다. 아이들은 자신의 아이디어와 주변에 산재해 있는 문제들을 디지털 도구를 통해 만들어내고 해결하는 방법을 습득하게 될 것이고, 자연스레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 모두 언급하지 않아 공약에서 구체화 해야 할 부분도 있다. 현직에서 창업자들과 대면할 일이 잦은 김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의 발전이 곧 일자리(창업)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선 '생산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선 창업을 하려면 팹랩과 같은 1차적인 디지털 제조공간이 활성화 돼야 하고, 무엇보다 필요한 건 1차 공간에서 만든 제품을 '상품화'하는 플랫폼이다.

창업자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제품을 양산하고자하는 수요자와 양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를 매칭 해주는 '정보 공유 플랫폼'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단계에서 노하우를 전수해 주는 교육도 마찬가지"라면서 "삼성, 엘지 등의 대기업도 제품생산을 위한 1,2차 벤더들이 있다"고 밝혔다.

mj7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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