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10년 만에 국내로 돌아오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범 여권 대선주자로 분류돼 온 반 전 총장을 두고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영입 경쟁을 시작한 모양새다.
범여권으로서는 반 전 총장이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카드다. 반 전 총장의 선택에 따라 보수의 적통을 강조할 수 있고, 동시에 보수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얻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 전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확실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국외에 머물면서 국내 활동이 사실상 없었지만 꾸준한 지지도를 얻고 있다는 것은 유력한 대선 주자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앞으로 반 전 총장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행보에 나설 경우 지지세력을 더 끌어모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때문에 범여권에서는 반 전 총장의 귀국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영입 경쟁에 군불을 때기 시작했다.
뚜렷한 대권 주자가 없는 새누리당은 정당 가운데 반 전 총장의 귀환을 가장 반기는 듯하다. 그의 외교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덕담을 건넸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2일 "반 전 총장이 보여준 세계 경험과 능력으로 위기를 맞은 대한민국 발전과 국민의 삶을 위해 소중하게 쓰이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엄중한 조국의 현실에서 품격과 수준이 다른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흐름과 시대적 과제는 외면한 채 우물 안 개구리처럼 권력투쟁에만 몰두하면서 국민의 근심거리가 된 삼류 대한민국 정치를 부디 닮지 말라"며 "한국이 낳고 기른 자랑스러운 세계 지도자답게 차원이 다른 정치와 안목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 경기도지사를 지낸 김문수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아예 경선에 참여하라고 직접적 러브콜을 보냈다. 김 비대위원은 "반 전 총장의 여러 의혹 등 위험성이 있지만 인적 청산 후 거듭 태어난다면 반 총장의 국제적 리더십 경험은 새누리에 가장 적합하지 않겠느냐"며 구애했다.
반면 새누리당보다 '대권 잠룡'이 포진한 바른정당은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검증을 요구하는 등 반 전 총장의 속내를 가늠하는 태도다. 원칙과 개혁을 내세우는 바른정당이 반기문 꽃가마를 띄운다면 여론 악화와 당 창립 취지와도 맞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을 무조건적 '모시기' 할 수는 없다는 견해를 꾸준히 밝혀왔다.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은 같은 날 팀장·고문단 회의에서 "10년간 국제사회에서 수고한 반 전 총장에게 진정으로 수고했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분명한 자기 철학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 전 총장을 두고 불거지는 여러 의혹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서 반 전 총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김무성 의원은 서울시당 창당대회 직후 취재진에게 "바른정당으로 입당해서 우리 후보들과 당당하게 경쟁해서 우리 당의 후보가 되달라"며 러브콜을 보냈다.
정치권에서는 반 전 총장이 보수진영과 손을 잡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지세력과 충청권의 지역 기반을 발판 삼아 독자 노선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에 있는 만큼 반풍(潘風)이 약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 전 총장이 국민적 지지가 예상보다 적다고 판단할 경우 범여권 등 정당 입당 또는 연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