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억울하다. 자유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국민적 분노를 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61) 씨가 25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강제 소환되며 작심한 듯 고함을 질렀습니다. 이 모습은 그대로 생중계됐고, 국민을 더욱 분노하게 했습니다.
이 모습에 국민은 이렇게 말합니다. "어이가 없네"라고 말입니다.
최 씨는 특검이 7번의 출석 요구에 단 한 차례만 응했을 뿐, 6번이나 거부했습니다. 특검팀은 결국 지난 23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 씨에게 영장을 집행했습니다.
강제 소환된 최 씨의 모습은 작년 10월 31일 검찰에 출석했을 당시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당시 최 씨는 "국민 여러분 용서해주십시오.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특검에 강제 소환된 최 씨는 "억울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공동책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 애들까지, 어린 손자까지 다 억울하다"고 고함을 질렀습니다.
최 씨의 본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입니다. "억울하다"고 고함치는 모습에서는 반성이라고는 단 1%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특검팀이 있는 건물을 청소하는 아주머니께서도 최 씨가 고함치는 모습에 "염병하네"라고 했을까 싶습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다. 최순실이 소리쳤다. 억울하다고! 국민들이 더 크게 소리쳐야 한다. 아직도 제정신이 아니냐고"라며 일갈했습니다.
"염병하네"라는 이 말이야말로 최 씨의 모습을 본 국민의 심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최 씨는 카메라 앞에서만 숨죽이다 취재진이 빠지면 본성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진 바 있습니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의 전형입니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고 했는데 최 씨에게는 해당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최 씨는 왜, 돌연 당당한 모습으로 고함을 지르며 "억울하다"고 소리 질렀을까. 본성을 숨기기가 힘들어서일까요? 그것보다는 박 대통령과 자신의 범죄사실이 직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도의 전략일까요. 아니면 자신의 딸 정유라(21) 씨의 국내 송환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이를 어떻게든 늦추려는 것일까요. 또, 측근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진실을 증언하는 것이 두려워서일까요.
어떤 이유가 됐든 최 씨의 '고함'은 분명 계산된 행동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해 보입니다. 다만, 그 계산된 행동에 국민은 화가 치밀 뿐입니다. 구타를 부르는 행동이라는 것이 바로 최 씨의 모습에서 알 것 같습니다.
흔히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자성어로 인과응보(因果應報)입니다. '좋은 일에는 좋은 결과가, 나쁜 일에는 나쁜 결과가 따른다'는 것입니다. 최 씨는 억울하다고 했지만, 본인이 지은 죄만큼 벌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필귀정(무슨 일이든 결국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입니다.
최 씨의 나이 61세입니다. 1956년 병신년(丙申年) 6월에 태어났으니 올해로 환갑입니다. 그런데 최 씨가 60세가 된 병신년 10월 국정 농단 사태가 세상에 알려진 것과 본인이 1956년 병신년 출생이라는 것이 참 묘하게 다가옵니다.
논어에서는 나이 60을 이순(耳順)이라고 합니다. 그 뜻은 '나이 예순에는 생각하는 모든 것이 원만하여 무슨 일이든 들으면 곧 이해가 된다'입니다. 그런데 최 씨는 올해 환갑으로 이순도 넘겼습니다. 그런데도 지금 자신으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국내 상황을 전혀 모른다는 듯 고함치는 것을 보니 어른들이 했던 "나이 헛먹었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옛말이 틀린 게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