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서울대·대변인·서초갑' 이혜훈 vs 조윤선, '동지'에서 '적'으로

이혜훈(왼쪽) 개혁보수신당 의원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 앞에서 동지에서 적으로 만났다. 이 의원은 조 장관이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조 장관은 이를 부인하면서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더팩트DB

[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이혜훈 개혁보수신당 의원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 앞에서 동지에서 적으로 만났다. 이 의원과 조 장관이 현재는 물고 뜯는 갈등 관계지만, 과거 인연을 보면 두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로 동지 관계였다.

이 의원과 조 장관은 원조 친박으로 분류된다. 이 의원이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친박에서 유승민계로 돌아섰지만,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의 측근이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최순실 등으로 갈등 관계에 있지만, 이 의원과 조 장관은 연관된 것들이 많다. 먼저 두 사람은 서울대학교 동문이다. 이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이고 조 장관은 84학번으로 외교학을 전공했다.

두 사람은 서울대 동문이면서 박근혜 대통령 대변인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대변인을 했던 시기는 다르다. 박 대통령 대변인으로 먼저 나선 것은 이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대변인이었다. 조 장관은 지난 2012년 18대 대선 후보 대변인을 거쳐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을 하며 박근혜의 입으로 통했다.

이 의원은 2007년부터 2012년 18대 대선 당시까지만 해도 박근혜의 최측근이었다. 이 의원과 박 대통령이 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17대 총선 이후부터다. 총선 이후 이 의원은 늘 박 후보와 함께였다. 박 대통령은 초선인 이 최고위원에게 제4정책조정위원장을 맡긴데 이어 제3정책조정위원장까지 맡겼을 정도로 신뢰가 두터웠다.

이 의원은 지난 2012년 스포츠서울닷컴(現 더팩트)과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을 지도자로 보았다.

이혜훈 의원은 지난 2007년부터 18대 대선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이 의원은 박 대통령 당선 이후 친박계를 떠나 최근엔 박근혜 정부 저격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은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박 후보와 이 의원. /더팩트DB

"당시 저는 초년병이었지만 아무리 작은 약속이라도 소홀히 여기지 않는 박 후보의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박 후보의 확고한 신념에 얼마나 수많은 밤을 지새웠는지 몰라요. 그래도 고생한 만큼 보람이 컸죠. 당선을 위해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남발하는 정치인이 많을 줄 알았는데, 박 후보를 보면서 또 한 번 깨달았죠. 박 후보 같은 지도자라면 믿을 수 있지 않을까요?"

친박이었던 이 의원이 박 대통령에게서 등을 돌린 것은 18대 대선 이후다. 대선 당시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의 경제 정책 공약을 주도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 당선 이후 경제민주화 등이 후퇴하면서 "대선 끝나고 나니"라며 등을 돌렸다.

이 의원의 빈자리는 조 장관이 채웠다. 조 장관은 18대 대선 당시 박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가까워졌다. 선거 당시 조 장관은 박 후보를 '그림자 보필'한 것으로 유명하다. 조 장관은 박 대통령이 가장 아끼는 사람 중 한명이 됐고, 심증을 누구보다 잘 아는 측근으로 분류됐다.

조 장관은 청와대 정무수석 당시 한 방송에서 박 대통령과 관련해 "가까이에서 본 박근혜는 애국심으로 가득차 있다. 박근혜는 한결같고 공명정대한 인물이다. 박근혜의 인간적인 면모를 전달하고 싶다. 박근혜의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정도이다. 박근혜는 상의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통령께 배운 건 원칙과 진심이다"고 존경을 드러냈다.

조윤선 장관은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근 거리에서 보좌해 그림자 보필로 유명했다. 조 장관은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여성가족부 장관, 정무수석, 문체부 장관에 이름을 올린 최대 수혜자로 평가받는다. /더팩트DB

원조 친박에서 돌아선 이 의원과 신 친박 조 장관은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서초갑' 지역구 경선에서 맞붙었다. 19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이 의원은 친박에서 탈피, 유승민계로 합류하며 개혁보수를 내세우며 20대 국회 서초갑 출마를 선언했다.

조 장관도 여성가족부 장관을 거쳐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사임하고 서초갑에 후보로 등록했다. 원조 친박과 신 친박의 공천 대결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권의 최대 수혜자인 조 장관과 원조 친박에서 박근혜 정부 저격수로 돌아선 이 의원의 공천 경쟁은 누가 보아도 조 장관일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이 의원이 공천 받았고, 국회에 재입성했다.

박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시작된 이들은 최근 최순실을 놓고 다시 갈등 양상을 보인다. 이 의원이 조 장관을 직접 겨냥해 연일 공격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28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조 장관이 최순실을 모른다고 말한 사실에 대해 "국회에서 그런 발언이 나가고 나서 전화들을 좀 받았다"면서 "재벌 사모님 분들이 '오, 저럴 수가 있나. 나한테 최순실 씨를 여왕님 모시듯이 모시고 와서 인사 시킨 사람이 조윤선 장관인데 어떻게 저런 얘기를 했냐'며 놀라는 전화들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혜훈(왼쪽) 의원은 28일 조 장관과 최순실 씨의 관계와 관련해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조 장관은 저는 최순실이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하고 한 번도 이야기해본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더팩트DB

또 "근데 그분들은 증언하기가 어려운 분들이죠. 왜냐면 잃을 게 많고 그런 분들이라 공개적으로 나와서 증언하기를 꺼리죠"라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이 의원의 발언에 불쾌한 감점을 드러냈다. 그는 같은 날 오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저는 이 의원이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알 수 없다"며 "특히 그 제보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장관은 "이 의원의 발언은 근거 없이 음해하는 내용"이라며 "저는 최순실이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하고 한 번도 이야기해본 적도 없다. 오늘 아침의 그 발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서 오늘 법적인 조치를 취했고, 아마 고소장이 접수가 됐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조 장관은 최순실과의 관계는 물론 문화계 블랙리스트 배후로 지목되며 의혹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조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적도, 본 적도 없습니다"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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