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이철영·서민지 기자] 어차피 곧 드러날 사실을 왜 숨기려 했을까. "땡전 한 푼 없다"던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 씨 딸 정유라(21·범죄인인도청구) 씨가 이른바 '금수저 도피생활'을 해 온 정황이 드러나면서 또한번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정유라 씨는 지난 1일 덴마크 현지 검찰과 변호인 심문 과정에서 '덴마크 생활비 조달 과정'에 대해 "독일에 있는 회사에서 돈을 줬는데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지금은 돈이 없다. 엄마(최순실)가 체포 전에는 엄마가 돈을 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더팩트>가 지난 5일 덴마크 현지에서 취재한 결과, 정유라 씨는 현지인도 놀랄 만한 최고급 승마장에서 훈련했으며 보모와 일을 도와주는 남성 두 명을 고용하는 등 덴마크에서도 '금수저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덴마크 현지에서 확인한 사실을 통해, 정유라 씨의 '덴마크 생활'을 파헤쳐 봤다.
√ FACT 체크1= '최고급 승마장' 그곳은?
'승마선수' 정유라 씨의 초호화 생활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 그는 덴마크 현지 일반인은 생각하지도 못할 '럭셔리한 승마장'을 이용했다.
<더팩트>는 지난 5일 오후 덴마크 북부 올보르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정도떨어진 보스코 지역의 '헬스트란 승마장'을 덴마크 현지인 미켈과 함께 찾았다.
헬스트란 승마장은 '회원예약제'로 운영되는 곳으로, 내부를 살펴보고 온 미켈은 혀를 내둘렀다. 그는 "승마장 내부 사람들의 옷차림 만으로 이곳이 얼마나 럭셔리한 곳인지 알 수 있을 정도"라면서 "20세 한국인 여성이 얼마나 부자이기에 이런 승마장을 이용할 수 있었는지 덴마크 중산층인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우아한 풍경을 보이는 헬스트란 승마장은 정유라 씨가 삼성의 지원을 받아 10억 원 대의 그랑프리 우승마 '비타나 V'를 산 곳이다. 비덱스포츠 대표인 캄플라데 코치가 비타나V 등 최순실 씨 모녀의 말 거래를 위해 수시로 이곳을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최순실 모녀의 덴마크 은신처를 제공한 곳으로 알려졌으며, 비밀리에 거액이 오가는 말 거래의 특성을 이용해 거액 세탁의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또 헬스트란 승마장은 정유라 씨가 소유한 고가의 말을 보관하고 있다. 덴마크 중앙일간지는 '여성(정유라)은 마장마술 종목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순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여성의 전용 말은 여성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알려진 보스코 지역의 승마장에 보관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 FACT 체크2= 국선변호사? 대형로펌변호사?
국선변호사를 선임했다던 정유라 씨의 증언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정유라 씨의 변호를 맡은 덴마크 변호사는 현지 로펌인 'tvc' 소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유라 씨는 지난 1일 심문 과정에서 '현재 누가 도와주고 있느냐'고 묻자, "독일에선 돈세탁 혐의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여기서는 '국선변호사'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유라 씨가 선임한 얀 슈나이더(Jan Schneider) 변호사의 소속 법률회사 tvc의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tvc는 1988년 설립돼 코펜하겐을 비롯해 5곳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60여 명의 변호사를 포함해 13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로펌이다.
특히 tvc 홈페이지에 따르면, 얀 슈나이더 변호사는 형법 분야의 전문가로 경제 범죄 사건과 전통적인 형사 소송 절차와 관련해 덴마크에서 수년 동안 가장 많이 찾는 변호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영어·덴마크어·독일어·노르웨이어·스웨덴어 등 5개 언어에 능통하다.
덴마크 현지인은 "얀 슈나이더의 성(姓)이 슈나이더라는 점을 보면, 독일계 덴마크인 같다. 정유라 씨가 독일에서 선임한 독일변호사가 덴마크의 로펌 변호사를 컨텍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정유라 씨는 '국선변호사'라고 거짓말한 점에 대해 따져 물으면, "나는 변호사 선임 과정에 대해 몰랐다"며 지난 1일처럼 '모르쇠'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얀 슈나이더는 취재진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 FACT 체크3= '월240만 원'짜리 덴마크 단독주택?
정유라 씨가 거주한 덴마크 집은 어땠을까. 정유라 씨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10월부터 시내에서 4~5㎞ 떨어져 한적한 올보르시 외곽의 한 단독주택에서 거주했다.
정유라 씨의 이웃주민에 따르면, 그의 집은 월세 약 240만 원(1만 7500크로네)짜리로, 보모와 남성 수행원 2명(마필관리사·잡무)을 두고 생활했던 것이 확인됐다. 집은 1층짜리 주거 공간에 지하실이 딸린 구조이며, 외부 테라스와 창고도 따로 있어 이곳에서 개와 고양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정작 이웃 주민들은 정유라 씨를 본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한 이웃주민은 <더팩트>에 "그 여성(정유라)는 물론 함께 거주하는 사람들은 집밖으로 잘 나오지 않았다. 항상 늦은 저녁에만 움직였다"고 밝혔으며, 정유라 씨가 승마를 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며 의아해했다.
다만 덴마크 현지인들은 "시급이 시간당 1만 8000원~2만 원, 버거킹 햄버거 세트가 약 2만 원 등 현지 물가를 감안하면 월세 240만 원이 덴마크에서 '초호화 생활'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지인들 역시 "아무런 직업도 없는 20대 여성이 보모와 일을 도와주는 남성 두 명을 고용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밝혔다.
덴마크 유학생이나 워킹홀리데이 중인 학생들에게 덴마크 생활 방식을 묻자, "덴마크에선 월세 200만 원이 넘는 집이 허다하다. 한국 물가로 따지면 부담이 된다. 때문에 우리는 2~4명에서 함께 살면서 n분의 1로 감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정유라 씨가 한인 기준으로는 보통 씀씀이가 아닌 것은 분명한 셈이다. 때문에 장기간 도피 생활을 이어온 정씨가 어떻게 자금을 조달했는지 주목된다. 정유라 씨는 현재 구금된 상태지만, 덴마크 집에는 지금도 보모와 수행원 2명이 거주하며 집안일을 돌보고 있다.
한편 6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씨 재산 관리에 핵심적 역할을 해온 여성 안모씨가 정씨에게 송금을 해주고 있는 정황을 포착, 외국환관리법 위반 등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를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