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전격 탈당을 선언한 가운데 남은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들의 추가 탈당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 전 대표는 2일 "직전 당 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안고 탈당한다"며 "당의 화평을 기대하고 기원한다"고 밝혔다. 친박계 인사 중 첫 탈당이다. 계파 간 내분으로 분당 사태를 맞은 당 위기를 수습하는 차원에서 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조 친박'으로 꼽히는 이 전 대표는 사실상 자진 탈당을 권유받은 상태였다. '인적 청산'을 통해 당을 쇄신하겠다고 천명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요구 때문이다.
인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직접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친박 인사들을 겨냥해 오는 6일까지 자진 탈당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여기서 친박 인사는 최경환·서청원·윤상현 의원 등이 자진탈당 대상자로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자신이 탈당하는 선에서 인적 청산을 정리하자는 의중을 내비쳤다고 보고 있다. 탈당하면서 "모든 책임을 안고"라는 표현을 사용, 나머지 친박 인사들의 자진 탈당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던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때문에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친박 주요 인사들은 인 위원장이 못 박은 시한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탈당에는 부정적인 견해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청원, 최경환 등 친박 핵심 의원 10여명은 1일 시내 모처에서 만나 인 위원장의 요구가 일방적이라며 크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의원은 "차라리 나를 죽여라"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은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인 위원장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8일 자신이 사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다. 또 어느 때보다 당 쇄신이 절실한 시점에서 비대위원장과 대치하는 것은 당을 최악의 위기로 내몰 수 있다. 이 경우 중도성향의 의원들이 대거 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 역시 친박 핵심의 자진 탈당을 압박하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2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나라와 당을 살리기 위해 현재 사태의 책임질 분들은 그 책임의 크기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당내의 책임 있는 주요 구성원은 인 위원장의 인적 청산에 대한 순수한 의지를 잘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진퇴양난에 처한 친박 핵심 의원들이 인 위원장과 2선 후퇴 등 절충점을 찾는 협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강도 높은 당 쇄신을 다짐한 인 위원장이 스스로 자신의 발언을 뒤집는 일은 희박하다는 견해에 힘이 실린다.
친박 의원들과 인 위원장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친박계가 자진 탈당을 끝내 거부하면 인 비대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날 수도 있어 그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친박계를 향한 당내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친박 핵심 인사가 탈당을 결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