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이철영 기자]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핵심 최순실(60) 씨의 딸 정유라(20) 씨의 신병을 두고 '망명' 등 소문이 무성합니다. 현재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 씨가 과연 자진 귀국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일단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정 씨를 지명수배하고 여권 무효 조치에 착수하는 등 자진 귀국할 수 있도록 압박하고 있습니다. 또, 특검은 독일 검찰과 수사 공조는 물론 정 씨의 도피를 돕는 조력자까지 처벌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특검팀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지난 21일 특검사무실에서 브리핑하고 "정 씨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독일 검찰과 공조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정 씨의 여권 만료 조치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정 씨는 최 씨가 귀국한 지난 10월 30일부터 갓난 아기와 함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거처를 옮기며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정 씨의 소재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나돌았습니다. 미국 뉴욕 친척 집으로 갔다거나 스위스 망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등의 소문입니다.
그러나 정 씨가 스위스 망명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23일 경향신문이 현지 제보자를 통해 정 씨가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조력자와 함께 활보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미국 뉴욕에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정 씨가 자진 귀국을 할지, 아니면 독일 검찰에 체포돼 강제 송환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무부로부터 여권 제재 요청 문서를 전달받았다. 여권법 19조에 따라 여권 반납 명령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권법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권법에 따르면 2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기소되거나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고 국외로 도피해 기소중지된 사람은 여권을 제재할 수 있습니다. 특검은 정 씨를 이화여대 학사관리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기소중지한 상태입니다.
여권 무효 통상 절차를 보면, 외교부는 당사자 주소지로 여권반납명령서를 등기우편으로 보내게 됩니다. 당사자가 명령서를 받으면 14일 안에 여권은 무효화됩니다. 명령서가 반송되면 한 번 더 송달을 해 재반송 땐 외교부 누리집에 14일간 공시를 한 뒤 직권 무효 조처를 취합니다. 현재 특검팀이 정 씨의 주소를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볼 때 결국, 외교부 누리집에 공시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권이 무효가 됐다고 정 씨의 비자까지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 씨가 당장 불법체류자로 분류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독일 당국이 정 씨의 비자가 유효한지를 판단할 수 있어 '불법체류자'로 분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 씨가 독일에서 갓난아이와 함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불법체류자 신세가 될 때까지 버틸지는 모르겠습니다.
특검이 독일에 정 씨를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는 등 사법공조를 하면 비자와 관계없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정 씨가 소송을 제기해 국내 송환을 미룰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청해진해운 유병언 회장의 딸 유섬나 씨 사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유 씨의 경우 검찰의 요청으로 프랑스 현지 경찰에 체포됐지만, 한국으로의 인도를 거부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유 씨는 결국, 2년이 넘도록 국내 송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 씨에게 정 씨는 '역린'이라고 합니다. 약점이라는 것입니다. 최 씨가 귀국 후 구치소에 있으면서도 변호인에게 정 씨의 안부를 걱정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정 씨가 최 씨의 역린이라면 정 씨의 역린 역시 그의 아이입니다.
정 씨의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도피, 망명, 자진 귀국 등 세 가지 중 하나입니다. 정 씨의 나이는 약관 20세에 불과하지만, 한 아이의 엄마입니다. 아이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 정 씨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진 귀국뿐입니다.