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1일 구속됐다.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3시 48분께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성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사유를 설명했다.
김 전 실장은 2013~2015년 비서실장 재직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실에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를 받고 있다.
블랙리스트는 박근혜 정부가 '좌파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는 등의 불이익을 주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출신으로서 해박한 법률 지식과 탄탄한 논리를 바탕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교묘히 빠져나가 '법꾸라지'(법+미꾸라지)라는 별명을 가진 김 전 실장은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블랙리스트 수사가 사실상 마지막에 접어든 단계에서 특검의 '칼날'에 일격을 당한 그에겐 매우 뼈아픈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블랙리스트와 본인이 전혀 관련이 없다는 취지의 그의 주장이 무색해졌다. 지난해 12월 7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블랙리스트나 좌파를 어떻게 하라는 그런 내용을 얘기한 적이 없다"면서 "문화예술 분야는 다른 소관"이라고 강하게 부정한 바 있다.
김 전 실장은 앞으로 특검(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고강도 수사를 맞닥들이게 될 전망이다. 또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도 매우 커졌다.
김 전 실장은 경기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에 갇힌다. 박근혜 정부에서 무소불위의 권세를 떨쳤던 '왕 실장'이 결국 추락한 셈이다.
한편 특검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한 행위가 자유민주주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중대한 범죄로 판단, 18일 김 전 실장과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조윤선 문체부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특검은 그동안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블랙리스트 핵심 관계자 등을 고강도로 수사하는 과정에서 관련 증거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