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헌법재판소=신진환 기자] "헌재는 탄핵을 인용하라." "박 대통령은 잘못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첫 변론이 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가운데 보수와 진보 성향의 시민들이 장외전을 펼쳤다.
일부 시민들은 이날 오후 청사 앞 헌재 정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한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시위에 나선 시민의 수는 20여명 정도로 많지 않아 비교적 조용했다.
수적으로는 박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해달라는 진보 성향의 시민들이 더 많았다. 사법정의국민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 회원 10여 명은 '헌재는 국가원수가 국민을 능멸하지 않도록 공정하고 현명한 결정을 해주길 촉구한다'는 현수막을 들고 헌재의 '인용' 결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며 규탄하다 집시법 위반 등의 이유로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단체행동 및 1인시위 자발적 시민 모임인 '리멤버 0416' 회원인 박경원(45·여) 씨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 대통령의 행동에 대해 성토했다. 박 씨는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고 참사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서 "반성하는 기미도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국민의 뜻을 헤아려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헌재 인근 청운동에 거주하는 문모(51) 씨는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독대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삼성을 압박해서 최순실과 정유라를 지원하도록 한 것은 분명한 외압"이라며 "사사로이 아는 최 씨 모녀를 위해 한 나라의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은 국민과 기업을 우습게 본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문 씨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을 명확하게 해명하지 않고 지금까지도 온갖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이러한 것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자격이 없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재가 박 대통령의 탄핵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보수 성향의 시민들도 맞불을 놨다. 다만 서로 물리적 충돌 없이 각자 시위에만 열중했다. 보수 성향의 시민들은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이 아닌 개인적으로 참여했다고 입을 모았다.
경남 김해시에서 올라와 12일째 헌재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는 김영희(52·여) 씨는 "헌재는 탄핵을 기각해서 법치를 지키고 나라와 국민을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변론에 불참한 것과 관련해선 "당당하니까 굳이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다"며 "대통령의 권위가 무너지면 나라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한 중년여성은 "박근혜 몰아내야 한다는 사람들은 모두 '빨갱이'"라며 "한국말을 한다고 해서 모두 한국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모습을 훑어보고 지나가는 일부 행인들에게도 언성을 높이며 "박 대통령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했다.
한 시민은 박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전직 교수라고 소개한 송인성(62) 씨는 "언론이 조작 또는 편향된 보도를 지속해서 보도하고 있다"며 "언론에서 촛불집회에 80만명이 왔다고 하지만 광화문 광장이 꽉 차더라도 8만명이라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때문에 확실한 증거 없이 풍문만으로 박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송 씨는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에 관해서 "박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관저에 있었고 중간중간 보고받고 지시도 내렸다고 해명했다"면서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게 많다"고 쓴소리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첫 변론은 피청구인인 박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아 9분 만에 끝났다. 헌재법 52조는 '당사자가 첫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에 헌재는 다시 기일을 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