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민지 기자] 최순실 씨가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또다시 불출석 했습니다. '국정농단'의 장본인인 최순실 씨가 불출석한 탓에 헌재는 1시간 만에 변론을 마쳐야 했습니다.
최순실 씨가 지금까지 불출석 사유는 '수십가지'인데요. 건강상 이유, 정신적 충격도 모자라 이번엔 헌법재판소엔 박용수 특별검사팀의 수사를, 특검엔 헌재의 탄핵심판을 핑계로 조사를 거부했습니다. '불출석 돌려막기'를 한 셈이죠.
최순실 씨가 모든 재판에 불출석 했냐고요. 그건 또 아닙니다. 지난달 19일, 지난 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형사재판에는 출석했습니다. 11일 세 번째 재판에도 출두한다고 했습니다.
형량을 줄이기 위한 재판에는 꼬박꼬박 출석하면서, 헌재 증인 출석과 특검 조사는 시간을 끌기 위해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의심을 받기 충분합니다. 정치권에선 "오는 31일 박한철 소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까지만 버텨보잔 심산"이라며 우려하고 있습니다.
◆ '공항장애·심신회폐·정신충격' 최순실은 '종합병동'?
최순실 씨는 한국에 입국할 당시부터 "공황장애 약을 먹고 있다" 등 본인의 '정신적 건강 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정신적 건강상 이유'는 불출석 사유서에도 가장 많이 등장합니다.
불출석의 시작은 지난달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였습니다.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가 되면서 여야 국조특위 위원들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최순실 씨는 '공항장애'를 불출석 이유로 들었습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최순실 씨가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를 들어보이며 "공황장애라는 의미를 모르고 적은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최순실 씨는 '에어포트 장애냐, 인천공항 장애냐' 등의 비아냥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5차 청문회 때는 기상천외한 '신조어'를 만들어 그 이유를 댔습니다. 최순실 씨는 불출석 사유서에 "저는 현재 수사와 구속수감 중입니다. 평소의 지병으로 심신이 '회폐'해 있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에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심신히 회폐(?)하다고 합니다. 회폐는 황폐와 피폐를 합성한 신조어일까요? 최순실의 연설문 세계 너무 미스테리합니다"라고 비꼬았습니다.
최순실 씨는 특검 소환 요구는 일절 거부했습니다. 지난달 27일엔 '건강상 이유'를 지난 4일엔 딸 정유라 씨가 덴마크에서 체포돼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는 게 이유입니다.
◆ '미꾸라지' 최순실의 '사법농단'…"헌재↔특검 때문"
최순실 씨는 '미꾸라지'라는 별명도 생겼습니다. 법망을 교묘하게 요리조리 피해가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는데요.
9일 특검 소환에 네 번째로 불응하면서 최순실 씨는 "헌재와 법원의 재판이 있다"고 둘러댔습니다. 그런데 정작 10일 헌재에 불출석을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최순실 씨는 이날 오전 서울구치소에서 직접 자필로 불출석 사유서를 썼고, 팩스를 통해 헌재에 제출했습니다. 이유는 "형사소송법 147조를 근거로 저와 제 딸이 형사소추됐거나 수사 중인 사건이 있어서 진술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11일 저의 형사재판이 종일 예정돼 있다"며 '▲형사소송법 ▲11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2차 공판 준비' 두 가지를 이야기했습니다.
최순실 씨가 주장한 형사소송법 147조는 본인이나 친족 등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하거나 유죄판결을 받은 사실이 드러날 염려가 있으면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등 헌법을 위배한 부분은 형사법 위반과 별개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유로 댄 형사재판에서는 "특검이 자꾸 불러 스케줄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모호한 답변을 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핵심 증인인 최순실 씨가 거듭 심판정에 설 것을 거부하면서 재판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검 일정에도 차질이 생깁니다.
특검은 오는 16일 출석하지 않을 경우 강제 구인 절차를 밟겠다고 했습니다.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된 최순실 씨를 상대로 뇌물죄 혐의의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는 것입니다. 과연 최순실 씨의 '무한 불출석 돌려막기'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